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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fect stranger
the END
Mephistopheles  2014/02/03 11:37

그러니까. 계획을 하고 설계만 한다고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허가가 떨어진 후, 착공을 해야 하며, 착공이 떨어진 후, 준공이 떨어져야 비로서 아. 프로젝트가 끝났구나 라는 결말을 보는 것이다.

 

허나 대부분의 건축물의 신축과정은 계획이나 설계과정에서 주저앉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여러 가지 사정일 것이다. 건축주의 자금사정 악화나 변심. 혹은 행정상 문제로 인해 인허가가 허락하지 않는 경우 등등. 이런 저런 기타 등등의 사유로 인해 일은 일대로 하고 건물이 올라가지 않으면 설계하는 사람 입장으로써는 입에서 쓴내가 나는 것 또한 당연한 것이다. 일은 일대로 하고 돈을 못받으니까 말이다.

 

그래도 2014년을 맞이하며 골머리를 썩었던 프로젝트 3개가 해결되었다. 그나마 여러 사람 똥줄 태우고 머리뚜껑 열리게 했던 것들이었는데 해결되었다니 이건 흡사 ㄷ님의 막힌 변기가 뚫리는 듯 한 시원함을 선사한다.

 

1. 모 고등학교 급식실 증축.

-1년 반이나 질질 끌었던 프로젝트. 원래 학교건축은 각 지역별 교육청이 관할하는지라 일반 건축물과는 다르게 들어가는 서류나 준비할 것들이 제법 된다. 그런데 이 프로젝트의 경우 가장 큰 문제점은, 구조설계(건축물이 무너지지 않게 구조적으로 해석하는)에서 발생했다. 기존의 2층 건물을 3층으로 수직증축하며 1층을 조리실로 변경하는 어찌보면 굉장히 단순한 프로젝트였으나, 문제는 내진설계(지진등의 자연재해에 건물이 무너지지 않게 하는 구조설계)가 전혀 적용이 안된 기존건물에 내진보강을 해야 한다는 교육청의 필수이행사항이 걸림돌이 되어 버렸다. 예산은 턱도 없이 부족한데, 내진보강이라는 것이 견적을 받아보니 부재당 천만 원이 소비되다 보니.(쉽게 말해 건축물의 규모로 따지면 보강비만 5억이 나와 버린다. 교육청에서 지원하는 증축 예산은 12억.)

 

 결론은 물어물어 알아낸 내진보강 신공법을 적용시켜 시공비 포함 5천만 원에 낙찰. 그럼에도 턱없이 부족한 예산을 맞춰주느라 이렇게 저렇게 장식적 요소, 외장재 등을 최대한 저렴하게 잡아 겨우겨우 작년 말에 교육청 승인을 받아냈다. 학교 내 작은 건물에 이런저런 법규적으로 걸린 것들이 많다보니. (문화재 보호지구, 비행금지지구등등으로 인해 문화재청과 공군협의까지) 지리멸렬하게 질질 끌다 겨우 끝을 내버린 것이다.

 

완료가 된 후 부분 철거가 시작되면서 어찌나 속이 후련하던지. 1년 반. 18개월 동안 고생한 걸 생각하면 아휴... 완공된 후 이 학교 급식실에서 반년동안 밥을 퍼먹어도 성치 않을 것 같다.

 

2.모제약회사 공장 증축.

-와 이건 정말 억울하다. 쉽게 말해 설계와 협의 과정에서 아무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으나, 허가과정에서 관할 시청의 담당자의 엄청난 태클을 당해버렸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으나 접수 후, 허가까지 한 달 반의 시간이 소요되버렸다. 이리저리 루트를 통해 알아보니, 여러 가지 “썰”들이 흘러나왔는데, 관할시청과 건축주인 모제약회사와의 불편한 관계부터 시작해 담당공무원의 무사안일한 근무태도가 유력한 이유로 거론되었다. 어찌저찌 해서 허가 후 공장건축물에 철골구조로 시공은 후다닥 끝났으나, 준공(혹은 임시사용승인) 역시 평상시 사흘 소요과정이 보름이 넘어가버리는 기현상을 경험한 후 손을 털었다. 단일용도로 높이 50미터에 폭은 90미터짜리 이 어마어마한 건물 역시 구정연휴 전에 매듭지어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3.o시 장례식장.

이 프로젝트는 어찌 보면 계획이나 설계, 허가과정, 착공까지 별 문제없이 진행되었으나, 공사가 시작되면서 발생했던 상황들로 인해 스트레스 만땅이 된 경우다. 다른 이유가 아닌 건축주의 지나친 간섭이 문제일지도 모른다. 다시 말해 4층짜리 건물이 올라갈 때마다 실의 구획과 창과 문의 위치를 하루가 멀다 하고 바꾸기 일쑤. 외부에 난 창호의 형태를 이렇게 바꿨다가 다시 원래대로, 부속실의 위치를 이렇게 저렇게 바꾸고, 현장소장의 말을 빌리자면 쌓았던 벽돌을 몇 번이나 털어내고 다시 쌓고를 반복했다고 한다. 결국은 설계의 마지막 과정에서 그동안 변경된 사항이 쓰나미처럼 밀려와 결국엔 현장에 가 줄자로 하나하나 실측을 하며 반대로 평면을 짜 맞춰 준공준비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암튼 이 골치 아픈 프로젝트가 그나마 구정연휴 전에 처리했다는 것 자체가 그나마 위안 일려나, 문제라면 이런 일들은 시간당 소모된 인건비를 따진다면 이윤을 극대화하지 못했다는 것이 아까울 뿐이다.

 

구정 연휴 전 숯불 닭갈비와 소주로 이 골치 아픈 프로젝트를 끝냈다는 조촐한 파뤼현장.

(역시 닭갈비는 철판보단 숯불이 은근 맛있더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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