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책과 고양이와 나

다시 달리고, 계속 읽고, 새로 쓰고. 

그렇게 25년의 마지막 달을 보내고, 26년을 맞이하려 한다. 


25년은 잊혀지지 않을 해이다. 많은 일이 있었다. 

새로운 일이라곤 없을 나이 같은데, 많은 새로운 일들이 있었다. 내 뜻대로 되는 일도 있었고, 내 의지와 상관 없이 일어나는 일도 있었다. 


지난 10월에 첫 하프 트레일 러닝을 나갔다. 연습도 안 하고, 20키로 뛰어본 적도 없고, '부상 없이 완주'만을 목표로 했다. 

원래는 '부상 없이 컷오프 타임 내에 완주' 가 목표인데, 12.3키로 지점의 첫번째 CP를 2시간 20분 안에 들어갈 수 없다는 걸 알았다. 10월 대회는 국제대회로 소위 고인물 대회였다. 10키로 트레일 러닝 레이스도 늘 꼴지로 들어왔던 나는, 항상 함께 가면서 러닝 메이트 해주던 동생의 허리 부상으로 첫 솔로런을 달려야 하기도 했다. 


결말부터 말하자면, 역시나 첫 CP에 10분도 넘게 들어와서 DNF 되었고, 출발점이자 골인점으로 돌아가다 하프 주자들 경로에 끼어서 완주 하루방도 받아왔다. DNF를 해도 15키로 넘게 뛰어야 했던 하프 코스. 끝도 없는 계단과 오르막이 힘겨웠지만, 그래도 세번째라고, 그렇게까지 힘든 기억으로 남지는 않았다. 10키로보다 코스도 좋았고, 날도 살짝 흐리고, 빗살나는 달리기 좋은 날씨였다. 제주의 오름과 숲은 아름다웠고, 거의 시작하자마자 3키로만에 홀로 뒤쳐져서, 왠 머리카락 없는 마실 차림의 외국인 아저씨 한 명만 보고 가고 있었는데, 그 아저씨마저 5키로 지점 좀 넘어 사라졌다. 


예견된 DNF 였지만, 완주만은 하고 싶었어서, 내가 완주할 수 있는 건 좀비밖에 없다. 좀비가 쫓아온다고 생각하고, 죽어라 산을 타는거야. 그래서 좀비 오더블을 챙겨두고, 좀비와 사투하며 징징대는 주인공의 절규를 들으며 달렸다. 

얼마나 뒤쳐졌는지, 누가 뒤에서 달려오면서 몇 키로냐고 묻길래, 20키로라고 답하며 대화를 나눴는데, 150키로 선수였다! 전날 밤에 출발한! 대회 가이드를 보면서 정말 궁금했던 것들을 물어봤고, 서른 시간 넘게 잠 안 자고 계속 달리는거래! 대단하다. 멋지다. 그렇게 150키로, 100키로 선수들을 봤고, 소중한 기억으로 남았다. 


완주는 못했지만, 그렇게 좋은 기억으로 남았고, 훈련도 잘 했다. 비바람 치던 날 10키로 트레일 러닝 레이스와 비슷한 시간에 들어왔고, 그 날보다 훨씬 덜 아프고, 덜 힘들었다. 동생이 정류장에 내려줘서 버스 타고 집으로 돌아와 바로 리딩을 했다. 대단하다 싶지만, 리딩만은 언제든 할 수 있지. 그 전 트레일 러닝때도 돌아와서 리딩 했었다. 


여튼, 그렇게 달리고 와서 11월에는 영독모임을 시작했고, 아침 독서 모임을 시작했고, 이스탄불과 리딩을 시작했다. 그렇게 새로 시작하는 일들 신경 쓰느라 (시간은 여전히 많았지만) 달리기도 두 번 밖에 안 하고, 12월을 맞이했다. 식비식단방 하고, 건강식단 하려고 노력했는데, 확 무너진 한 달이었고, (하지만, 새로 시작한 세가지가 다 너무 재밌음) 설마설마 했는데, 인생 최대 체중을 찍어버렸어. 또! 


내년 목표중 하나가 트레일 러닝 레이스 4회 참가, 마지막은 하프 컷오프 완주하고, 내후년 치앙마이 트레일 러닝 신청인데, 

체중 줄여야 목표대로 달릴 수 있다. 트레일 러닝이 나이대는 높은 편이고, 여성 노인, 남성 노인도 종종 보이는데, 체중만은 내가 제일 과체중이지 않을까. 모래 주머니 달고 훈련하는 느낌으로 지방을 이마아안큼이나 달고 달리기 하고 있잖아. 

그러니, 그걸 내려놓으면 얼마나 몸이 가볍고 잘 달려질까. 


달리기도 시작하고, 식단도 시작하면서 1주일에 500그람씩, 한 달에 2키로씩 감량하는 목표를 세웠다. 


그리고, 달리기 기록 계속 하려고 했는데, 오늘부터 드디어 인스타에 달리기와 오더블, 오더블 런 기록 남기기로 했다. 

사시사철 아름다운 내 동네도 좀 남기고. 




두 달만에 나갔더니, 힘들어. 10분 26초대 페이스 뛰면서 평균 심박이 152고! 케이던스 167인거 보면, 

그래, 열심히 달렸네. 싶지. 지난 하프때는 어땠냐면, 내가 원래 트레일 러닝할때만 170대까지 심박 올라가고, 170대 올라가면 속이 울렁거리면서 토할 것 같은데, 지난 하프 때는 평균 심박이 169가 나오고, 최고 심박이 193까지 올라갔다. 그니깐, 난 열심히 했어. 과체중과 훈련부족으로 컷오프타임내 완주할 수 있는 역량이 안 되었던거고, 그러거나 말거나 즐겁고, 보람됐죠. 









말 잇지, 아, 놔, 인스타는 수정도 되는데, 오타를 박제해버렸.. 


여름에 열심히 달렸다. 30도 넘는 새벽에 매일 6키로, 7키로 한시간 넘게 달려댔다. 

땀에 흠뻑 젖으면서, 여름 달리기는 경험치 두 배~ 하면서. 매일매일

페이스도 빨라졌고, 점점 강해지는게 느껴졌는데, 

쉬다가 다시 달리려니, 다시 시작하는 기분과 몸이다. 하지만, 열심히 달린 시간을 몸과 마음이 기억하고 있으니, 금방 다시 잘 달릴 수 있고, 더 잘 달릴 수 있을거라는 믿음이 있다. 체중 감량하는 것도 재밌겠지. 달리기도 매일 하면 점점 더 재미있어 지겠지. 11월에 시작한 모임들 12월에는 더 잘 자리잡겠지.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