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트렌드인가. 살인에 천재를 붙이고 나니는 캐릭터가 빈번하게 출몰하는 것은...
천재적인 살인 트릭, 기가 막히게 형사를 따돌리는 계획, 그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도시를 자유롭게 누비는 아슬아슬한 추격전은 없다. 그럼에도 '천재' 소리를 듣는 사이코패스들은 존재한다.
무엇이 그들을 '천재'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붙여주게 했는가. <악의 심장>이 조명한 천재 사이코패스 '루시엔 폴터'가 어떤 천재인가 하는 호기심이 인다.
미국 와이오밍 주의 한 식당. 미국 전역에서 볼 법한 흔한 장소에 사람들이 앉아 있다. 우연히 밥 먹으러 들어 온 경찰이 훈훈하게 주문한다. 경찰도 밥은 먹고 살아야지. 그런데 의자에 엉덩이 붙이기도 전에 사고가 난다. 운전 중에 심장마비를 일으킨 한 남자의 차량이 식당으로 돌격한 것이다. 천운으로 식당 앞 구덩이에 걸려 차는 주차장의 다른 차와 화장실 건물에 부딪치고 멈춘다. 인명피해가 없었다는 사실에 경찰은 한숨을 돌린다. 어쩔 수 없는 사고로 끝날려는 찰나 먼저 가서 차를 살피던 동료 경찰 하나가 대박 사건을 발견한다. 그를 따라 가 사고 현장을 본 경찰은 시야가 흐려졌다. 아, 보고서 한 장으로 안 끝날 대박 사건이구나를 실감하고 만다.
한 식당에서 그저 차 사고로 끝났어야 하는 일은 새로운 사건의 단초가 된다. 사고 차량이 부딪친 다른 차량의 트렁크 속에서 두 여성의 잘린 머리를 발견한 것이다. 덜렁 들어있는 것도 아니다. 살아생전 참혹한 고문을 받은 게 분명한 '끔찍한' 형태의 모습이었다. 그 차량의 주인 리암 쇼는 신속히 잡혔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저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일을 하면서 묵비권을 행사한다. 그러던 중 고문을 행할 마지막 관문에서 그는 두 마디만 내뱉는다.
「로버트 헌터, 난 그 사람한테만 말할 겁니다.」
로버트 헌터, 로스앤젤레스 경찰국의 강력계 형사로 일하는 남자. 이 남자를 통해 우리는 리암 쇼가 사실은 로버트의 대학교 시절 친구이자 범죄심리학도로서 라이벌 관계에 있던 '루시엔 폴터'라는 남자임을 알게 된다. 대학도 졸업하지 않고 어느 날 사라져버린 대학 동기와 다시 마주하게 된 로버트 헌터. 그는 어떤 진실을 마주할 수 있을까.
<악의 심장>은 로버트 헌터 경찰과 루시엔 폴터의 오래된 인연과 얽매인 범죄를 추적하는 이야기가 진행된다. 이를 통해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왜 그가 대학을 졸업하지 않고 사라진 건지, 로버트의 과거엔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주고받으며 사건의 실마리를 파헤쳐간다.
작가가 말하는 악의 심장이란 뭘까.
악한 마음이 태동하는 원천인가, 아니면 상징적인 비유인가.
적어도 루시엔 폴터가 주장하는 '자칭 천재 사이코패스'는 분명 가져본 적 없는 더 우월한 악의 근원일 것이다.
매춘부, 가출 청소년, 술에 취한 부렁뱅이 같은 나약한 자들을 잔혹하게 살해하는 작자에게 달아주기엔 너무 거창한 것일게 분명하다는 생각이 <악의 심장> 막바지에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