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를 무료로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 입니다.

다소 생소한 제목의 잡지 『쿨투라』는 라틴어 Cultura에서 유래한 ‘Culture(문화)’의 의미를 담고 있다. 135페이지 분량의 이 잡지는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알맞은 무게로, 마치 ‘30첩 반상’ 같은 첫인상을 남겼다. 예술, 인터뷰, 특집 기고, 문학, 영화 및 드라마, 리뷰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가 한 권에 짜임새 있게 담겨 있어, 새로운 이야기와 시선을 갈구하는 오늘날의 문화인에게 깊이 있는 경험을 선사한다.
이번 6월호의 주제는 아고라(Agora), 즉 ‘광장’이었다. 개인적으로 그중에서 정혜인 형사법 연구자의 기고문이 유독 인상 깊었다.
“누가 옳은가가 아니라, 무엇이 옳은가를 찾는 과정인 숙론. 모두가 확신에 가득 차 타인의 의견을 받아들일 여유조차 없이 자신이 믿고 있는 것만이 진리라 주장하는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탁 트인 광장의 새로운 공기가 간절하다.”
이 글은 내가 요즘 한국 사회에서 느끼는 막막함과 답답함이 나만의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깊은 공감과 위안을 주었다.
쿨투라의 또 하나의 장점은 국내 이슈에만 국한되지 않고, 세계 속 한국 문화의 현주소와 더불어 국제 문화 소식까지 담고 있다는 점이다.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 개막 소식, 루마니아 잘라우시 작가연맹 주관 ‘시의 봄 국제축제’ (국제 ‘시’ 축제라니! 이렇게 낭만적인 행사가 또 있을까?), 베네치아 코믹스 축제에서 주빈국으로 소개된 ‘K-빌리지’ 조성과 ‘K-페스타’ 소식까지 매우 흥미로웠다.
개인적으로는 다양한 콘텐츠 중에서도 문학을 가장 사랑하는데, 이번 호에서는 여러 시 작품과 더불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인 중 한 명인 허연 시인의 ‘제26회 현대시작품상’ 수상 소식을 알게 되어 특히 반가웠다.

이제는 알고리즘이 알아서 내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대령’해주는 시대다. 그 편리함 속에서 우리는 점점 예상 가능한 것만을 소비하게 되고, 결국 우리의 감각과 가치관은 점점 편협해진다. 모든 잡지가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이렇게 훌륭한 문화 전문 월간지를 읽는 행위는, 예상 밖의 소식들을 접하고, 알고리즘이 아닌 ‘사람’의 정제된 생각을 만나게 하며, 닫힌 내 사고를 넓고 열린 ‘광장’으로 인도한다.
서평단으로 참여하게 되어, 이렇게 짜임새 있고 탄탄한 한국의 문화 잡지를 이제라도 알게 된 것에 감사하며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