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과연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며,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변화의 시작점인 우리의 일상에 대해 생각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싶다. 내 생활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한다면 미래에 관한 어떤 이야기도 공허할 수밖에 없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삶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는 사람은 어떤 변화가 와도 스스로 대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인터넷의 사회적 영향력을 자신의 힘으로 깨닫고 이해하는 인문학적 소양이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 P11
하필이면 1990년대 말 IMF 사태 직후였다. 비교적 안정된 직장을 자기 의지로 그만두는 일은 드물던 때였지만, 젊은 패기를 믿고 불안한 미래에 맞서기로 했다. 이후 나는 망설임 끝에 스무 명 내외의 젊은이가 의기투합한 작은 인터넷 회사에 입사했다. ‘네이버컴’이라는 생소한 이름의 이 회사가 20여 년 만에 한국의 대표적 인터넷 기업이 되리라고는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 P65
UCC라는 개념이 시들해지는 사이에 UDC User Distributed Contents라는 새로운 용어도 등장했다. ‘이용자가 배급하는 콘텐츠’라는 뜻으로, SNS 이용자들의 적극적인 선택이 결과적으로 콘텐츠의 영향력을 넓히고 가치를 높인다는 점에 주목한 개념이다.- P75
정보와 지식이 희소가치라는 지식경제의 원리와는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에서는 조회수, 클릭, 리트윗 좋아요 횟수 등으로 환산되는 이용자들의 관심이 희소가치이며, 최소한의 노력을 기울여 최대한의 관심을 얻는 것이 경제적 효용이다. 이 점을 설명한 개념이 바로 ‘관심경제 Attention economy’이다.- P79
소셜네트워크는 사람 사이의 연결망을 뜻하며, 이는 사회가 돌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요소다. 동네 사람, 학교 동문, 회사 동료 등이 이런 소셜네트워크의 대표 격인데, 이런 사람 사이의 연결망 없이 우리 사회는 기능할 수 없다. 소셜 미디어나 SNS가 없던 시절에도 이런 소셜네트워크는 잘 구축되고 유지되어왔다. 소셜미디어나 SNS는 이 틀을 인터넷에서 구현한 플랫폼이다.- P141
홈페이지나 블로그를 중심으로 활동하면 다른 사람과 네트워킹하기 쉽지 않다. 근황을 알기 위해 일부러 서로의 홈페이지를 방문해야만 했는데, 웬만한 관심과 노력 없이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 면에서 지인과 쉽게 정보를 교환하고 교류할 수 있는 SNS가 훨씬 편리하다.- P142
매스미디어의 후광 없이 순수하게 지인 네트워크에서 사회적 인지도를 획득한 유명인이 많아지고 있다. 인플루언서라고 불리는 SNS의 유명인이 대표적인 예다. 이들은 수많은 팔로워의 지지를 바탕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소셜네트워크는 의심할 여지없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 - P144
한 인류학자가 영장류의 뇌 크기와 사회집단 사이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중략) 영장류의 뇌 용량이 클수록 함께 생활하는 무리의 크기가 크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중략) 자연스럽게 ‘그렇다면, 인간은?’이라는 질문이 제기되었다. 이 인류학자는 인간이 안정적으로 사회생활을 유지하는 사회집단은 150명 정도의 규모로 추정된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150명이라는 수치는 이 인류학자의 이름을 따서 ‘던바의 수 Dunbar’s number’라고도 부른다.- P146
SNS 시대에 던바의 수라는 개념의 의미를 곱씹어보는 것은 유의미하다. 온라인 공간에서는 무제한으로 지인을 늘려나갈 수 있지만, 실제로 내 삶에 영향을 주는 사람의 수가 무한정 늘어나지는 않는다. 실제로 SNS에서 수천수만 명의 팔로워나 구독자를 확보한 경우에도 매스미디어의 시청자, 청취자와 같은 불특정 다수일 뿐 의미 있는 지인은 아니다. SNS에서 지인의 수를 늘리는 일에 집착해서 무의미한 네트워크를 관리하는 데 허튼 힘을 쏟기보다는, 내게 의미가 있고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진짜 지인과의 신뢰를 쌓아가는 편이 유익하지 않을까. 나에게 적절한 던바의 수는 몇인지 생각해볼 만하다. - P1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