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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돌이의 굴
  • 글래스 호텔
  • 에밀리 세인트존 맨델
  • 3,510원 (10%190)
  • 2022-05-31
  • : 2,372



2017년, 미국에서 22살의 젊은 여성이 중절도죄로 체포되면서 세간을 떠들석하게 한 바가 있다.

독일 사업가의 딸을 위장하고, 수십조원의 상속녀가 될 거라는 거짓말과 함께 명품을 두르며

남의 돈을 갈취하던 그녀- 뉴욕 사교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가짜 상속녀 '애나 델비'의 이야기다.

실제로는 트럭 운전수 아버지와 주부인 어머니를 둔 평범한 젊은이의 위선이 어떻게 통했는지는 자세하게 알아볼 필요는 없다. 우리가 얼마나 외적인 이미지에 사로잡혀 있는지 알게 해주는 사건이었다 정도로 충분하다.

'애나 델비 사건'을 말하는 이유는 하나다.

실제 사건이었다는 <글래스 호텔>의 모티브라서? 아니다.

지금부터 얘기할 이 소설의 모티브가 된 '2008년 폰지 사기 사건' 역시 누군가의 허황된 심리를 이용한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두 사건에는 10년도 넘는 큰 시간 차가 있지만 강산이 변해도 사람은 바뀌지 않았다.

세상은 여전히, 아직도 사기꾼들이 넘치는 세상을 그려내고 있다.

<글래스 호텔>도 그러한 세상을 그려내고 있다.

『그녀로 하여금 돈의 왕국에 계속 살게끔 하는 것은 예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돈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전제조건이엇다. 돈이 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를 주기 때문에. 단 한번도 돈에 쪼들려본 적 없는 사람이라면 이런 자유가 얼마나 심오한 것인지, 이것이 어떻게 삶을 완전히 뒤바꿔놓은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글래스 호텔> 본문 중-

<글래스 호텔>의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두 사람, 폴과 빈센트 남매의 선택과 갈림은 결국 도덕인가, 부인가, 자유인가를 둔 인간의 끊임없는 경계선을 지나는 삶에 대해 말하고 있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쫓겨났지만 원하는 꿈과 자유를 이룬 폴과 자유롭게 살다 호텔 ceo 조너선을 만나 그의 아내가 되어 달콤한 부에 휩싸이다 몰락하게 되는 빈센트의 삶이 대비되어 둘이 추구했던 삶의 가치에 대해 더 역설적으로 접근하게 해준다. 물론 폴의 마지막 인생도 정말 과연 원하는 만큼 가치 있었는가에 대해선 좀 더 논의해볼 여지가 있겠지만...

부유하고 황홀한,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삶을 연기하는 실제 삶의 주인공들은 정말로 행복할까.

어쩌면 자신이 해온 과거의 얼룩들을 그저 '실패'라고만 여길지도 모른다. 타인의 믿음과 희망을 거름삼은 실패 말이다.

<글래스 호텔>은 한 사람의 실패가 연이어 불러오는 희생적 결과에 대해 여과없이 보여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고 또 허황된 꿈과 희망을 쫓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는 메시지 또한 은연 중에 내포하고 있다.

돈이 돈을 번다는 것. 이것은 부가 부를 창출한다는 뜻만은 아니다. 돈이 또다른 돈을 현혹하는 세상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우리는 언제쯤 <글래스 호텔>을 소설 안에서만 마주할 수 있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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