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종교적 사유가 깊은 책 판타지소설이라 할까? 엔데만의 사상을 상징성과 비유의 방법을 통해 삶의 이런저런 단면들을 보여주고 있다. '모모'에서 들려준 '시간'이라는 의미와 참뜻을 확실히 알려주었다면 이번 단편집은 한층 고도의 은유로 삶의 진리를 언듯언듯 숨기고 있다. 보여줄 듯 하다 끝나서 독자의 판단에 전적으로 맡겨버린다.
첫번째 단편 '긴여행의 목표'는 조금은 냉혹하게 끝나지 않나 싶었다. 주인공 시릴은 그 어떤 따뜻한 것도 다 거부한다. 그를 사랑한 여인마저도... 그래서 조금은 슬픈 이야기이다. 공간3부작이라는 '보로메오 콜미의 통로' '교외의 집' '조금 작지만 괜찮아'는 기발한 차원의 세계로 초대하고 있다. 정형화 된 일상의 차원을 변형하고 있다. '미스라임의 동굴'은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어떤 곳인지 결말부분에서 더 강렬하게 보여준 작품이다. '자유의 감옥'은 신의 영향력과 자신의 자유의지에 대한 상관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길잡이의 전설'은 신비와 기적을 믿는 히어로니무스의 여정을 그린 작품. 암튼 8편의 단편들은 재밌기도 하지만 결코 쉽게 읽을 만한 책이 아니란걸 느낀다. 적당한 무게감이 이 책의 미덕인것 같다. 솔직히 어둑어둑한 책표지는 맘에 들지 않았지만 말이다. 보기만해도 어려운 책으로 비쳐질까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