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명의 가부장이 있다.
한 명은 온동네 땅이 다 자기네 땅인 지주집안의 치과의사고,
밖에서는 신사지만 부인과 딸은 매로 교정하는 소시오패스다.
다른 한명은 없는 집안의 운동선수 출신으로 보안업체 팀장이고
아버지의 폭력에 대한 트라우마에 시달려서 아들을 세상 둘도 없이 소중히 아끼는
사랑 넘치는 아버지다.
자신만만하고 야비한 소시오패스와 소심하고 정많은 유약한 가장은
그러나 자식의 안위와 복수를 놓고는 똑같은 선택을 한다.
내 자식은 금쪽같고 자신은 그것을 지킬 의무가 있으며
그러기 위해 혹은 자식을 잃은 복수를 위해 백명도 죽일 수 있는 사람들.
이걸 부성애라고 할 수 있을까?
둘의 인성과 사고방식이 판이하게 달라도 결국 선택이 같다면
그 둘은 정말 다른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가족중심주의, 더 세부적으로는 가부장이 다른 가족 구성원을
자기의 소유이자 자기가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더 나아가서 내 가족을 지키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
(다른 누군가를 해치는 것 조차도)는 생각은
개인의 기질적 특성을 뛰어넘어 우리 모두를 폭력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닐까
후반부를 읽는 내내 불편했다.
나라도 이런 선택을 할 수 있으니까
생각하게 만드는 불편한 책이다.
우리 안의 모순과 야만을 확실히 보게하면서
장르적인 쾌감을 줄 수 있는 좋은 책이다.
누구에게든 일독을 권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