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다 읽고 후기를 읽기 전까지, 코넬 울리히가 윌리엄 아이리시인지 몰랐다.
하지만 읽다보면 독자를 이야기로 끌고가는 솜씨가 결코 범상치 않음을 바로 알 수 있다. 그리고 그가 끌고가는 이야기도 흔한 추리소설의 범주를 훌쩍 뛰어넘는다.
이 소설을 장르 소설로만 읽는 것도 일종의 모욕이다. 히치콕이 스릴러 장르의 자장을 넘어선 대가인 것 처럼 말이다.
스토리는 상당히 간단하다. 유복하게 살던 부녀가 예언자를 만난다. 이 남자는 미래를 맞추지만 점술사는 아니고 단지 미래를 보는 자다. 그들의 합리적 이성의 세계는 금이 가고, 아버지는 점차 예언에 의존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전해들은 미래는 죽음이다. 부녀의 세계는 붕괴한다. 현실세계공권력이 개입하여, 예언자의 배후를 조사하고, 부녀를 예정된 운명에서 보호한다. 그러나 결국 모든 것이 예언대로 끝난다.
이 소설은 현대 미국을 배경으로 장중한 비극의 그림자를 만들어낸다. 모던한 도시에 고딕적인 으스스함을 드리운다는 설정은 배트맨과 유사할지 몰라도 그 깊이는 사뭇 다르다. 갱단 같은 물리적인 악이 아니라, 저항할 수 없는 운명의 비극적 정조는 최신 스포츠카를 모는 아름다운 딸과 그녀의 잘생기고 성공한 아버지의 부족함 없는 삶에 스며들어가는 광경은 조금 과장된 듯 하면서도 오히려 그 점이 더 매력적인 기묘한 정취를 풍긴다.
가장 탁월한 장면은 예언의 시간 직전, 부녀와 형사가 룰렛 게임을 하는 장면이다. 아버지는 운명을 상대로 베팅을 한다. 그는 빨간색, 피, 생명, 활력의 색에 건다. 처음엔, 돈, 집, 소중히 간직한 개인적 보물, 심지어는 딸까지도. 그러나 결과는 매번 죽음, 고통, 병, 끝을 상징하는 검은 색이다. 광기에 빠져 사랑하는 딸마저 룰렛에 거는 광경은 무시무시하면서도 매력적이다. 삶에 대한 열망과 죽음에 대한 공포, 부질없는 저항, 그리고 버릴 수 없는 희망이 책을 놓을 수 없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