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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 스토리 대상은 OSMU(One Source-Multi Use)가 가능한 원천 스토리를 발굴하기 위한 교보문고의 IP 사업 중 하나다. 기성 작가와 신인 불문 응모 자격에 제한이 없고 장르와 내용에도 제한이 없으며 심지어 미완결 작품도 응모 가능하다. 가산점 부여 기준 중 하나인 '영화, 드라마, 웹툰 등 2차 콘텐츠로 발전 가능한 작품'에서 볼 수 있듯이 상업성을 만족하는지, 사람들을 사로잡을 만한 오락성을 갖고 있는지를 중요하게 보는 공모전이다.
공모전의 존재는 알았지만 장르물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아 부러 찾아보는 편은 아니었다. 그러다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작품은 하나도 빠짐없이 다 재미있어 믿고 본다'는 내용의 댓글을 우연히 보고는 관심이 생겼다. 『돼지의 피』는 2020년 경상일보 신춘문예 소설 「까치」로 등단한 나연만의 장편소설로 2023년 제11회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최우수상 수상작이다. 최근에 유유에서 나온 『충청의 말들』을 보고 흥미가 동해 다음에 볼 책으로 찜해두었는데 마침 같은 저자여서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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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부터 강조하는 '피'의 이미지와 뒤표지의 소개 글을 먼저 읽고 느낀 이 책의 첫인상은 '읽기 두렵다'였다. 잔인한 장면을 잘 보지 못해 영화에서도 공포나 스릴러는 기를 쓰고 피하는 편이라 걱정이 앞섰다. 그래도 영상보단 문자는 덜 힘들겠지 생각하며 책장을 펼쳤고, 완독한 후의 소감은 '후반부로 갈수록 긴박하게 전개되는 속도가 매력적이나 만약 영상화된다면 나는 못 볼 것 같다.'이다. 사실 1부 첫 장부터 만만치 않았다. 부연 없이 숨 막히는 장면 한가운데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촉발된 궁금증은 스토리의 마지막까지 긴장감 있게 유지되어 중도 하차를 할 수가 없다.
비밀의 타래를 풀어나가는 재미는 확실하지만 연쇄 살인의 피의자와 그 추격자 간의 대립과 갈등 상황은 조금 어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의 비밀을 발견하는 과정도 조각조각 단서만 늘어놓을 뿐 캐릭터의 심리를 명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워 전반적으로 이야기 자체가 거친 스케치 같기도 했다. 장면 장면은 눈앞에 그려질 듯 강렬하지만 캐릭터 각각의 매력도 미묘하게 평이하다. 공모전의 목적에는 확실히 부합하는 스토리이지만 손에 땀을 쥐며 2시간을 앉아있었지만 상영관을 빠져나오면 '그 영화 봤다' 말고는 별다른 감상이 남지 않는 영화를 보고 난 기분과 흡사했다.
* 네이버 이북 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