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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 선정 ‘20세기의 위대한 인물’ 『포브스』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에 오른 오프라 게일 윈프리Oprah Gail Winfrey에 대해 더 설명이 필요할까? 자신의 이름을 건 ‘오프라 윈프리 쇼’로 미국 TV 토크쇼의 여왕으로 자리매김한 그는 1954년 미시시피주에서 태어났다. 올해로 70세를 맞이했다. 이 책 『내가 확실히 아는 것들』은 정확히 10년 전, 그의 나이 예순에 처음 세상에 나왔다.
원제는 『What I Know For Sure』이고 한국어판 제목 역시 이를 그대로 옮긴 『내가 확실히 아는 것들』이다. 제목에 얽힌 사연은 다음과 같다. 때는 1998년, 당시 오프라 윈프리가 출연한 영화 <빌러비드Beloved> 홍보차 영화평론가 진 시스켈을 만난다. 인터뷰 중 그에게 “당신이 확실하게 아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받고 오프라는 혼란에 빠진다. 결국 제대로 답하지 못하고 생각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얼버무린다. 그리고 이 질문은 인생의 가장 중요한 질문으로 자리 잡는다.
그 후 오프라 윈프리는 『O매거진』에 ‘내가 확실히 아는 것들’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14년간 연재했다. 긴 세월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써온 글을 돌아보며 비로소 질문에 답할 때가 되었음을 깨닫고 엮은 결실이 바로 이 책이다. 초판은 총 8장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2024년에 10주년 기념 증보판을 내며 2024년판 프롤로그와 에세이 ‘마음 씀Caring’이 추가되었다.
뛰어난 공감 능력으로 오랫동안 대중의 사랑을 받아 온 사람답게 책의 어조는 친근하다. 그의 영향력과 유명세에 비하면 꽤 소탈한 느낌이다. 자신이 삶에서 깨달은 것을 모은 에세이기에 자연히 자기계발 범주에 포함되지만 기업인들 사이에서 흔한 주제인 ‘성공’보다는 ‘행복’ 그 중에서도 특히 여성의 삶과 행복에 좀 더 초점을 두고 있다.
책을 읽기 전 차례의 각 장 제목을 보고 나는 과연 이 중에서 확실히 아는 게 무엇일까 고민해 봤는데 당황스러울 정도로 선뜻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각 장의 제목 하나하나가 각각 책 한 권씩 쓸법한 주제라는 생각이 들 만큼 삶에서 큰 화두들이었다. 중요하다고 느끼지만 어쩐지 매일 의식할 만큼 신경 쓰지는 않는, 가치를 잊고 지내기 쉬운 주제다.
힘든 시련과 상처를 극복해 온 여성 당사자의 입장에서 과거 자신이 겪은 것과 같은 상황에 지금 머물고 있을 미지의 여성들을 향해 용기의 말을 전한다. 인생의 기쁨을 찾는 법, 실패에 무릎 꿇지 않고 디딤돌 삼아 성장을 향해 도약하는 방법, 소외된 나를 되찾는 방법, 문제를 제대로 마주하는 방법, 소중한 시간을 제대로 쓰는 법 등 오랜 세월 일과 사람과의 관계에서 찾아낸 깨달음을 쉬운 언어로 전달한다.
느낌 좋은 문장이 주는 고양감에 취해 기분 전환 겸 자기계발서를 읽고는 곧장 책장을 덮고 만족하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진지하게 이 메시지에 접근하려는 독자는 하라는 것과 하지 말라는 것이 서로 충돌하는 혼란 속에서 예기치 못한 난관에 처한다. 원대하게 꿈꾸되 너무 허황되면 안 된다, 너를 타인에게 온전히 내어주되 전부는 주지 마라, 지금 당장 네가 꿈꾸는 그 존재가 된 것처럼 행동하되 네 주제를 알아라처럼 모순되지는 않지만 까다로운 요구 앞에서 독자는 미묘하고 비좁은 중도의 길을 찾아야 하는 임무를 떠맡는다.
책을 다 읽을 무렵엔 오프라가 오랜 기간 마음에 품었던 질문이 자연스럽게 독자에게로 넘어온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모두 전달했다. 독자는 단순히 증인이 되기 위해 책을 읽지 않는다. 결국 자기만의 답을 찾아야 한다. 모든 조언을 삶의 지침으로 삼을 순 없겠지만 오프라의 목록을 지도 삼아 내 인생에서 확실히 알게 된 것이 무엇인지 나만의 목록을 정리해 보는 것도 좋겠다.
[다른 점]
반짝 인기에 편승하기 위해 쓴 책이 아니다.
오랜 삶의 경험을 돌아보며 직접 찾아낸 이야기다.
무겁거나 지나치게 비장하지 않다.
독자를 겁주거나 깔보거나 협박하지 않는다.
[아쉬운 점]
자기계발서를 많이 접한 독자에겐 상투적이다.
부담 없이 다가오지만 휘발성도 강하다.
영성에 대한 부분은 독자에 따라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추천하고픈 독자
자기소개서를 쓸 때마다 어려움을 겪는 사람
거들먹거리는 자기계발서에 신물이 난 사람
워밍업 하듯 가볍게 읽을 책을 찾는 사람
일의 의미를 고민하기 시작한 사람
의존적이라는 말을 들어본 여성
* 네이버 이북 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