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사랑이 의(義)롭기 위하여>는 한국의 젊은 여신학자 백소영이 한국 무교회에 관하여 설명한 책이다. 그녀는 무교회를 공부한 사람답게 지금 현재 '무'직(無職)이다. 그녀는 앞으로도 쭉 그렇게 정규직 아닌, 프리랜서 여신학자로 살고 싶다 말한다.
감리교인이자 목사 딸이었던 백소영은 스물여섯 살까지 교회 안에서 살았다. 목사의 집이 교회 안에 마련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심리적·물리적으로 교회 안에서 생활했던, 다시 말해 '유'교회로 살았던 그녀가 '무'교회를 말한다니, 조금 의아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무교회는 교회공동체 없이 따로따로 신앙 생활을 하자고 주장하지 않는다. 무교회는 신앙공동체이며 성서공부를 그 중심으로 한다. 단, 제도화를 거부할 뿐이다. 백소영의 요약에 의하면 한국 무교회정신은 "안주하려는 것, 굳히려는 것, 변하지 않으려는 것에 대한 계속적인 저항의 정신"이다. 무조건 교회를 반대하고 나선 사람들은 아닌 것이다.
'무교회'하면 우리는 제일 먼저 일본의 우찌무라 간조를 떠올리게 된다. 실제로 김교신, 함석헌 등 한국 무교회의 주요인물들로 거론되는 이들은 일제치하 우찌무라 간조의 성서모임에 참여했던 일본유학생들이다.
백소영은 김교신의 '한국산' 기독교 사상, 함석헌의 '씨알(아래아)' 공동체를 차근차근 살피면서 한국 무교회의 역사를 옛날 이야기하듯 해준다. 실제로 그녀는 이야기투로 책을 썼다. 이야기투라고 해서, 주절주절 이 이야기 저 이야기 늘어놓았느냐? 아니다. 이런 식이다.
서론에서 말씀드린 기억이 납니다. 함석헌 님은 가장 한국적이고 가장 성서적이고자 했던 한국 무교회운동에서, 김교신 님으로부터 그 바통을 전해받은 선수라고, 그리고 더 멀리 뛰었다고 했지요. '멀리 뛰려다가 아예 기독교 밖으로 뛰었군'하고 더 이상의 관심을 접으려는 분들도 많으실 거예요.
다시 한 번 그 판단을 잠깐 멈추고서 이 장을 읽어주십사 부탁드려봅니다. 벌써 결론을 내리고 마음을 닫아버리시면, 믿음과 시대와 전통을 함께 안고 눈물겹게 투쟁하며 가장 한국적이며 동시에 가장 신앙적이고자 했던 한 무교회인(저는 그리 믿어요)의 노력을 들어보지도 않고 묵살하는 것이잖아요.(187쪽)
저자 백소영
이화여자대학교 기독교학과 같은 대학원에서 기독교사회윤리학으로 석사과정을 마쳤다. 보스톤 대학교에서 종교사회윤리학(전공)과 비교신학으로 박사학위(Th. D)를 받았다.
백소영은 길가의 콩나물 파는 할머니도 듣고 "그 말 참 옳소이다" 할 수 있도록 쓰고 말하면 좋겠다(278쪽)고 믿는 사람이다. 말 그대로 그녀의 책은 편안하게 읽히고, 쉽게 머리에 들어온다. 합리성과 논리성은 어렵거나 딱딱한 글만 갖출 수 있는 게 아닐 것이다.
그녀는 무교회가 한국교회에 주는 교훈을 여섯 가지로 정리해놓고 있다. 첫째, 한국적이며 기독교적인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 김교신과 함석헌의 예에서 보듯 이 두 가지 정체성은 완전히 별개가 아닐 수 있다. '한국적'이려는 것과 '기독교적'이려는 것이 서로를 견제하고 강화시키면서 언제나 균형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게 백소영의 주장이다.
둘째, 이성적이어야 한다. 비판의식이 없는 뜨거움'만'의 공동체는 역사와 현실에 둔해지기 때문이다. 셋째, 세속사회를 살면서 거룩함을 실천해야 한다. 그간 교회는 경제적·사회적 성취를 위해서는 세속인들보다 더 기민하고 약게 세속적 법칙들을 적용하고, 반면 비인간적이고 부정의한 사회현실에 대해서는 세상을 초월하여 초연히 성스러움을 지켜왔다. 이제는 그러한 선택적 이원론을 극복해야 하는 것이다.
넷째, 평신도 중심의 평등한 교회를 형성해야 한다. 목사 중심으로 체계를 세우고 목사에게 의존하다가 결국은 목사 아들(또는 사위)에게까지 대를 이어 충성하려는 시도(교회세습)는 그녀의 표현대로라면 '웃지 못할 현실'이다. 다섯째, 교파를 지양하고, 여섯째, 제도화되지 않아야 한다.
무교회를 연구한 백소영이 정리한 여섯 가지 제안은 한국교회를 바라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품어본 비판이기도 하다. 실제로 비기독교인들은 기독교인들과 교회에 대하여 위와 같은 비판들을 하고 있는 중이라 할 수 있다. 한국교회들이 아직 귀기울여 듣지는 않고 있지만….
백소영은 이 책의 부제를 '한국교회가 무교회로부터 배워야 할 것들'이라고 해놓았다. 그러나 무교회에 대해 한국교회는 무지하다. 그러니 위의 여섯 가지 제안이 귀에 들어올 리 만무하다. 무교회로부터 배우기는커녕 덮어 놓고 무교회를 배척하고 싶어할지도 모른다. 무교회는 교회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교회는, 백소영의 연구를 통해 본 결과 매우 성서적이며, 철저하게 기독교적이다.
그런데 실제로 무교회 관련 자료들은 상당히 어렵다. 무교회인들은 성서를 원어(히브리어, 헬라어)로 읽을 만큼 학구적이다. 아무리 훌륭한 이야기라도 읽기가 어려우면 아무 소용이 없다. 무교회 관련서적 중 <우리의 사랑이 의롭기 위하여>는, 무교회에 대해 알고 싶은 독자들의 '첫길잡이 책'으로 손색이 없다고 생각된다.
오마이뉴스에도 기사로 올렸습니다. 제 리뷰는 오마이뉴스에 올리는 기사와 매번 동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