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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고양이와 나
  • 산토끼 키우기
  • 클로이 달튼
  • 17,100원 (10%950)
  • 2026-01-15
  • : 2,035

내 독서 버킷 리스트 중 하나는 논픽션 북클럽을 하는 것이다. 내년이 될지, 내후년이 될지 모르겠지만, 이 아름다운 책이 논픽션 북클럽의 첫 책이 될 것이다. 


작년 논픽션 분야에서 상도 많이 탔고, 좋은 책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야생의 산토끼(Hare) 를 키운다는 것이 H is for Hawk (메이블 이야기)랑 비슷한 이야기이지 않을까 싶어 미루고 있었다. 좀 힘든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 고양이를 키우는 나는 고양이 책을 실용서 외에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동물 좋아하지만, 많이 가리는 편이고, 소설을 읽어도, 동물 나오면, 구글에 ㅇㅇ 죽나요? 검색해보는데, ㅇㅇ ㅈ까지만 검색해도 자동완성 되는거보면 나같은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산토끼 이야기가 특별했던 것은 산토끼가 결국 죽어도 책을 끝까지 잘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는 것이다. (검색해보긴 했다. 안 죽음) 


어떤 책들은 앞에 한 두장만 읽어도 이거다 싶은 책이 있는데, 이 책 또한 그렇다. 프롤로그만 읽어도, 야생의 아기 산토끼를 향해 달려가는 개 짖는 소리만 들어도 아기 산토끼가 되어 두근두근 두근두근 


정치 고문이자 외교전문가로 일중독자였던 저자는 세계가 멈췄던 코로나 시기 시골에 지어두었던 자신의 집에 머물게 된다. 그곳에서 길에 노출되어 있는 갓 태어난 산토끼를 마주하게 되고, 순간 그대로 놔둬야할지, 데려가서 봐줘야할지, 안 보이는 수풀 속으로 넣어줘야 할지 고민하다 사람 냄새 묻히면 안 될 것 같아 그대로 두고 온다. 시간이 지나 다시 돌아온 곳에 새끼 산토끼가 그대로 있는 것을 보고, 최대한 냄새를 덜 묻히기 위해 천으로 덮어 집으로 데리고 가서 근처에서 농장을 하는 언니에게 SOS 를 보낸다. 


동물 친화적인 언니와 달리 도시인인 그녀는 가뜩이나 산토끼를 집에서 키우기 어렵다는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새끼 산토끼를 살리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게 된다. 분유를 타 먹이면서 야생으로 돌아갈 수 있게 접촉을 최소화하며 산토끼와 함께 살게 된다. 그렇게, 야생을 집에 들인 그녀의 공간은 점점 더 야생에 자리를 내주게 된다. 


산토끼의 개체수가 많이 줄어든 것은 인간 때문이다. 인간의 효율을 위한 기계식 농업으로 인해 살던 터가 없어지고, 숨을 곳과 쉴 곳이 없어지며, 트렉터에 갈리고, 찢긴다. 산토끼는 흔한 동물이었다가 지금은 보기 힘든 동물이 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산토끼에 대해서 공부하게 되는데, 알려진 정보가 거의 없고, 얻을 수 있는 대부분의 지식은 산토끼를 잡는 수렵인들로 부터 왔고, 몇 세기 전에 산토끼를 키웠다는 시인의 시에서 겨우 무엇을 먹는지 알 수 있었다. 


저자와 함께 독자 또한 산토끼에 대해 새롭게 알아가게 되고, 왜 부정적인 이미지로 책에 묘사되는지 (토끼와 거북이의 교활한 이미지라던가)에 대해서도 이유를 찾는다. 앞으로 책에서 Hare 보면, 무슨 이야기이든 클로이의 산토끼에 대해 떠올릴 것 같다. 


반려동물로 진화하지 않은 야생의 산토끼, 그거 아시나요? 산토끼가 치타보다 빠르다는 것? 그렇게 빠르고, 잘 도망치고, 잘 경계하고, 예민한 산토끼는 그런 특성으로 인해 취미 사냥감으로 잡혀서 죽고 있다. 사냥이 취미다? 욕하고, 저주하고. 


코로나 시기에 결코 멈추지 않고, 가속하기만 할 것 같은 세상이 멈추었고, 그 멈춘 세상에서 사람들은 각각 무언가를 배웠다. 저자는 새끼 산토끼로 인해 그 시간에 더 많은 성찰을 하게 되고, 새로운 관점을 얻게 된다. 


"가끔 책상에서 빠져나와 녀석을 가만히 바라보곤 했는데, 녀석의 차분하고 평온한 모습이 놀라웠다. 산토끼가 지닌 평온함과 안정감을 오랜 세월 나의 삶을 지배했던 미친 속도감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의 삶은 늘 긴장의 연속이었고 온갖 예측할 수 없는 일들과 스트레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렇게, 자의와 타의로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놀랍게도 자연으로 확장하게 된다. 야생 산토끼와 함께 비와 바람 또한 집으로 들이게 된다. 인간이 없앤 생울타리를 주변 농지 주인들의 협조하에 이전으로 돌리고, 나무를 심고, 풀을 심는다. 이렇게 땅을 사서 보존하고, 터를 내주는 것, 아무것도 없는 땅을 숲으로 만든 그 인도인만큼 대단히 큰 뭔가는 아니지만, 그렇게 자신이 가진 집과 땅을 이전으로 돌려 생태계를 만들어주는 것 또한 대단하다. 


부정적이기만 했던 야생의 동물을 죽이고, 씨를 말려버리는 인간의 무심함과 잔인함과 끝없는 욕망에 대한 회의는 지난 번 '호랑이는 숲에 살지 않는다' 에서 보전생물학에 대해 알게 되면서, 약간의 희망으로 돌아섰다. 비관적인 태도는 아무짝에도 쓸모 없고, 희망과 행동만이 현실을 조금이라도 나아지게 만든다. 덜 나빠지게 만든다. 나빠지는 속도를 줄인다. 그 연장에서 이 책을 읽게 되어서 다행이다. 약간의 희망에 약간의 희망이 더해졌다. 


이 외에도, 야생의 산토끼를 야생으로 두기 위한 동시에, 그의 집을 은신처로 삼은 산토끼를 존중하며, 외출하는 산토끼를 불안한 마음으로 지켜보는 그 마음이 뭔지 너무 잘 안다. 돌보는 길고양이들도 많이 생각났고, 곰 생츄어리의 곰들도 생각났고, 많은 길 동물들과 숲 동물들, 그들을 위해 애쓰는 사람들도 생각났다. 


"동물에 대한 애정이 전혀 다른 감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인간과의 관계에서처럼 온갖 후회와 복잡미묘함, 타협으로 얼룩지지 않은 감정이었다. (...) 말로 소통할 수 없다보니, 우리는 동물들의 필요를 이해하고 채워주기 위해 우리 자신을 확장하고 그 대가로 그들과 함께 하는 기쁨과 재미를 누린다. 그들의 삶이 우리의 삶보다 훨씬 짧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우리는 언젠가 다가올 피치 못할 고통에 대비해야 한다. 어린 산토끼가 죽으면 내가 엄청난 고통과 슬픔을 느끼게 되리란 것을 알았고 생각만 해도 몸이 움츠러들었다." 


저자의 글이 너무나 아름답고, 묘사 글쓰기의 정석 같고, 서술이 대단해서, 읽으면서 감탄하고, 질투나고, 아이들과 같이 읽으면서 글쓰기 훈련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바로 들 정도였다. 


"처음 보았을 땐 털이 젖은 흙 빛깔 비슷한 짙은 갈색 같았다. 그러나 한 가닥씩 찬찬히 살펴보니 한 올의 털에 짙은 갈색과 엷은 갈색이 번갈아 나타났다. 처음엔 잘 이해가 안 갔지만, 얼마 후 그것이 '아구티 색상 agouti colouring'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구티 색상은 한 개의 털에 여러 색의 띠가 나타나는 현상을 일컫는 말로, 산토끼를 비롯한 수많은 야생동물들에게 필수적인 위장 기능이며 수천 년에 걸친 자연 선택의 결과였다. (...) 눈가의 엷은 색 털은 마치 눈화장을 한것처럼 둥글게 검은 테가 둘러져 있었다. 목털은 세상에서 가장 보드라운, 식어버린 재의 회색이었고 그 어느 부위보다도 털이 짧고 가늘었다. 코와 입 주변은 상아색이었고 조그만 입은 항상 놀란 것처럼 조그만 'O' 모양으로, 그을음 같은 털이 테를 둘렀다. 콧구멍도 어두운 회색 털이 테를 둘렀다. 등에 난 털은 얼룩덜룩하고 수북했다. 귀는 아래쪽이 좁고 위로 갈수록 점점 넓어지다가 다시 끝으로 갈수록 가늘어지고 뾰족해졌다. 귀 끝부분은 얼마나 새카만지 마치 먹물에 담근 것 같았다. 앞발도 페인트를 밟고 지나간 것처럼 끝부분이 희었다." 


산토끼의 꼬리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동그란 솜털 방울 모양이 아니었다. 길쭉한 막대처럼 생겨서 양쪽으로 살랑거릴 수 있었다. 꼬리 윗부분은 거친 회색 털로 덮여 있었지만, 아래쪽은 눈부시게 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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