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는 봄을 맞이하는 일이 당연하겠지만, 난 그 봄을 집요하게 찾아내야만 한다. 향동의 아파트 단지로 이사를 온 뒤, 나의 봄 찾기는 더 구차해졌다.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갑자기 피로감이 몰려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호흡이 가빠져 정신을 차리려 가만히 앉아 주변을 둘러봤다. 길거리는 깔끔했고, 학생들과 주부들은 따스한 오후를 여유롭게 즐기며 길을 거닐고, 저녁 장을 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동안 나는 아주 고독해졌다.- P1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