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명의 언어는 언제나 우리 안과 밖에 있습니다.”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을 덮는 순간, 나는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안주현 생물학자는 『생명의 언어들』을 통해 단순한 과학 지식의 나열을 넘어, 우리 삶 곳곳에 깃든 생명과 자연의 속삭임을 들려준다.
공학, 물리, 화학, 지구과학, 생물학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이 책은 미생물에서 곤충, 동물과 식물, 공룡, 나아가 로봇에 이르기까지 놀라운 과학 이야기와 최신 연구들을 풍성하게 담아낸다.
무엇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과학자 특유의 정확함과 교사 특유의 따뜻한 설명이 공존한다는 점이다. 복잡해 보일 수 있는 과학 개념들도 저자의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문체 덕분에 독자는 마치 이야기를 듣듯 가볍게 읽어나갈 수 있다. 또한 적재적소에 배치된 일러스트들은 독자의 상상력을 북돋으며, 과학적 정보를 더 쉽고 깊이 있게 받아들이게 해준다.

책 속에는 ‘알게 되면 세상이 더 흥미로워지는’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거미는 예인줄을 이용해 유사 비행을 할 수 있고,
호랑이는 9개의 아종으로 나뉘며, 이미 3종은 멸종되었다. 호랑이는 모두 공통 조상을 가진다.
사람과 쥐는 유전자의 80% 이상이 유사하며,
태아 시기에는 물갈퀴가 존재하다가 세포 자멸로 점차 사라진다.
꽃가루는 범죄 수사나 기후 연구에도 쓰이며,
모기도 폭염 속에서는 여름잠을 자며 쉰다.
O형 혈액으로 전환 가능한 혈액 변환 연구가 진행 중이며,
가장 오래된 동굴 벽화는 약 4만 5천 년 전, 인도네시아에서 그려진 것이다.
우리가 흔히 쓰는 카놀라유는 특별한 품종의 유채기름이고,
염색체 수는 진화의 척도가 아니다.
순록의 빨간 코 비유는 실제로 높은 모세혈관 밀도 때문이다.
하나하나가 마치 일상에서 발견한 작은 보석처럼 다가온다.
‘생명’이란 단어가 멀고 거창한 것이 아니라,
물 한 잔, 창밖의 바람, 길가의 풀꽃 속에 숨어 있는 언어라는 걸 이 책은 조용히 상기시켜 준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은 분들께 추천하고 싶다.
과학이 어렵게 느껴졌던 분, 하지만 ‘알고 나면 세상이 달라지는 경험’을 원하시는 분
학생이나 교사 등, 쉽고 풍성한 과학 자료를 찾고 있는 분
혹은 단지, 세상을 조금 더 따뜻하고 다정하게 이해하고 싶은 모든 이들

“여러분이 발견한 생명의 언어가
또 다른 누군가의 보물 지도가 될 수 있습니다.”
이 한 문장에서 저자의 마음과 책의 본질이 모두 전해진다.
『생명의 언어들』은 우리 삶 곳곳에 숨어 있던 과학의 목소리를
조금 더 가까이, 조금 더 부드럽게 데려와 준다.
읽고 나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조금 더 예민해지고,
그만큼 더 다정해질지도 모른다.
#생명의언어들 #생명언어 #안주현 #동아시아 #과학책 #신간 #책추천 #베스트셀러 #서평단 #협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