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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고양이와 나
  • 호랑이는 숲에 살지 않는다
  • 임정은
  • 18,000원 (10%1,000)
  • 2025-08-13
  • : 683

보전생물학 : 인간과 동식물이 서식지를 지킬 수 있게 하는 실천적 학문


보전생물학이라는 학문을 이 책에서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보전생물학은 단순히 동물을 연구하고 보존하는 학문이 아니라 인간이 동식물과 그 서식지를 함께 지켜나가겠다는 분명한 목표를 가진 실천적 학문이라고 한다. 


저자에게 보전생물학의 정신은 "사랑과 호랑이의 공존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면 무엇이든 한다." 이다. 


멸종 위기의 생물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파괴되는 생태계를 보호하고, 복원하는 것 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개입하여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보존과 복원, 그리고 '공존' 이 함께 가야 하기 때문에 생물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 전체를 들여다보게 되고, 멸종 위기로 모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인간과의 공존을 위한 인류학, 사회학, 경제학 등을 함께 공부해야 한다. 


저자는 대학생 때 대전의 오월드에서 아무르 표범의 실물을 보고, 이 일에 뛰어들기로 결심하고, 앞만 보고 달려왔다. 보존 생물학이라는 알 것 같지만, 몰랐던 개념과 활동을 실감나게 소개시켜주는 것과 함께 저자의 삶의 방향성과 추진력, 회복 탄력성 등이 놀라웠다. 제인 구달 전기 볼 때와 비슷한 느낌. 맨 땅에 헤딩하면 머리나 깨질 것 같은데, 큰 목표 하나를 정하고, 내 모든 선택들을 그 목표로 가는 길로 집중하면, 기회들이 오고,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다. 


멸종 위기의 생물을 보존하는 것을 생각하면, 인간 싫어, 인간 나빠, 인간 몰아내로만 머리가 돌아갔는데, 전혀 그렇지 않고, 아니, 여전히 인간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어떤 일도 해결되지 않고, 체스 둘 때처럼 굉장히 여러 수를 앞서 보고, 다양한 경우를 대비하는 일이라는 것이 놀라웠다. 예를 들면, 러시아의 보존 활동을 돕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한국에서도 주요한 일이라고 하면, 왜인가 싶지만, 러시아의 표범이 북한과의 국경을 넘어 한반도로 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만, 한반도에서는 인구 밀도가 높고, 개발되지 않은 곳이 좁아서 자리 잡기 힘들거라고 보고 있지만, 확률이 있다면, 가능성을 열어두고,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다. 그렇게 작은 가능성들이 모여서 뜻하는 바에 가까워진다. 


보전생물학은 생물 다양성의 위기와도 떼어 놓을 수 없는 주제인데, 저자는 이를 젠가 게임에 비유하고 있다. 하나씩 하나씩 멸종해가며 생태계가 무너진다면, 결국에는 와르르 무너지는 것은 필연적이다. 


보전생물학을 연구하고, 활동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진짜 거의 가능성이 없는 일에 바위에 계란 부딪히듯 계속 시도하다가, 아, 여기까지인가보다 하면 뭐가 보이고, 아, 여기까지인가보다 하면, 또 뭐가 보이고, 그렇게 실질적인 일들을 해낸다. 


저자가 오지의 보존 구역에 자리 잡고 살며 정부와 트러블이 있는 부족들에 접근할 때 '의료'와 '교육'으로 다가간다. 의료와 교육이라고 하니 거창하고, 단체나 기업이 해야 할 것 같지만, 저자는 혼자 그 둘을 다 한다. 교육을 받고 싶어하는 아이들에게 영어 수업을 해주고, 구급함의 비상약을 아낌없이 푼다. 그렇게 사람들의 마음을 열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동물과 사람간의 공존의 해답에 가까워진다. 불법으로 보존 구역에 자리잡고 있지만, 그 곳에 경제적으로 자리잡고 있는 이들을 위해 호랑이 기념품을 만들어 팔 수 있게 하면서 돈도 벌고, 호랑이에 대한 긍정적인 마음도 자리잡게 하고, 마주쳤을 때의 방법들도 교육하는 등, 다양한 접근 방식을 취한다. 


어려운 일들이 끊임없이 사방에서 닥쳐올 때 그가 받은 조언은 '하려는 일이 목표에 부합하는지만 생각하고, Yes 면 Go' 

사명감과 애정, 보람이 있는 어떤 일에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다할 수 있다는 점이 부러웠다. 

이 책을 읽다보니, 나도 뭔가와 싸워보고 싶다는 마음이 불쑥불쑥 들었고, 내가 하는 일, '읽기'로 싸울 수 있는 일이 뭔지 생각해봤고, ㅇㅇㅇㅇㅇㅇ와 싸우겠어! 혼자 으쌰 했다. 


생물들은 점점 멸종해 가고, 지구는 망할 일만 남은 줄 알았는데, 이 책을 보다보니, 그렇지만은 않다는 걸 알고 놀라웠고, 꼭 지켜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다보면, 할 일이 생겻을 때 더 잘 할 수 있겠지. 


세계를 누비며 멸종과 공존을 위해 애쓴 저자가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영어 공부를 소흘히 하지 말라는 것이다. 실시간으로 상대의 신뢰를 얻어내야 하는 커뮤니케이션 현장에서 영어는 여전히 강력한 도구다. 영어 실력은 열정이나 능력 못지않게 중요한 경쟁력임을 실감한다고, 조금 뜬금 없는 것 같지만, 전 세계를 상대로 하는 일에서 너무 당연한 이야기여서 마지막으로 적어두었다. 


책 안의 내지 디자인이 예쁘다. 이런 에세이들에 글의 양이 부족한 경우들이 종종 있는데, 글도 많고, 이야기도 꽉 차 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동물원의 역할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러니깐, 나는 그게 문제다. 인간 싫어, 동물원에 전시 싫어, 하고만 있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그 간격을 줄이는 일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멸종 위기의 동물일수록, 다양한 유전자 보존이 중요하고 (근친으로 약한 개체가 나오기 쉽기 때문에) 이 책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근래 곰 생츄어리, 말 생츄어리들, 청주 동물원 같은 곳들 보면서 보호하고, 마지막을 책임지는 장소로서의 역할이 강화되는 것에 대해 뭐든 보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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