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을 저지른 사람을 진심으로, 이 책의 제목대로 ‘눈물이 나도록’ 용서하기란 참으로 어렵다. 내게 상처를 준 사람을 용서하면 그 사람이 똑같은 상처를 또 줄까 봐 용서하기가 어렵다. 내게 피해를 입힌 사람을 용서하면 그 사람의 가해행위가 옳고 멍청히 피해를 입은 내가 틀렸다고 자인하는 것 같아서, 용서하기가 어렵다. 나를 괴롭히는 사람을 용서하면 그 사람의 부당행위를 정당화해주는 듯하고 그러면 내가 억울해지니까, 또 용서하기가 어렵다.
아니, 아니다. 용서하는 게 어려운 게 아니라 용서하리라 ‘마음먹는’ 게 어렵다. 실제로 용서를 여러 번 해보고 “어렵다 어려워”하고 투덜거리는 게 아니라 ‘이다지도 용서할 마음이 안 생기는 것은 그만큼 용서하는 게 어렵기 때문이지’라고 지레짐작해왔던 것은 아닐까.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은 용서가 잘못된 사태에 대하여 ‘묵인하거나 없던 일로 덮어두는’ 게 아니라는 점.
전세계에 태도치유센터를 설립하고 운영해나가고 있는 정신과 의사인 제럴드 G. 잼폴스키는 우리가 용서하려는 마음을 먹지 못하는 이유는 ‘에고의 목소리’를 듣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에고의 목소리가 언제나 두려움에서 나온다고 강조한다. 에고의 목소리는, 용서해서는 안 될 이유들을 수시로 알려준다.
“그 사람이 너한테 상처를 입혔어. 네가 화내고 벌주는 게 당연해.”
“네가 용서하면 그 사람은 똑같은 짓을 반복해서 저지를 거야.”
“용서해주면 그 사람이 옳고 네가 틀렸다고 자인하는 거랑 똑같다구!”
“너에게 상처입힌 사람과 거리를 유지하려면 용서하지 않는 게 최선이야.”
“용서하지 말고 그냥 있어. 복수하는 좋은 방법이 그거니까. 그래야 기분이 좋다구.”
“용서하지 않으면 네게 상처를 준 사람에게 힘을 휘두르게 돼.”
“용서는 나쁜 행실을 묵과하는 것에 지나지 않아.”
“상대방이 진심으로 사과하는 경우에만 용서해.”
“맨날 다른 사람이 잘못하는데 용서는 왜 네가 해?”
“다른 사람을 미워하는 것은 그가 네 안의 참을 수 없는 점을 똑같이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말을 절대 믿지 마.” (85-87쪽)
인간관계에서 타인이 원망스럽고 미울 때 우리 마음 속은 이런 말들로 가득 차곤 한다. 용서하면 좋지 않은 일이 생길 거라는 두려움은 평화를 밀어낸다. 두려움은 용서하지 말자는 고집센 마음상태를 유지하도록 이끈다. ‘용서 안 하기’를 지속하기 위한 에너지 소모(상대방을 비판하기 위한 논리 구축)가, 용서했을 때 생길 파장보다 적다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용서가 무비판적으로 그 사람의 뜻에 동의한다는 표시이거나, 상처주는 그 사람의 행동을 묵인하겠다는 표현이 아니라는 점이다.
내 친구가,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한테 “넌 왜 한글을 제대로 못 읽냐?”고 불같이 화를 낸 적이 있다고 한다. 몇 시간 지난 뒤 내 친구가 아이한테 “화내서 미안해. 엄마를 용서해줄래?”하고 말을 건넸다. 그랬더니 그 아이가 엄마를 빤히 쳐다보며 빙그레 웃으며 하는 말, “난 엄마를, 아까 벌써 용서했어!” 내 친구는 아이의 그 말을 듣고 그 자리에서 엉엉 울었다 한다.
진심으로 용서해본 사람은 용서가 잘못에 대한 동의, 나쁜 행동에 대한 묵인이 아님을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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