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쿨투라』 잡지는 지난 6월호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만남이다.
7월호 역시 전시와 인터뷰, 그리고 이달의 주제인 타이완 문화에 대한 기고문들까지 너무도 알찬 구성으로 또 한 번 나를 놀라게 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수림문화재단 전경희 이사장(변호사)의 인터뷰였다. 수림문화재단의 역사와 설립자 김희수 선생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수림문학상과 수림미술상을 비롯한 한국 문화에 기여하는 다양한 활동들이 차분하게 정리되어 있어,
몰랐던 기관에 대해 알게 되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이어진 임대근 한국외대 교수(대만연구센터장)의 기고문에서는
타이완이라는 나라가 지닌 역사와 문화적 뿌리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
“두 문화 (해양의 원주민과 대륙의 이주민)는 어느 한쪽이 다른 쪽을 지우는 방식으로 단순하게 정리되지 않았다. 오히려 해양성과 대륙성, 유동성과 고정성, 다원성과 일원성이 섬 안에서 끊임없이 충돌하고 섞이며, 독특한 혼종 문화를 형성해 왔다. 그 결과 타이완은 자체로 하나의 문화적 교배지이자 아시아에서 가장 역동적인 문화실험의 장이 되었다.”
“대만은 언제나 ‘사이’에서 존재해 왔다. 그 ‘사이성’은 오늘날 아시아 문화의 가능성을 묻는 데 있어 가장 창조적인 자원이 된다.”
이 문장을 읽으며, ‘섬’이 지닌 이질성과 경계성의 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타이완이 단일한 정체성이 아니라 서로 다른 세계가 스며드는 접촉지대라는 시선은 문화와 정체성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주었다.
또한 천궈웨이 타이완 국립중흥대 교수의 기고문을 통해
타이완 문학의 배경과 현재, 그리고 창작 생태계까지 자연스럽게 조망할 수 있었다. 그가 언급한 장자샹의 『밤의 신이 내려온다』, 천쓰홍의 『귀신들의 땅』, 그리고 미국 전미도서상 번역 문학 부문 대상을 수상한 양솽쯔 작가의 『타이완 만유록』 등은 모두 한 번쯤 꼭 읽어보고 싶은 작품들이었다.

설재원 편집장의 ‘2025 서울국제도서전’ 기고문도 인상 깊었다.
나 역시 이번 도서전에 직접 참가했기에, 글을 읽으며 다시금 그 열기와 설렘이 되살아났다.
도서전에 참여하지 않은 독자라도 충분히 현장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만큼 현장감 넘치게 전달된 글이었다.
이번 7월호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인터뷰는
노벨문학상위원 스티브 셈-산드베리와의 특강 인터뷰였다.
그는 스웨덴 한림원의 직업적 배경을 “첫 번째는 학자, 두 번째는 작가, 그리고 세 번째는 언어학자”라고 설명했으며, 한강 작가에 대해 언급하며 다음과 같이 찬사를 보냈다.
“여러 번역본을 통해서 느낀 것은 언어가 무엇이 됐든 간에 한강 작가의 그 하나의 목소리는 언어의 장벽을 뚫고 나왔다.”
이 인터뷰를 통해 한림원이 추구하는 작품의 성격과
노벨문학상 수상의 결정 기준에 대해서도 엿볼 수 있었고,
개인적으로는 문학이 갖는 보편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7월호 쿨투라는 주제 타이완 문화 중심으로
한 나라의 역사와 문화, 문학, 그리고 그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정체성까지 폭넓게 다뤄주었다.
익숙하지 않았던 타이완이라는 공간이
이제는 조금은 가깝게 느껴질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준 고마운 한 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