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사상의 몇 안되는 커다란 줄기인 그리스 로마 신화를 빗댄 '질문'의 형식을 띈 [천년의 수업]은 역사 안의 나를 찾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과거에는 꿈꿀 수 없는 것들이 존재하는 현대에서도 여전히 인간의 DNA는 변하지 않는 본질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왜 지나간 것들이 잊히지 않고 끊임없이 돌아보게 만드는 힘이 있는 걸까?
앞선 나의 인생이 불투명할지라도 과거의 것들이 정말 내 미래를 의미있게 만들어주는 걸까?
수많은 과거의 일 중에 내가 알아야 하고 깨달아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세상에는 기이하고 신비한 일이 많다지만, 그 중에 제일 으뜸은 자신의 삶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현대인에게는 미래에 대한 답이 없다.
답을 준비되지 않고 그저 살아가던 과거인이 문득 부러워지는 때도 있을 것이다. 굳이 답을 내리고 살지 않아도 행복한 때가 있었으니까.
모르는 것을 그리워하는 법은 없으니 말이다.
김헌의 [천년의 수업]은 9가지 질문을 통해 학자의 관점에서 사람이 스스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어떤 존재가 되리라는 동기 부여를 해주는 것에 많은 이야기를 적고 있다. 학자의 관점은 결국 나란 인간의 노력의 여하에 달렸다는 것을 잊히지 않게 해주는 것 같다. 인간에게는 내적인 힘만이 힘인가. 끊임없이 나를 달굼질하고 소진시키는 힘을 쏟는 것에 지칠 수 있다는 걸 알려주면 좋았을 텐데.
「 고대 그리스인들은 아무리 좋은 것인들
지금에 안주하지 말라고 말합니다.
평온하고 안락한 삶을 사는 한,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을 거라며
사람을 무지 초조하게 만들지요.
좀 평안하게 살겠다고 머물면 볼품없고 초라한 삶을 사는 거라는 듯
'썩소'를 보내는 것만 같아요.
그런 밋밋한 삶을 버리고 뛰쳐나가 싸우라고 합니다.」
김헌은 우리의 깨달음이나 답이 완벽할 수는 없다고 일면 수긍한다. 또한 질문하지 않는 삶이 반드시 불행하다는 뜻도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 삶에, 더 나아갈 힘은 없이 방황하는 망망대해의 사람들에게 자신만의 답을 찾으라고 권하게 되고 만다.
그렇게 해서라도 지친 순간을 이겨내고 사람은 나아가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