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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관택시와 운수좋은날
  • 있는 힘껏 산다
  • 정재경
  • 16,200원 (10%900)
  • 2024-04-22
  • : 711


 

저자 정재경은 매거진 에디터, 뷰티 브랜드 마케터를 거쳐 현재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 '더리빙팩토리'를 운영하고 있다. 브런치에 연재했던 식물 200여 개를 돌보며 변화해가는 삶을 다룬 글이 추천작으로 선정되어 『우리 집이 숲이 된다면』 (2018)을 출간했다. 첫 책 이후로 꾸준히 식물과 삶에 대한 책을 펴내고 있다.


 

이 책은 저자가 월간 <샘터>에 '반려 식물 처방'이라는 주제로 33개월 동안 연재했던 글을 바탕으로 엮은 것이다. 저자는 지난 7년을 돌아보며 식물에게서 스스로 사는 법, 자기주도적인 삶을 배웠다고 고백한다. 식물을 곁에 두기 시작하면서 깨달은 삶의 통찰, 식물이 연이 되어 만난 사람들과의 일화, 글쓰기에 대한 헌신과 노력, 꾸준히 이어온 도전을 향한 응원 등을 담고 있다.


 

책은 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과 2장은 비교적 제목과 실린 글들의 주제가 통일성이 있어 요약할 수 있었다. 1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싹을 틔우는은 '생명력'에 관한 이야기, 2장 우리에겐 각자의 이야기가 있다는 식물과 얽힌 '사람들'과의 이야기로 읽었다.


 

3장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은 있는 힘껏 산다는 이 책의 제목을 품은 문장으로 문을 연다. 식물이 힘껏 생명을 이어나가듯 힘을 내보자는 의미를 내포한 글을 모은 것 같은데 여기서부터는 식물에 경탄하는 인간이 아니라 인간 정재경의 삶이 전면에 드러나는 듯하다. 식물의 존재감은 엑스트라로 수준으로 축소된다. 4장 우리는 함께 자란다는 읽으면서 무얼 말하고 싶은 건지 잘 정리가 되지 않았다. 식물은 제목에만 등장할 뿐이고 이어지는 일화들을 주제와 연결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정세랑 작가의 추천사 때문이었다. 정 작가가 어떤 기준에서 추천사를 쓸 책을 선정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정 작가의 소설을 감명 깊게 읽어왔기에 나름 신뢰와 호감을 갖고 있었던 모양이다. 정재경 작가의 첫 책을 읽고 식물과 함께 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꾼 경험이 있다고 언급했기에 궁금했다. '생명들과 단절되어 고립된 현대인들에게 연결점을 다시 찾아주는 글을 쓴다.'라고 정리하기도 했다.


 

벌써 여섯 번째 책이라고 하는데 나에겐 이 에세이가 첫 책이었다. 작가에 대해 너무 모른다는 생각이 도서관에 첫 책 『우리 집이 숲이 된다면』도 찾아 읽었다. 취미/원예 카테고리의 책이고 좀 더 실용적인 목적에 초점을 맞춘 책이다. 브런치에 연재했던 글이어서 그런지 사람들에게 좋은 것을 더 널리 알리고픈 의지가 곳곳에서 묻어났다. 실내 공간을 아름답게 채우고 있는 식물을 찍은 사진들도 감각적이다.


 

첫 책의 출간 시점을 생각하면 한국에 반려식물, 식집사 같은 말이 유행하기도 전에 앞서 플랜테리어 트렌드를 선도한 인물 같았다. 공간에 적합한 식물을 나름대로의 시행착오 끝에 정리한 부분은 그야말로 초보자들에게 유용한 꿀팁으로 가득했다. 자신의 경험을 전달하는 것에 작가 스스로가 신난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책을 읽은 뒤 이 책을 다시 읽으니 느낌이 달랐다. 마감의 피로가 느껴지는 글이랄까.. 왜일까 주제가 좀 더 진지해져서일까. 아쉬웠다.


 

이것은 곁다리인데 『있는 힘껏 산다』를 읽는 도중 정세랑 작가가 공저로 참여한 책에 관한 에세이도 읽게 됐다. 거기서 우연히 그가 추천사를 쓰는 이유도 알게 되었다. ‘이 책이 의미 있으니 한 번이라도 들여다봐주세요’ 하고 말을 거는 목적이라고 했다.


 

추천사가 책의 판매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함에도 계속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향 없음의 가뿐함 속에, 번거로운 애정을 쏟아보는 일’이라고 말했지만 나처럼 내적 친밀감이 생긴 인물의 독서 취향에 대한 호기심으로 책을 고르는 독자도 있으니 아주 소용없는 방법은 아닌 것 같다.



알고 보니 정세랑 작가는 추천사를 꽤 많이 쓰는 편이라고 한다. 그래서 나름의 추천사 쓰기 기준도 세워두었다는데 나는 그동안 그가 뿌린 씨앗을 많이 발견하지 못했다. 내가 그의 추천사를 쏙쏙 찾아내기엔 관심사가 협소했을지도 모르겠다 생각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 기대와는 달라 조금 아쉬웠지만 그럼에도 다음번에 발견할 책에도 관심을 가져보려고 한다.

 


시간순으로 정리한 것인지 편집 과정에서 분리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연재한 글에 편차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3부와 4부는 식물 에세이라는 테마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글로 다가왔다. '반려 식물 처방'이라는 주제 아래 잡지에 이런 글을 실었다니 조금 의아했다. 허나 에세이에 정해진 틀은 없으므로 후반부의 글은 식물로 촉발된 다양한 영감을 풀어놓는 시도로 보았다.


 

지금 내가 궁금하고 관심을 갖는 것이 무엇이냐에 따라 이 책을 읽고 다가오는 감상이 다를 것이다. 내겐 1,2부가 좀 더 인상적이었지만 누군가에겐 인간적인 고민이 돋보이는 3,4부가 와닿을지도 모른다. <샘터> 연재 원고를 모은 것이라 각 글의 분량이 일정하고 읽기 쉽다는 점은 에세이라는 장르를 가벼운 마음으로 읽고 싶을 때 찾는 독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장점이다.


 

<추천하고픈 사람>

손에 들어오는 식물이란 식물은 족족 죽이는 프로 식물 암살단

삶이 고달플 때마다 자연을 찾는 사람

물가보다는 숲이나 산을 좋아하는 사람

식물을 가까이했을 때 겪게 되는 변화가 궁금한 사람

생물 다양성과 지속 가능한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

 


* 이 서평은 네이버 이북까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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