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볕 잘 드는 작은 방
  • 끈이론
  •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 13,320원 (10%740)
  • 2019-11-28
  • : 990

.

트레이시 오스틴은 1989년 자동차 사고 이후에 "나는 여기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음을 재빨리 받아들였다"라고 썼는데, 만일 이 문장이 사실일 뿐 아니라 그녀가 겪은 수용 과정 전부를 ‘오롯이 묘사’한 것이라면 어떨까? 어떤 불운에 대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으므로 받아들이는 게 낫겠다고 말할 수 있고 그에 따라 더 이상의 내적 투쟁 없이 이를 받아들일 수 있다면 그는 멍청하거나 유치한 것일까? 어쩌면 천성적으로 지혜롭고 심오하고 마치 성자와 수도사가 깨달음을 얻은 것처럼 어린아이 같은 마음으로 깨달음을 얻은 사람은 아닐까? (아래에 계속)
- P79
(위에서 계속)
내게 진짜 수수께끼는 이것이다. 그런 사람은 바보일까 도인일까, 둘 다일까, 둘 다 아닐까? 유일하게 확실한 것은 그런 사람이 매우 훌륭한 산문 회고록을 내놓지 못한다는 사실인 듯하다. 그 명백한 경험적 사실은 트레이시 오스틴의 실제 이력이 그토록 압도적이고 중요하면서도 그 이력에 대한 언어적 서술에서 생기조차 찾아볼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하는 최선의 방법인지도 모르겠다. 또한 소통 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생각과 실천이 어떻게 다르고 실천과 존재가 어떻게 다른지를 들여다보고자 한다면 이 사실은 최상급 운동선수의 자서전이 우리 독자에게 그토록 솔깃하면서도 그토록 실망스러운 이유를 이해하는 실마리를 던질지도 모른다.
(아래에 계속)
- P79
(위에서 계속)
하지만 진실에 대한 표준운영지침(Standard Operating Procedure)이 으레 그렇듯 여기에는 잔인한 역설이 결부되어 있다. 그것은 선수들 같은 천상의 재능을 갖지 못한 구경꾼인 우리야말로 자신이 허락받지 못한 재능의 경험을 진정으로 보고 서술하고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잇는 유일한 사람인지도 모른다는 역설이요, 운동 천재의 재능을 부여받고 발휘하는 사람들이 필연적으로 자신의 재능에 대해 눈멀고 귀먹을 수박에 없다는 역설이다. 그들이 눈멀고 귀먹는 것은 그것이 재능의 대가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야말로 재능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트레이시 오스틴이 내 가슴을 후벼판 사연
- P80
필리푸시스가 거대하고 무시무시한 육군과 같다면 샘프러스는 이동하며 포위하는 해군에 가깝다. 정치로 따지면 필리푸시스는 과두정이어서 의지가 있고 그것을 관철하고자 하는 반면에 샘프러스는 민주정이어서 더 혼란스럽지만 더 인간적이다. 그의 진짜 임무는 자신의 의지가 무엇인지 찾아내는 것인 듯하다. 그나저나 아테네가 펠레폰네소스 전쟁에서 패했다는 사실을 기억 못하는 사람이 많다. 30년이 걸렸지만, 스파르타가 결국 아테네를 짓밟았다. 한편 이 피비린내 나는 전쟁에 애초에 시작된 것은 아테네가 해상 무역에 끼어든 스파르타 해상 동맹을 괴롭혔기 때문이라는 사실도 모르는 사람이 많다. 아테네의 말쑥한 호인 이미지는 약간 과장된 것이다. 이 모든 고통의 발단은 처음부터 상업이었다.
-유에스 오픈의 민주주의와 상업주의
- P171
군중과 줄과 바가지와 기다림에 대한 뉴요커의 인내는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무척 인상적이다. 그들은 공기가 없는 곳에 오랫동안 다들 조용시 서 있을 수 있으며 그들의 눈에서는 禪명상과 (불행한 것이 분명하지만 결코 불평하지 않는) 임상적 우울이 뉴욕 특유의 방식으로 조합된 표정을 볼 수 있다.
-유에스 오픈의 민주주의와 상업주의
- P178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