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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 종미니의 서랍장

 "기적을 만드는 네 남자와 맹인견의 이야기"  "우리는 모두 자신을 오리지널 인간이라고 생각해. 누구와 닮았다는 소리가 제일 싫어" 책 앞뒤 표지의 글귀가 왠지 끌렸다. 그래서 이 책을 산건지도 모르겠다. 총 5편의 단편으로서 각기 다른 독립된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서로 연관성이 있어 장편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 소설을 쓴 이사카 코타로 약력을 보면 제57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받았다고 적혀져 있다. 그냥 어찌보면 청춘소설이면서도 추리소설같다는 생각이 든다. 의문에 의문을 끌고 다니는 사건들, 뒤통수를 때리게 만드는 기막힌 반전이 끝까지 책을 떼 놓지 않게 만드는 재미와 구성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이보다도 이 책을 더욱 더 흥미있게 본 이유는 진나이라는 주인공이 매우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기적을 만드는 남자, 그 영웅은 무책임하고, 상냥하지도 않고, 엉뚱한데다 제멋대로다. 그러나 씩씩하고, 자신감에 가득 차 있고, 그 에너지로 다른 사람들을 물들인다라고 평가하고 있다. 옮긴이의 말에서는 진나이에 대해서 더 정확하게 소개하고 있다. 아웃사이더 기질에 뺀질이, 변덕쟁이, 평범의 도를 넘어서는 엉뚱한 행동들... 그러면서도 세상 돌아가는 꼴은 기막히게 잘 볼 줄 아는 능력도 갖추고 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고 할까? 자신의 자존심이 다치게 하는 행위는 결코 절대로 허락치도 않는다. 이와는 반대로 가끔 남의 자존심과 의견에 대해 무시하기도 하고, 결례라고 할정도의 피해(?)를 주기도 한다. 그런 진나이라는 인물과 맞상대하려면 꽤 껄끄러운 존재일거라 여겨진다. 보통사람의 상식과는 다른 특이한 사고와 행동방식 때문이다. 그런 사람과 대화를 시도하려면 자신도 별난사람이 되어야 그 인물을 잘 이해할 수 있을까 해본다. 가모이가 비유한 식빵의 귀란게 있다. 진나이가 껄끄러운 겉의 부분만을 좋아한다라고 오해하기 쉽지만 사실 그 부드러운 속살을 즐기기 위해 빵의 겉부문만 먼저 급히 해결하려 했던 것. 우리는 진나이의 거친면만 담긴 인상 이면에 속깊고 인정많은 남자란걸 알아야 한다는 말이  마음에 들었다.

진나이 못지 않게 흥미를 끄는 캐릭터중에 앞을 못보는 나가세가 있다. 앞을 못보기에 더 특별한 능력이 부여된 청각과 후각만으로 세상을 훤히 꽤뚫어보는 천리안을 가졌다고 할까? 자신의 장애를 오래전부터 인정하고 여유롭게 자신만의 관점을 타인에게 잘 전달하는 능력, 비범함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나가세도 진나이의 인물을 진면목을 드러나기 위한 장치라고 생각이 든다. 하여튼 반전이 거듭되는 추리와 어른들과 아이들 세계의 부조리, 진나이라는 인물을 관심있게 본다면 참 재밌게 읽힐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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