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아파트, 취미, 안전……
당신이 원하는 모든 것이 있는 미래 기업 클라우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미국의 소설가 거트루드 스타인이 한 말이 있다. '해답은 앞으로도 없을 것이고 지금까지도 해답은 없다. 이것이 인생의 유일한 해답이다.'
이런 말을 보면 우리가 흘러가는 사회와 우리네 삶이야말로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해답을 찾기 어려운 문제임이 분명하다.
세상이 변했다. <웨어하우스>의 세상은 이 완벽한 문구 하나로 정리할 수 있다. 지구 온난화, 대량 총기 사건 등으로 외출을 꺼리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그들에게 울타리 안의 윤택한 삶을 살도록 도와줄 그룹, '마더클라우드'의 등장은 많은 걸 변화시켰다. '마더클라우드'란 일종의 유통 플랫폼이다. 제품을 최저가로 판매할 뿐만 아니라 주문한 상품을 한 시간 내에 문 앞까지 배송해주는 그야말로 미래 기업이라는 호칭이 아깝지 않을 정도다. 심지어 나의 삶을 가족에게 돌려준다는 기업 모토까지. 사람들은 점점 개미떼처럼 마더클라우드로 모이게 된다.
<웨어하우스>는 '꿈의 기업'이란 이름 아래 모인 '마더클라우드'를 비롯한 세 사람의 인생을 담고 있다.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고 삶을 정리 중인 마더클라우드의 CEO 깁슨, 마더클라우드로 인해 자신의 사업을 접어야 했던 팩스턴, 거대 비밀조직의 임무로 마더클라우드에 직원으로 잠입한 기업 스파이, 지니아가 바로 이 중심의 주인공들이다. <웨어하우스>는 마더클라우드와 이들의 관계, 지나온 과거와 현재 삶을 기술하며 우리가 꿈꿔왔던 이상의 삶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지나온 인류의 삶과는 또 다른 일상, 또 다른 미래를 맞닥뜨릴 인간은 어떻게 될까.
<웨어하우스>같은 기업형 SF소설은 굉장히 오랜만에 읽는 거라 새로운 기분이었다. 국내에서도 보기 드문 계열인데다 어지간하게 확실한 체계가 아니라면 독자를 매혹시키는 설득력이 박해지기 쉬운 계열이니까. 하지만 <웨어하우스>의 기업 체계는 이런 소설을 접해보지 못한 독자들에게도 비교적 쉽게 이해될 것이다. <웨어하우스>가 추구하는 기업 체계야 말로 대한민국의 유통 현실과 가장 맞닿아 있는 시스템이니까. 우리야 원래 유통의 '민족' 아니었던가. 당일배송, 1시간 원칙, 이런 컨셉은 국내에 수많은 유통, 마켓 플랫폼이 자신만의 컨셉이냥 운영 중이고 있다. 우리에겐 미래도 아니고 벌써 현실로 다가온 문제다. 누군가의 행복한 삶을 지키기 위해 누군가의 노력과 돈을 무한정 갈아넣어야 하는 그런 미친 기업 구조.
우리의 삶으로 <웨어하우스>가 다가온 순간, 더 이상 마더클라우드는 꿈의 기업이 되지 않는다. 그 뒷배경에 수두룩하게 산재해 있는 열악한 노동자의 처우야 말로 우리가 외면하는 현실이고, 감당해야 할 미래의 모습이니까. 신기술과 새로운 일상이 우리에게 펼쳐졌을 때, 우리는 그 미래가 주는 환상과 꿈에 젖어 버린다. 쉽게 누리고 쉽게 즐기고. 뒤늦게 찾아오는 두려움에 대해선 잠시 묻어둘만큼. 그것이 당연한 원칙임을 그렇게 망각한다.
모두가 꿈꾸고 모두가 가길 원하는 기업, 마더클라우드에서 느껴지는 불온한 움직임과 무서운 사건들. 그것들이 마냥 책 속의 세상에서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다시금 깨닫게 해주는 소설, <웨어하우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