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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이자 작가, 예술강의기획 아트앤소울 대표인 조현영은 2016년에 펴낸 『조현영의 피아노 토크 – 클래식을 즐기는 여섯 가지 방법』(다른)를 시작으로 최근까지 꾸준히 클래식 감상과 음악 교육에 관한 책을 써왔다. 네이버 오디오 클립에서 <조현영의 올 어바웃 클래식>을 진행하고 있으며 2023년에는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명강사로 선정되었다.
『네 인생에 클래식이 있길 바래』는 그의 여덟 번째 책이다. 조금이라도 클래식에 관심이 있거나 강의를 통해 접한 분이라면 이미 친숙한 이름이지 않을까 생각될 정도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나는 클래식에 무지한 편이라 이번 책으로 처음 알게 되었다.
저자의 활동 이력과 펴낸 책을 살펴보니 타깃 독자의 범위 또한 넓어 보였다. 음악실에서 클래식을 처음 접하는 십 대 학생, 교양 삼아 클래식 상식을 쌓고 싶은 초심자 대상의 입문서 뿐만 아니라 심도 깊게 서양음악사를 파악하고픈 독자를 위한 책도 펴냈다.
이 책은 그저 친숙한 클래식으로 독자를 유혹하는 책이 아니다. 20년차 피아니스트이자 클래식 인문학 강의를 이어온 저자가 음악과 인생에 대한 생각을 펼쳐놓은 책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먼저 해야만 하는 일을 묵묵히 해내야 하는 것을 음악을 통해 깨우쳤다’(12쪽)는 저자는 이처럼 음악과 동행하는 인생에서 얻은 삶의 세밀한 통찰을 독자에게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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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클래식을 처음 접하는 이를 위한 1장, 인간관계를 생각하게 하는 2장, 사랑, 일과 성공을 다룬 3장과 4장, 취향을 가꾸는 법을 전하는 5장, 클래식을 더 깊이 있기 즐기기 위한 추가 해설이 포함된 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의 주제와 어울리는 일화가 있는 작곡가들의 사연과 저자에게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음악들을 소개한다. 음표로 띄운 추신에서 작품의 뒷이야기와 감상법과 더불어 바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QR코드를 제공한다.
이는 최근 출간되는 책에서 누릴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다. 예전엔 클래식 입문서를 읽어도 음악을 들으려면 음반을 직접 사서 들어야 했다. 그런데 음반을 사서 들으려고 해도 오케스트라별, 지휘자별, 연주자별로 어찌나 종류가 많은지 뭘 선택해야 할지 도무지 기준을 잡을 수 없어 포기하기 일쑤였다.
이 책에선 저자가 직접 고른 클래식 실황 영상과 앨범 수록곡을 QR코드를 통해 들을 수 있다. 유튜브에서 양질의 음악을 바로 들을 수 있다니 얼마나 놀라운 세상인가 또다시 감탄하게 된다. 재생목록에는 세계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인 연주자들의 연주도 대거 포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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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직접 검색하고 고르는 걱정에서 해방된 독자는 좀 더 여유롭게 클래식과 삶에 관한 저자의 시선을 주목할 수 있다. 클래식은 집중과 침묵이 필요한 음악이다. 상념을 잠시 잊게 만드는 몰입의 순간은 흡사 명상과 같다. 작곡가의 힘든 위기를 반영하듯 구성된 악장별 감상을 접하면 길고 따분하기만 했던 음악에서 삶을 한 장면을 발견하게 된다.
‘도대체 왜 클래식을 들어야 하나?’ 묻는 사람에게 오랜 시간을 견디고 살아남은 고전은 그만큼의 가치가 있다는 말은 어쩐지 해묵은 변명처럼 다가온다. 문학도 그렇고 클래식 음악도 그렇고 고전을 권하는 사람들의 추천사는 왜 항상 판에 박힌 소리 뿐일까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사실 저 ‘세월이 검증한 가치’라는 건 몇 마디 말로 설득할 수도 없거니와 고유한 개인의 경험은 누구도 온전히 전달할 수 없기에 택한 최선의 대답이 아닐까. 각자 지금 처한 환경과 접한 시기에 따라 매번 다른 감정을 자아내는 복잡한 매력이 있으니 그저 직접 읽어보라 직접 들어보라 권할 수밖에 없는 처지인 것이다.
여전히 1시간에 가까운 긴 곡을 집중력을 유지하며 듣기란 쉽지 않지만 인생이든 사람이든 음악이든 익숙해지기 위해선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저자의 말을 믿고 이제부터 천천히 다가가 보는 건 어떨까. 관심은 있지만 바빠서 직접 찾아볼 여력이 없다면 책의 후반부에 실린 수록 리스트와 추천 목록을 전부 모은 통합 재생목록을 들어봐도 좋다.
추천하고픈 사람
음악 수행평가 이후 클래식과 담쌓은 사람
클래식 음악 제목을 못 읽는 사람
클래식 음악 공연이 왠지 불편한 사람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반 클라이번 콩쿠르 영상을 못 본 사람
검색도 귀찮다! QR코드로 바로 추천 음악을 듣고 싶은 사람
* 이 서평은 네이버 이북까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