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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지 못하는 희망
  • 파스칼 키냐르의 수사학
  • 파스칼 키냐르
  • 16,200원 (10%900)
  • 2023-02-25
  • : 1,305
파스칼 키냐르, [우리가 사랑했던 정원에서(프란츠, 2019)]을 통해 접했던 그의 글은 당혹스러움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었습니다. 말과 소리, 그리고 그것들이 가지는 의미와 표현에 대한 그의 생각은 읽는 내내 따라잡기 힘든 것이었습니다.
[파스칼 키냐르의 수사학]을 읽기 전 또 다시 그의 언어의 바다에서 표류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했습니다.
다행이 언어, 특히 문학에 대한 그의 생각을 조금씩 따라갈 수 있었습니다.
잘못 이해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키냐르는 이 책에 실린 글들을 통해 전통적인 수사학과는 다른 의미의 수사학을 제시하였다고 봅니다. 수사학(rhetoric)은 아리스토텔레스 이래 설득의 말하기/쓰기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키냐르가 말하는 수사학은 인간의 생각을 표현하는 모든 것, 특히 열린 생각과 자유로운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역사라는 장에서 전통 또는 이성이라는 이름으로 언어를 규정하고, 재단하여 정형화되거나 권위를 부여받은 것들만이 허용되어 왔다는 것입니다. ‘이미지없는 논증으로서의 철학’, ’형이상학의 난폭한 확산‘ 등으로 정의됩니다.
그리고 자유롭고 열린 생각과 표현으로서의 수사학을 ’사색적 수사학, ‘반철학적 문학전통‘, 그리고 <소론집>을 통해 열린 질문을 던지지만 답을 제시하지 않는 텍스트, 즉 읽는이가 자유롭게 해석할 수 있는 공간을 가진 글을 위한 것이라 말합니다.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고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반 철학적(반 이성적) 글쓰기의 전통을 불러 옵니다. 마치 푸코가 근대를 새로운 시각으로 보기 위해 역사 속에서 소수자 혹은 소멸된 것들을 되살리듯이…언어를 사용한 이래 이것은 끊임없이 규정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이 규정짓기는 한편으로 그 의미를 제한하고 축소시켰을 뿐 아니라, 규정이 의미를 다시 규정하는 모순까지 있어 왔습니다. 결국 인간의 생각을 표현하기 위한 언어가 도리어 인간의 생각을 규정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본질은 사라지고 언어로 규정된 무의미만이 남게 된 것입니다. 키냐르는 이런 수사학, 논리나 이성 또는 추상적인 것에 매달린 수사학이 아닌 살아있는 날 것 그대로의 수사학을 말하고 있습니다.
결국 키냐르의 수사학은 말과 글이라는 언어가 인간의 생각을, 또는 그것이 무엇이든 제대로 표현하려면 규정되지 않은 한계없는 자유로운 것이어야 한다는 것을 말했다고 생각됩니다.
무엇을 읽고, 쓰거나 혹은 말을 하던지 규정된 의미에 얽매이지 않고 생각하고 표현하는 것이 필요한 때입니다.

책 속에서 건진 몇 문장
‘우리의 겉모습은 떠도는 지배에사슬을 던진다. 우리의 눈길은 모든 걸 말하고, 검은 안경은 더 많은걸 말한다. "나는 가면을 쓰고 나아간다Larvatus prodeo"는 데카르트의 금언은 실행 불가능한 명령이다. 우리가 자기 자신에 대한 무지 때문에 진정성에 이르는 것이 불가능하기에 더더욱 실행 불가능하다. 데카르트의 금언은 우리 자신에 대한 무지 때문에 우리가 다가가는 게 불가능한, 진정성보다 훨씬 더 실행 불가능한 명령이다.
라틴어로 페르소나 persona 가면을 내미는 건 그 선택에서 당장의 immedita 복잡성보다는 자기 자신을 더 드러낸다. 누구도 자신이감출 때 무엇을 드러내는지 알지 못한다. 아풀레이우스는 참으로불행한 한 인간을 무대에 올린다. 그를 욕망하지만 그가 겁내는 어느 여자에 대한 기억을 친구가 떠올리자 그는 흐느낀다. 고통으로부어오른 자기 얼굴을 그가 입고 있던 덕지덕지 꿰맨 옷으로 가리자 배꼽umbilico부터 아랫배pube까지 노출된다.’p.83

‘ 임재는 글을 쓰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당혹스러운 문체의 스승이다. 이렇게 말해야 할 것이다. “바울이 격렬한 문체의 스승이듯이 임제는 당혹스러운 문체의 스승이다.” 삶이 살아진 순간부터 삶에 환대를 제공하는 유일한 장소는 오직 말뿐이다. 그리스의 온 역사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수사학자인 로기노스는 삶이 어떻게 문자언어 속으로 돌아올 수 있는지 묘사했다. 글로 쓰인 작품은 라이터에서 솟구치는 불꽃처럼 그것을 쓴 사람의 내면에서 급격히 전개된다. 쓰는 사람은 스크린도, 이론도, 숙고도 없이, 무엇보다 언어도 없이, 갑자기 장면들을 눈앞에 보아야 한다.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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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게시물은 을유문화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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