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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샌더 밴 데어 린덴Sander van der Linden은 현재 케임브리지 대학교 사회심리학 교수이자 케임브리지 사회의사결정연구소 소장으로 세계보건기구(WHO) 인포데믹 관리단에서 활동 중이다. 인간의 판단과 의사결정에 관한 심리학이 주요 연구분야이고 이 연구로 다수의 연구 논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사회심리학에서 인지과학까지 폭넓게 연구하며 잘못된 정보에 대응하기 위해 사람들에게 어떻게 개입해야 하는지를 설계하고 이를 예방하는 '심리 백신' 아이디어를 주창했다.
사람들은 어쩌다 잘못된 정보를 믿게 될까? 잘못된 정보는 어떻게, 왜 퍼져나갈까? 그리고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 책에서는 이 모든 질문을 다룬다.
샌더 밴 데어 린덴 『거짓의 프레임』 (세계사, 2024) 15쪽
가짜 뉴스와 잘못된 정보에 속지 않는 방법에 관해 자신의 연구에서 밝혀진 모든 정보를 담았다고 밝힌 『거짓의 프레임』은 타인을 설득하는 방법이 아니라 설득에 저항하는 방법을 다룬다. 우리의 정신을 방어하기 위한 저항력을 키우는 방법을 다룬다. 전염병에 대비해 백신 접종을 하듯이 가짜 뉴스에 담긴 심리 조작 기법을 알아보고 심리적 면역력을 기르도록 돕는 것이 책의 목표다.
1부에서는 잘못된 정보에 취약한 이유를, 2부에서는 잘못된 정보가 개인 사이에서 어떻게 퍼져나가는지를, 3부에서는 잘못된 정보를 사전에 반박하고 잘못된 정보로부터 예방하는 방법을 전달한다. 저자가 각 장에서 다양한 사례와 연구 결과를 살펴본 후 뽑아낸 '가짜 뉴스 항원'은 각 장의 마지막 쪽에 요약되어 있다. 핵심 내용을 정리해 두어 책을 다 읽은 후에도 참고하기 좋다.
1부에서 중요하게 표시한 부분은 '음모론적 사고의 7가지 특성'이었다. CONSPIRE로 모순된 논리 Contradictory logic, 전반적 의심 Overriding suspicion, 비도덕적 의도 Nefarious intent, 뭔가가 잘못됐다는 생각 Something must be wrong, 박해받는 피해자 Persecuted victim, 증거에 얽매이지 않는 태도 Immunity to evidence, 무작위성의 재해석 Re-interpreting randomness의 첫 글자를 딴 것이다. 음모론은 전염성이 강해 한 번만 접해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이를 알아채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참고할 수 있는 유용한 지침이다.
3부에서는 심리 조작의 6단계, 이른바 'DEPICT 조작' (불신 Discrediting, 감정 Emotion, 양극화 Polarization, 사칭 Impersonation, 음모 Conspiracy, 트롤링 Trolling)을 각각 상세히 다룬다. 설명을 읽다 보면 온라인에서 한 번쯤 마주한 적 있는 익숙한 수법임을 알 수 있다. 잘못된 정보라면 최대한 접촉을 피하는 것만이 상책이라 생각했는데 요즘 시대엔 개인이 일일이 모든 정보를 검토하고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미리 잘못된 정보를 노출하고 기법을 인지하는 것이 접종 효과를 준다는 주장이 새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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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점은 책 곳곳에서 편집 오류가 종종 보인다는 것이다. 특히 초반부의 오류가 심각하게 다가와서 번역은 제대로 된건가 의심의 눈으로 읽게 된다. 57쪽에 오바마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사진에 대한 설명을 반대로 달아놓았다. 한눈에 봐도 인파가 많은 쪽이 오른쪽 사진인데 글에선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 사진을 (왼쪽)으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사진을 (오른쪽)으로 표시해놨다. 당시 기사를 검색해 보니 내가 생각한 게 맞았다. 저자의 실수는 아닐 것 같고 편집상 오류를 바로잡지 못한 것 같다. 이 부분 말고도 오탈자와 문장 요소 위치가 뒤바뀐 어색한 문장도 있었다. 여기 지적한 오류는 1판 1쇄 기준이니 향후 바로 잡히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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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는 말에 와서야 소셜 미디어 플랫폼의 책임에 대해 언급한다. 자신의 연구결과와 지침을 전달하는 것이 목적인 만큼 이를 전면에 내세우는 태도는 피한 것 같다. 자극적인 소재와 논쟁을 부추기고(또는 방관하고), 폭발하는 트래픽으로 수익을 얻는 구조가 계속 이어지면 언제 어디서든 가짜 뉴스의 함정에 노출될 위험이 높아진다. 그러므로 '우리가 요구해야 한다'라는 문장에 공감하는 한편 자발적으로 개선할 궁리를 하지 않는 기업의 회피적인 태도에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추천하고픈 사람
나도 모르게 거짓 게시물에 낚인 적 있는 사람
가짜 뉴스에 속지 않을 방법을 익히고 싶은 사람
음모론 영상을 공유하는 사람을 막고 싶은 사람
소셜미디어 여론에 휘둘리고 싶지 않은 사람
대화 상대가 봇은 아닐까 의심해 본 적 있는 사람
* 이 서평은 네이버 이북 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