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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지도사 골방
  • 도를 닦는다는 것
  • 곽종인
  • 13,500원 (10%750)
  • 2011-03-21
  • : 292

구도의 길에는 여러 갈래가 있을 수 있다. 선도 수련, 화두 참선, 위빠사나, 영성 수련, 염불, 절, 기도 등등... 그 갖가지 갈래 길의 목적지는 마침내 같은 곳이라 믿는다. 그러나 문제는 그 어느 길이든 제대로 가느냐 옆길로 새느냐다. 나보다 수십 년 수행의 길을 걸어 온 선배 수행자의 이야기에 감히 이런 저런 토를 단다는 것이 주제 넘은 것을 알면서도 할 말은 해야 겠다.
  

자칭타칭 여신선이라 불린다는 중국 화산파 23대 장문인 곽종인 도사는 조용헌이란 베스트셀러 작가의 글을 통해 일반 대중들에게 알려졌다. 오랜 세월 동안의 선도 수련을 통해 나름의 경지에 오른 그가 자신의 수행담과 수행에 관한 생각을 적은 글이 <도를 닦는다는 것>이란 책이다. 비록 선도 수련은 아니지만 마음 공부의 길을 가는 도반의 심정으로 큰 관심을 가지고 그의 책을 읽어 보았다. 그러나 불과 열 쪽을 읽기도 전에 그만 흥미를 잃고 설렁설렁 그의 무협지와 같은 수행담을 읽는 둥 마는 둥 하다가 책을 덮었다. 
 
긴 말 할 것도 없이 소위 선도 수련을 하는 사람들이 자주 빠지는 함정 가운데 하나가 미묘한 환상 경계와 초인적인 능력이 생기는 것이다. 이른바 산신이니 신령이니 하는 영적 존재가 보이거나 그들의 음성이 들리고, 앞 일을 예지하거나 병을 치료하는 능력 등이 생기면 사람들은 그것이 무슨 도의 증표나 되는 듯 생각한다. 호흡이 깊어지고 단전에서 열이 나고 단을 형성하여 혈맥을 타고 이리저리 돌리며 미묘한 경계에 들어가면 흡사 대단한 도인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진다. 선도 수련에서도 제대로 된 길을 가는 이들은 이러한 함정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저자와 저자와 같은 이들의 능력을 흠모하는 여타 수련자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길이 오히려 올바른 수행의 길이라 여길 것이다.

도라고 하는 것이 수십 년 초인적인 수행과 노력을 통해 획득되는 어떤 것이라면, 그리고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매일 꾸준히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면, 그리고 그렇게 획득된 경지로서 그렇지 못한 이들과 스스로를 차별짓게 된다면, 미안한 이야기지만 그런 도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흔히 도가라 불리는 선도 수련의 목적이 연단을 통한 장생불사, 나아가 생사를 초월한 신선이 되는 것이라 한다. 그러나 100년도 채 못 사는 일반인과 수백 년 내지 수천 년을 장수하는 신선이 뭐가 다를까? 그들 또한 필사의 존재가 아닐까? 삼천갑자 동방삭도 겨우 삼천갑자를 살았을 뿐이다. 우리 집 뒷동산도 그보다는 오래 존재했다. 수족냉증에 걸려 고생하는 이와 호흡수련으로 온몸이 기운으로 넘치는 수행자와 뭐가 다를까? 물이 얼어 얼음이 되고 물이 끓어 수증기가 된들 그저 똑같은 물일 뿐이다. 

좀  심하게 말하면 지금 눈앞의 현실을 벗어나 험준한 산 인적드문 곳에서 도 닦는다는 사람들은 모두 현실도피자들일 뿐이다. 이 적나라한 눈앞의 현실에서는 찾을 수 없고 중국 화산 같은 첩첩산중에 가야 찾을 수 있는 도라면 그런 도가 오늘날 우리 현대인에게 도가 무슨 소용인가? 지금 바로 여기서 눈을 깜짝이고 말을 주고 받고 아플 때 아파하고 기쁠 때 기뻐하는 이곳에서 참된 도를 발견하여 안심입명 하지 못한다면 그따위 도는 닦아서 무엇에 쓸 것이냔 말이다. 화산파 장문인이 어떻고 용호가 어떻고 기운이 어떻고 하는 헛소리가 아직도 대중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니 참 놀라운 일이다. 사람들이란 이렇게 눈요깃거리, 호사가의 잡담거리에 혹하는 모양이다. 참으로 대도가 홍진에 가리워졌구나. 안타까울 뿐이고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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