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읽히면서도 우선 재밌다. 그들의 행동과 대화가 훈훈하게 펼쳐진다. 일탈을 꿈꾸는 여고생과 범상치 않은 초등학생 꼬마아이가 등장한다. 자기는 언제나 꿈을 꾸지만 결코 꿈을 이룰 수 없다는 뼈저린 통감을 받아들인 도모코는 일상의 무력과 자괴감을 느낀다. 그 여고생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그저 학교를 빠지고 자기 방에 있는 물건을 죄다 버리는 일로 현실에 탈출하려 한다. 그러다 초등학생 가즈요시를 만나면서 익숙치 않은 새로운 세계를 만나게 된다. 그 탈출구란 인터넷에서의 가상세계... 그리고 그 둘이서 하는 일은 웃기게도 그것(?)이지만 그 움침한 벽장안에서의 둘 만의 비밀을 공유한다.
지금에서야 느끼는거지만 영화 '접속'과의 상황과도 비슷하고... 물론 주제설정이나 코드는 전혀 다른거지만 '접속' '인스톨'이라는 단어는 너무나 유사하다. 그저 몇번 클릭했을뿐인데 눈앞에서는 신선한 자극, 그리고 기묘한 스릴이 펼쳐진다. 허구건 가짜건 그것은 상관없다. 진짜처럼 자신을 키울 수 있는 '아바타'와 익명이 존재한다. 그 안에서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죄책감과 무의식은 사라져버리고 또 다른 자아를 발견하게 된다. 이 소설은 그 과정을 따라가는 도모코와 가즈요시의 이야기이다. 가상세계 앞에서는 현실도피로만 볼께 아니라 잠깐의 외출, 외도로 보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별볼일 없는 도모코와 철(?)은 들었지만 풋내기인 가즈요시의 동류의식이 귀엽고 깜직하게 느껴진다. 리사의 또 다른 소설 '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 역시 하찮은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어색, 친근해하며 알게 모르게 다가서는 끈끈한 동질감과 공감... 나 역시 그들편에 동참하고 싶다. '그들만의 리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