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로부터 책을 증정 받아 직접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첨성대, 세한도, 정감록, 궁녀와 내시 이야기까지.
우리가 교과서에서 한 번쯤 들었지만 쉽게 넘겼던 이름들이 김재완 작가의 손끝을 거쳐 생생한 이야기로 되살아난다.『기묘한 한국사』는 단순한 역사 정보서가 아니다. 소설보다 흥미롭고, 영화보다 몰입감 있게, 잊혀진 과거를 지금 이 순간 우리 곁으로 데려오는 책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역사적 사실과 상상력이 절묘하게 맞물린 이야기 구성에 있다.
작가는 적재적소에 대사를 배치하여 마치 현장을 엿보는 듯한 착각을 준다.
딱딱한 역사서가 지루해서 끝까지 읽기 어려웠던 이들도, 이 책 앞에서는 페이지를 넘기는 손이 바빠질 것이다.
또한 『기묘한 한국사』는 우리가 흔히 접하지 못했던 역사적 소재들을 재치 있는 문장력으로 풀어내며,
독자로 하여금 “이런 이야기가 있었어?”라는 신선한 충격을 선사한다. 역사책에서는 자칫 스쳐 지나갈 수 있었던 소재들이 작가의 손에서 기묘하고도 흥미로운 이야기로 재탄생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다음과 같은 흥미로운 역사적 사실들에 대해 알게되었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손세기, 손창근의 기부 유물이 많았던 이유
영주시 풍기읍이 인견과 인삼의 특산물 중심지가 된 것은 ‘정감록’ 덕분이다.
삼국사기의 천문기록을 첨성대가 세워지기 700년 전과 첨성대 축조 후 300년간으로 구분해 비교한 결과, 천문 기록이 무려 4배나 늘었다.
명성왕후의 시해 가담자들 중 스물한 명이 구마모토 출신이었다.
홍범도 장군의 아들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독립군이 된다.
숙종은 집권당을 일시에 바꿔버리는 환국을 재위 기간 내내 단행했다.
인현왕후를 따라 궁에 들어와 무수리에서 후궁이 된 최씨 (영조의 母)는 장희빈에게 사약을 내리게 한 결정적 고변을 한 인물이다.
김재완 작가의 글은 무겁지 않되, 가볍지 않다.
균형 잡힌 시선으로 역사의 이면을 살펴보고,
그 속에서 인간과 사회, 권력과 지혜의 면면을 포착한다.
단순히 "재미있는 역사"를 넘어,우리가 지금의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지적인 울림도 함께 전해진다.
책의 서문에서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역사를 알아야 하는 이유는 나의 안전한 오늘과 후세의 안온한 미래를 위한 의무이자,
대의를 위해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며 역사를 쌓아나간 이들에게 최소한의 염치를 지키기 위함입니다.”
이 문장은 이 책의 목적이 단순한 재미를 넘어 우리가 왜 역사를 기억하고 이야기해야 하는지를 되묻는 질문처럼 다가온다.『기묘한 한국사』는 과거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염치 있는 독자’가 되기를 조용히 권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