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Gaius Julius Caesar)의 이름은 알렉산드로스대왕의 이름과 함께 오늘날까지 그리스도교 세계와 이슬람 세계의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카이사르를 전혀 모르는 사람조차도 최고 통치자나 가장 중요한 통치자를 뜻하는 칭호인 독일어의 '카이저', 슬라브어의 '차르', 이슬람어의 '카이사르'를 잘 알고 있다. 율리우스라는 이름도 그리스도교 세계에는 널리 알려져 있다.
카이사르는 로마 공화정 말기 40대에 갈리아 전역을 로마의 속주로 만들고(BC 58~50), 루비콘 강을 건너 내전에서 승리해(BC 49~46) 독재관 자리에 올랐다. 이를 직접 기록한 『갈리아 전기』와 『내전기』를 통해 무장이자 작가로서 불후의 명성도 얻었지만, 정치적·사회적 개혁을 추진하다가 귀족들에게 암살당했다.

영화로 제작되기도 한 데뷔작 『팀』과 전 세계적으로 3천만 부 넘게 팔린 『가시나무새』 작가로 알려진 콜린 매컬로(Colleen McCullough)는 철저한 고증을 통해 로마 역사를 대하소설로 엮어냈다. 1990년에 첫 책 『로마의 일인자』를 발표한 뒤 2007년까지 역사소설 〈마스터스 오브 로마〉 7부작을 완성했다.
이번에 선보이는 제5부 『카이사르』는 제4부 『카이사르의 여자들』로부터 5년 후, 카이사르가 두 갈리아 와 프로빙키아, 일리리쿰의 총독이었던 상황에서 이야기가 시작되어 카이사르 인생의 절정기를 다룬다.
카이사르는 완벽한 전략으로 승전을 거듭하며 점점 더 경이로운, 그러나 한편으로 외롭고 무정한 인간이 되어간다. 그는 갈리아를 정복하고 로마의 속주와 국고를 배로 늘렸지만, 그를 인정해주지 않고 두려워하는 로마의 정적들은 그의 존엄을 짓밟으려 한다. 오랜 적수인 원로원 카토와 비불루스, 우유부단한 키케로, 게다가 지금껏 동맹 관계였던 폼페이우스 마저도 반대편으로 간다. 그래서 카이사르는 그를 위해서라면 목숨도 바칠 충성스러운 군대를 이끌고 마침내 루비콘 강가에 선다.

매컬로는 『갈리아 전기』와 『내전기』 뿐만 아니라, 키케로를 비롯한 동시대 역사가나 후대 역사가가 남긴 많은 기록을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꼼꼼한 고증을 바탕으로 한 작가 특유의 해석으로 사료를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로 탈바꿈시켜 놓았다.
카이사르와 갈등하는 보수파 카토, 중립적 위치의 키케로,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브루투스, 여성 통치자 클레오파트라, 갈리아인들의 영웅 베르킹게토릭스와 같은 인물들 하나하나의 삶과 고뇌에 대한 충실한 묘사도 풍부한 읽을거리를 선사한다. 또 갈리아 전쟁과 폼페이우스와의 싸움을 주된 내용으로 많은 전투 장면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매컬로는 역사 소설 장르의 수준을 가장 높은 단계까지 끌어올렸다는 찬사를 받아왔다. 제5부 『카이사르』 역시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 전편의 명성과 같이 서사와 인물을 생동감 있게 그려낸 역사 소설의 모범이 될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