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삶에 대한 내 인식은 시간에 몸을 맡긴 채 둥둥 떠다닌다는 것이었다.
속도도 방향성도 없이 그저 물에 흘러내려가듯이.
내 앞에 어떤 장애물이 놓여있는지는 알 수 없다. 눈이 하늘만 바라보고 있는 까닭이다.
고개들 돌려 앞을 바라볼 수도 없다. 머리는 물속에 반만 잠긴 채 움직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어쩌면 나는 운명론자다.
내가 정할 수 있는건 없고 살면서 생겨난 일들을 무난히 넘기며 살자는 것이다.
무난히 넘기는 것에는 지혜가 필요하고 나는 보통 그 지혜를 책에서 찾았던 것 같다.
어떤 행위가 주는 기쁨의 효용은 그리 길지 못하다.
인간은 끊임없이 오브제 프티 아(a)를 욕망하기 때문일까? 욕망에 대해서라면 라캉선생님께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