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초보독서
  • 탑승을 시작하겠습니다
  • 정미진
  • 12,600원 (10%700)
  • 2020-10-12
  • : 140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앞두고 있으면 설렘반 두근거림반으로 마음이 가득찰 것이다.
혹여나 잘못될까싶고 혹시나 나의 부재가 일에 지장을 주는것은 아닌지 말도 잘 안통한다는 두려움으로 도착지에 짐을 내려놓는 순간이 되어서야 비로소 안도할 수 있다.

이 책은 연작소설로
- 네덜란드 암스테르담(환희를 찾아서)
- 베트남 달랏(트린)
- 터키 보드룸(고양이 소년)
- 프랑스 파리(Merci)
- 포르투갈 에리세이라(서핑 보호 구역)
- 태국 방콕(개를 끼고)
- 한국 인천(싫다고 해도 굳이)

첫 비행으로 세계여행을 간 사람들의 이야기다.
여행지에서 꾼 꿈이 내용의 한 편을 이루는데 아마 여행이라는 모호한 느낌이 투영되었으리라 생각한다.

‘서핑 보호 구역‘이 실제 있는지 궁금했고 한 블로그를 보고 아! 가고 싶다로 이어졌다.
개할머니를 안고 태국까지 간 노년의 아저씨 이야기를 읽을 때는 크게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우선 내 친구 강아지 깜쥐님을 안고 세계 여행을 가는 친구를 상상했고
(가고싶은 여행지마다 반려동물 입장 가능한지 물어보는 집사다운 마음이 넘쳐나니까), 아직 경험하지 못한 배우자의 죽음 후 남겨진 감정에 대해 생각했다.
배우자가 세상을 떠날 때 스트레스지수가 가장 크다고 하고, 못해준 것들만 생각난다는데 나도 그럴까? 하는
생각과 부재의 삶이 이만큼 공허할까 싶기도 하다.


더구나 개를 끼고에 등장하는 개할머니 성함이 햇님이라 햇님이는 좋겠다 싶었다.
나의 가족이 작가라 이렇게 남겨줄 수도 있고.

나도 울집 꼬북이, 꼬꼬북이를 기억할 수 있게 남겨놔야 할텐데..
쟤들은 정말 나보다 오래 살거 같은 느낌..은 뭐지?ㅋㅋ


임경선 작가님도 그렇고 정미진작가님도 그렇고 <코로나시대>에 사랑이야기를 내놓기 미안하고, 여행책 내놓기 미안하다 하셨지만
오히려 이런 제한으로 놓치고 있는 본성을 깨워주는 책들이라 생각하고 감사하다.
비록 언제 다시 비행기를 타고 떠나는 여행이 가능해질지 모르겠지만 꿈꾸게 한다.


📌161쪽
환상이 지나가고 포르투갈에 가야겠다고 마음먹었어. 그냥 파도 위에 서 있는 그 사람이 부러웠어. 아, 나도 파도를 타야겠다. 지구의 모서리를 타야겠다. 그런 생각이 밀어닥친 파도처럼 차올랐거든.


📌205쪽
그렇게 쳇바퀴 도는 일상에 안정감을 느끼는 사람이었다. 낯선 것은 곧 죽어도 싫고 살아생전 도전 같은 걸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 나를 보고 아내는 야망 없는 남자는 재미없다고 혀를 찼지만 어쩌겠나, 내 그릇이 고만큼인걸

나도 나도 쳇바퀴 도는 일상에 안정감 느끼는 유형인듯 매우 공감 갔다.


📌242쪽
여전히 여행이란 번거롭고 위험하고 극히 비효율적인 활동이라는 그의 생각은 변함이 없다. 그럼에도 그의 심경에 아주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일이다. 그 마음은 늘 보던 책이 아닌 다른 장르를 파보고 싶은 탐구심, 새로 출시된 게임을 플레이해 보고 싶은 도전 의식 정도로 표현할 수 있겠다.
누구에게나 늘 가던 길이 아닌, 한 번쯤 경로를 이탈해보고 싶은 욕구가 있는 법이니까.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