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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on de meowry

몇몇 SF소설들에서 끈질기게 원용되고 또 코니 윌리스의 무지무지 재미있는 책 <개는 말할 것도 없고>에서는 무려 제목까지 빌려온 이 책, 처음에는 가공의 책인 줄 알았다. 저자가 제롬 K. 제롬이라는 것을 알고도 몇 달 전부터 학교 도서관에서 여러 번 찾아 헤맸는데, 그 과정 또한 신비스러웠다. 분명히 소장도서라고 나오는데 서지번호를 들고 아무리 찾아 헤매도 자리에 없길래. 며칠 전에 학교 도서관 서가를 한번 정리한 것 같은데, 그래서 나도 드디어 이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기대한 만큼 재미있다. 1889년에 출간되었다는데, 내가 빅토리아 시대에 대해 얼마나 엄청난 편견을 갖고 있었는지 그 때 깨달았다. 디킨스, 브라우닝, 브론테 자매의 시대 한 켠에서는 이런 코믹 소설이 씌어지다니 믿을 수 없다. 19세기의 이 남자가 현대성이라는 것에 관해 회의하면서 "소녀들이 학교의 수예 시간에 만든 별볼일없는 작품들도 시간이 지나면 빅토리아 시대의 태피스트리라는 이름을 달고 안주인만이 먼지를 떨 수 있는 귀중품이 될 것"이라고 통탄하는 부분은 참 재밌다. 결국 그리되었지 않나. 
 속편 <자전거를 탄 세 남자>를 읽고 나서 이어 쓰겠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나중에 개를 키우게 된다면 이름은 몽모렌시라고 짓기로 마음먹었다. 몽모렌시는 가공의 개란다. 아쉽다.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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