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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관택시와 운수좋은날
  • 상실과 발견
  • 캐스린 슐츠
  • 16,650원 (10%920)
  • 2024-06-25
  • : 1,905



이 책의 저자 캐스린 슐츠는 작가, 저널리스트, 비평가로 현재 《뉴요커》 필진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5년 태평양 북서부 지진 위기를 다룬 기사로 내셔널매거진어워드와 퓰리처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 책 『상실과 발견』은 전미도서상과 앤드루카네기상 최종 후보에 올랐으며, 2023년에 람다문학상을 수상했다. 옮긴이 한유주는 2003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작가로 다수의 소설집을 펴냈다. 



『상실과 발견』은 저자의 아버지가 세상과 이별하는 과정에서 겪은 혼란과 상실, 그리고 때마침 운명처럼 다가온 사랑의 발견에 관한 이야기다. 이건 책의 큰 흐름을 지나치게 요약한 문장에 지나지 않고 저자는 좀 더 집요하게 ‘상실’과 ‘발견’의 의미를 파고든다. 생각의 경계는 때로는 현미경의 배율을 조절하는 것처럼 때로는 천체 망원경으로 관측하듯이 자유롭게 확장된다. 과감한 전개 방식이 글에 동적인 인상을 준다.



무언가 중요한 것이 사라질 때,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작아지고 이 세계는 그 어느 때보다도 광활해진다. 

캐스린 슐츠 『상실과 발견』 (반비, 2024) 34쪽



첫 번째 장 「상실」은 사소한 물건의 분실로부터 출발한다. 작은 상실부터 생을 뒤흔드는 커다란 상실까지 그때 내면에서 요동치는 감정을 하나씩 포착해 나간다. 왜 우리는 일상에서 잦은 상실을 겪으면서도 매번 당혹스럽고 놀라는 걸까. 누구라도 상실의 순간에 처하면 ‘이 세계가 관습적인 법칙에서 어긋난 것처럼’(32쪽) 보이고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에 어떤 균열이라도 생긴 것’(32쪽)처럼 느낄 것이다. 



인류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상실 너머의 이야기들을 살펴보면 잃어버린 것들은 어딘가에서 ‘반드시 한데 모여 서로를 발견’(50쪽) 하는 이야기다. 어딘가에 다시 존재하리라는, 닿지 않을 하늘 어딘가에라도 우리가 마지막으로 보았던 존재 그대로 있으리라는 믿음. 끝을 알 수 없는 애도의 시간 속에서 저자는 자신의 관점에서 겪은 슬픔을 넘어 궁극적으로 존재의 전부를 잃은 이는 바로 아버지라는 것을 깨닫는다.



내 모든 기억들을 다 모아도 아버지처럼 존재하는 단 하나의 순간도 만들어낼 수 없고, 내가 겪은 상실 전체는 아버지가 경험한 상실 앞에서 창백해진다. 

캐스린 슐츠 『상실과 발견』 (반비, 2024) 99쪽




두 번째 장 「발견」에서 특히 빛나는 부분은 이야기의 구조였다. 왜 운석을 주운 아이의 이야기로 문을 열었는지에 대한 비밀은 이 장의 끝부분에 드러난다. 작가가 계획한 우연, 독자로 하여금 뜻밖의 깨달음에 맞닥뜨리게 설계한 이야기의 구조가 앞서 길게 설명해 온 발견의 본질인 환희와 쾌감을 선사한다. 표지를 수놓은 별들이 새삼 다른 의미로 아름답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독자는 새로운 이야기를 듣기를 원한다. 인류가 지금껏 노래하길 멈춘 적 없는 주제를 다루더라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시각, 다른 해석, 다른 연결 고리를, 무언가를 발견하길 원한다. 세 번째 장 「그리고」는 기존의 회고록과 다른 점을 찾는 독자에게 미처 예측하지 못한 ‘발견’의 즐거움을 선사한 부분이었다. 가족의 죽음과 사랑의 발견에 관여하는 ‘그리고’에 얽힌 이야기. 옮긴이의 말에서 한유주 작가가 남긴 말처럼 나 또한 ‘이 접속사가 이토록 아름다운 권능을 지녔다는 걸’ 깨닫고 놀랐다.




모든 개념들이 세상에 대해 알고 있는 구성요소를 다른 요소와 연결 짓는 ‘결합’을 통해 생성된다고 믿은 철학자 데이비드 흄을 인용하며 결합으로 만들어진 중요한 개념들도 살펴본다. 여자들과 참정권, 인간과 동물, 인간과 권리 같은 개념들을 예로 들며 이어지는 ‘정신적인 수학에서 가장 강력한 연산은 간단한 덧셈일지도 모르겠다’(261쪽)라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소멸은 우리에게 소중하게 여겨야 할 일시적인 존재를, 방어해야 할 취약함을 상기시킨다. 상실은 일종의 외부적 의식으로, 우리에게 유한한 날들을 잘 사용하라고 한다. 우리의 삶은 찰나에 불과하고, 인생을 잘 산다는 건 보이는 모든 것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는 것이다.

캐스린 슐츠 『상실과 발견』 (반비, 2024) 300쪽



책의 후반부는 죽음을 주제로 한 책에서 흔히 도달하는 깨달음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 익숙한 깨달음을 상기시키는 것이 이 책의 유일한 목적은 아니다. 저자는 ‘이해는 우리가 사물 간의 연결고리를 볼 수 있을 때 생성’(262쪽) 되고 ‘우리의 도덕적 능력은 지적 능력과 마찬가지로 이전까지 보이지 않았거나 간과해온 확실한 연결들에 기인’(262쪽) 한다고 설득하며 우리가 연결에 대한 감각을 성장시켜야 하는 이유를 강조한다. 



나는 이 감정이 상호적이리라 생각한다. 내내 아버지의 빈자리가 생생하게 느껴지기는 했다. 하지만 때로 달이 낮에도 보이는 것처럼, 희미하게 그리고 이상하게 아름답게 그러했다. 그저 거기 늘 존재하기 때문에 그런 것처럼. 

캐스린 슐츠 『상실과 발견』 (반비, 2024) 271쪽



이 책을 읽고 마지막까지 내게 선명하게 각인된 부분은 이 문장이었다. ‘때로 달이 낮에도 보이는 것처럼’이라는 비유가 어색하고 어울리지 않지만 얄궂게도 맞붙어 때로 복잡한 감상을 자아내는 인생의 경험들이 사실은 자연스러운 것임을 상기시킨다. 내게도 언젠가 찾아올 상실의 순간에 위안이 될 문장을 미리 찾은 듯하여 기뻤다.



추천하고픈 사람

잃어버린 물건에 대한 애착을 놓지 못하는 사람

세상을 떠난 가족을 그리워하고 있는 사람

애도는 언제 끝나는지 알고 싶은 사람

첫눈에 운명의 짝을 알아볼 수 있다는 걸 믿지 않는 사람



* 이 서평은 네이버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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