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에게 이런 못된 짓을 한 놈이 처벌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놈이 매일 아침 감옥에서 내 아이를 해친 걸 후회하길 바래요."
리키 엄마의 말이지만, 책 전체에서 두 사람이 비슷한 말을 한다. 리키의 할아버지, 그리고 어벤저.
앞의 말 자체가 책의 핵심 아이디어를 분명하게 요약한다.
아이에게 나쁜 짓을 한 나쁜 놈을 처벌할 수 없다.(외국 도주)
복수는 법의 심판을 받는 걸로 한정한다.(직접 살인하지 않는다.)
아이라고 하기엔 어쨋든 법적으로 성인인 딸이 잔인하게 살해당한다. 변호사였던 아버지 덱스터는 베트남 전투 경험을 살려 딸의 살해범을 집요하게 추적해서 죽인다. 그러나 살해 경험은 그에게 만족감을 주지 않고, 그는 자신과 같은 경우를 당한 가족들에게 특정잡지로만 은밀하게 연락을 받아, 가족살해범이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게 청부납치 부업을 한다.
설정이 좀 과한 면이 없지 않다. 리키는 하필 엄청난 대부호의 외동딸의 외동아들이다. 이 도련님은 특별히 착해서, 세르비아 참상이 너무 마음이 아픈 나머지, 제대로 보호도 받기 힘든 조그만 단체를 현지에서 찾아서 난민을 도와준다. 거기서 하필이면 세르비아 전체에서도 가장 흉악한 놈을만나 너무나 끔찍하게 죽는다.
그러나 세르비아의 현실을 간명하게 요약하는 작가의 글솜씨는 조금 과한 설정에도 덮어놓고 따라가게 만드는 힘이 있다. 세르비아와 베트남 같은 복잡한 전쟁을 간결하게 정리하는 필자의 능력은 작품의 스케일을 어마어마하게 끌어올린다. 추리소설에서 이만한 스케일을 가진 작품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초반 전개의 흡입력에 비해, 악당의 철옹성에 잠입하는 장면이 조금 길어지면서 늘어지는 느낌이 있긴 하지만, 여름 휴가용 소설로 이만한 소설을 만나기도 쉽지 않다.
마지막으로 복수를 법의 심판으로 한정하다보니, 사적복수가 가지는 일탈의 쾌감, 혹은 딜레마나 고뇌, 복수 후의 황폐함 같은 건 찾아보기 힘들다. 장르소설로서는 적절한 제약인거 같기도 하지만, 역시 설정이 조금 과한 면이 있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