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로리는 버스 정류장에서 운명의 남자와 맞닥뜨린다. 그 남자, 아무래도 내게 첫눈에 반한 것 같다. 그런데 나도 마찬가지인데... 그러나 무자비한 버스는 가차없이 출발해버린다. 운명의 남자가 속절없이 멀어진다. 그렇게 로리는 그를 떠나보낸 동시에 더 가까워진다. 그 이후로 1년 내내 ‘버스 정류장 보이’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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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친 룸메이트 세라와 일년 내내 그 운명의 남자를 찾아다녔다. 이름도, 직업도, 가족관계도, 아무것도 모르는데 무작정 찾아다녔다. 하지만 아예 지구에서 종적을 감추기라도 했는지 절대 찾을 수 없었다. 그래도 첫눈에 반한 사랑은 얼마나 끈질긴지 로리에게 첫사랑처럼, 거머리처럼, 낙엽처럼, 집착적으로 달라붙어서 도통 떨어질 줄을 몰랐다. 그러다가 드디어, 그 남자를 다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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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헤프닝과 패러독스와 아이러니의 연속이었다. 꿈속에서나 그리던 그 마이 버스 스탑 보이가 절친 룸메인 세라의 남친이 되어 나타난 것이었다. 안타깝게도 눈물콧물 쏙 빼면서 절망할 여력도 없었다. 첫사랑을 빼앗겼다고 울고짜고 하기엔 이미 인생 볼장말장 쓴맛단맛 다 겪어본 어엿한 성인인데다가, 다른 이도 아니고 무려 절친 룸메의 남친이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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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실버의 소설 <12월의 어느 날>은 이렇게 로맨틱 코미디처럼 시작한다. 그러면서 점차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는듯, 시선을 알게 모르게 교환하고, 어색해하고, 절망하고, 아파하고, 두려워한다. 하지만 그 누구도 상처주려하지 않기에 더 안쓰럽고 눈물겹다. 철저하게 스토리 라인을 따라가며 읽는 책이라 더이상의 스포는 예의상 줄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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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크리스마스, 로맨스의 조합은 그냥 이 셋의 패키지구성이라는 것만으로도 성공수표를 보장한다. 하지만 그만큼 흔하고 식상한 주제라 익숙한 민트 껌처럼 씹혀지고 버려지기도 한다. 이 소설은 완벽하게 성공수표는 아니더라도, 씹고 버려질 껌은 아니다. 영화화된다고 하던데 원작을 잘 따를 수 있을지, 특히 로리와 잭의 1인칭 시점이 교차되면서 전개되는 원작의 설정을 영화로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가 매우 기대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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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을 따스하게 만들어준 작가와 아르떼 출판사에게 감사를 전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