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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에 나온 엘리스 피터스의 캐드펠 수사 시리즈 1~5권에 이어 이번에 6~10권이 나왔다. 다섯 권 모두 멈출 수 없는 재미를 선사했기에 나머지 시리즈가 어서 나오길 손꼽아 기다렸다. 이번엔 9권 『죽은 자의 몸값』을 읽었다.
왕권을 둘러싼 스티븐 국왕 측과 모두 황후 측의 내전이 계속되던 1141년 2월, 전투 중 슈롭셔의 행정 장관이 포로로 붙잡히고 혼란스러운 틈을 타 오아인 귀네드의 동생은 웨일스인 무리를 이끌고 약탈을 일삼는다. 5권 『세인트자일스의 나환자』에 등장한 손베리의 어바이스는 이제 매그덜린 수녀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포로를 데리고 캐드펠을 찾아온다.
행정보좌관 휴 베링어는 신속히 포로 교환을 추진하지만 갑자기 포로 중 한 명이 시신으로 발견된다. 포로들에게 크고 작은 원한을 품고 있던 과거의 인연들과 오랫동안 가슴에 담아둔 사연들이 쏟아져 나오며 범인을 찾으려는 독자의 추리에 혼란을 일으킨다. 많은 사건을 해결하며 신뢰를 얻은 캐드펠 수사가 다시 살인 사건의 범인을 찾는다. 작은 단서도 놓치지 않는 세심한 관찰력은 이번에도 힘을 발휘한다. 그런데 ‘죽은 자의 몸값’은 목숨으로 갚는 게 과연 맞을까?
“솔직히 말씀드리면 용서가 과연 무엇인지, 제가 그 의미를 제대로 알고 있는지조차 모르겠습니다.” 멜리센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다만 한 사람의 선행을 모두 합쳐도, 그 양이 아무리 엄청나다 해도, 그가 저지른 단 한 번의 죄악을 덮을 수 없다는 서글픈 논리가 낭비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건 세상의 손실이기도 하죠. 그리고 전 더 이상의 죽음을 바라지 않습니다. 한 사람의 죽음으로 충분해요. 또 다른 죽음을 부른다고 먼젓번 죽음이 치유될 수는 없죠.”
엘리스 피터스 『죽은 자의 몸값』 (북하우스, 2024) 339쪽
“(...) 참회에 대해선, 그 자신이 이미 깊이 뉘우치고 있으니 일평생 그 마음을 간직하고 살 걸세. 자네든 다른 누구든 그에게 강요할 수 있는 건 그저 죽음뿐, 마음의 짐은 그 스스로 짊어져야 하는 법이지. (...)”
엘리스 피터스 『죽은 자의 몸값』 (북하우스, 2024) 342쪽
24년 8월에 개정판 1~5권이 나온 뒤 두 달 만에 6~10권이 세상에 나왔다. 이 시리즈가 다시 나오길 기다린 애독자 뿐만 아니라 평소 책 욕심이란 없던 사람도 어쩐지 소장욕을 자극하는 시리즈 10권 박스 셋도 판매 중이다. 먼저 1~5권 세트를 산 사람은 손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가격 혜택에 차이가 있다. 이런 시리즈는 전권 나온 뒤에도 박스 셋이 나올 테니 전집 모으기를 목표로 한다면 완간까지 기다려보는 것도 좋겠다.
* 네이버 이북 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