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벙글님을
차단하시겠습니까?
차단하면 사용자의 모든 글을
볼 수 없습니다.
가을이 언제 끝났는지도 모르겠고 단풍 놀이 한 번 다녀오지도 않았는데 벌써 겨울의 언저리에 와 있다.
유난히 추위를 많이 타는 나인데, 쌀쌀한 찬바람이 느껴지는 순간부터 우리집 보일러는 경기와 상관없이 바쁘게 돌아간다.
혹한의 겨울도 아닌데, 춥다며 이불 한껏 여미고 읽기 시작한 "남한산성".
1636년 병자호란의 그 지난한 겨울,
힘 없는 가난한 조선의 민초들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명분과 실리 사이에서 갈팡질팡 했던 우유부단한 왕과 그 신하들의 삶이 겨울 바람만큼이나 가슴 시리고 아프게 와 닿았다.
역사적인 사료에 근거해서 남한산성에서 삶과 죽음, 희망과 절망, 치욕과 지존을 되뇌였던 그 순간을 박진감 있게 펼쳐낸 김훈의 글은 역시 매서우면서도 매력이 있다.
처음 접하는 어려운 단어들을 책 뒤 부록을 힐끔거리며 찾아 읽어야 하고,
때론 사전을 찾아야 이해가 되는 나의 무지함에 다소 번거롭고 자존심이 상하였지만
그 당시의 광경이 눈앞에 아른거려 눈을 쉽게 뗄 수가 없었고, 단숨에 책을 읽어냈다.
개인적으로 책을 읽기 시작할 땐 아들 소현세자를 독살한 인조의 무정한 아비로서의 행적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은근히 기대했는데, 그야말로 인조가 남한산성으로 도피했던 49일 동안의 일과 그 성 안팎의 상황을 이야기한다.
척화파와 주화파의 어느 쪽을 지지할까?로 늘 토론거리가 되곤 하는 김상헌과 최명길의 삶을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된 건 한쪽으로 지나치게 치우쳤던 나의 생각을 잠시 멈추게 하기에 충분했다.
광해군처럼 인조도 시대의 흐름을 좀더 일찍 감지하고 주변의 정세에 대해 혜안을 가졌더라면,
그렇게 많은 민초들이, 사대부들이, 군병들이 그 차가운 겨울 강물과 언 땅에 묻히지는 않았으리란 생각에 눈시울이 따끔거렸다.
겨울의 기운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읽게 된 이 책 때문에
겨울 내내 나는 남한산성을 떠올리며 맘 아프게 이 겨울을 보내게 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병자년의 그 혹독한 겨울이 끝나고 봄이 되어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다시 삶의 기운을 불어넣었던 것처럼, 나 역시 봄이 되면 가슴을 쓰다듬으며 남한산성의 기운을 밟으러 떠나게 되지 않을까?
그 겨울이 마냥 가슴 아프다~~~~
PC버전에서 작성한 글은 PC에서만 수정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