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 자리에 있는 하늘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이가 몇이나 될까. 이 책은 우리가 매일 무심히 지나치는 대기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소해 보이는 자연 현상들 뒤에 숨어 있는 과학의 언어를 하나의 긴 이야기로 엮으며, 익숙했던 하늘이 조금은 다른 얼굴로 다가오도록 만든다. 특히 작가의 문체가 인상 깊었다(번역가의 역량일지도). 설명을 서두르지 않고 장면을 옮기듯 자연스럽게 이어가며, 독자로 하여금 조용히 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한다. 분명 전문적인 지식을 다루고 있는데, 거부감이 전혀 없다.
책은 날씨와 기후를 구분하는 데서 출발해, 구름과 바람, 열과 에너지가 어떻게 대기 속을 순환하며 지금의 하늘을 만들어 내는지를 알려준다. 순간처럼 스쳐 지나가는 변화들이 사실은 오랜 시간 쌓여 온 물리적 과정의 결과임을 보여주며, 기후 변화에 관한 역사를 차분하게 풀어낸다.
자칫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이론들도 이야기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자리를 찾게 한다. 한 문장, 한 문장을 쌓아 올리며 하늘에 대한 이해를 이끌어 내고, 낯선 과학적 개념과 독자 사이의 거리는 조금씩 좁혀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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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8
저자가 말하듯 날씨는 끊임없이 변하지만, 기후는 변하지 않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그 '정상'을 잃어버린 시대에 살고 있다. 미래의 기후는 어떤 모습일까. 결국 우리 손에 모든 것이 달려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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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27
고대 그리스가 날씨를 연구하고 합리적으로 이론화한 최초의 국가라고 단언하기 어렵지만, 기상학이라는 분야가 탄생한 곳이라고는 확실히 말할 수 있습니다. 위대한 철학자 아리스토텔리스(Aristotle, 기원전 384~322)는 그리스어로 '하늘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대한 연구'를 뜻하는 Meteorologica(기상학)라는 용어를 만들었고, 이를 제목으로 한 논문을 기원전 340년 경에 발표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기상학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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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70
바람은 그 자체로 하나의 날씨 현상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모든 날씨를 가능하게 합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혈액이 우리 몸속에서 산소와 영양분, 노폐물을 운반하듯, 바람은 대기 중의 물질을 지구 곳곳으로 실어 나르기 때문이죠.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바람을 움직이는 원동력은 지구 구석구석으로 열과 수분을 전달하며 날씨를 만들어 내는, 대기라는 거인의 심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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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44
몬순('계절'을 의미하는 아랍어 마우심에서 유래)은 열대 인도양에서 발생하는 규칙적인 패턴의 계절풍과 강우 패턴을 의미합니다. 몬순은 지구상에서 가장 중요한 대기 순환 중 하나로, 수십억 인구의 생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쿠쉬완트 싱(Khushwant Singh)은 그의 소설 <나이팅게일의 노래는 듣지 않으리(I Shall Not Hear the Nightingale)>에서 "유럽인에게 1년의 사계절은 인도인에게 몬순의 한 계절과 같다"라고 비유하며, "황량함에 앞서 찾아오고, 봄의 희망을 가져오며, 여름의 충만함과 가을의 결실을 함께 가져다준다."라고 표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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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91-192
중력 가속도는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므로, 이러한 거리 차이는 위도가 낮을수록 지표면에서의 중력이 더 작아지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여기에 지구 자전에 따른 원심 가속도까지 더해지면, 적도 부근에 서 있을 때는 몸무게가 더 가볍게 측정됩니다! 실제로 높이뛰기와 같은 올림픽 경기의 기록은 위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런던에서 뛰는 선수는 나이로비에서 뛰는 선수보다 더 강한 중력에 맞서야 합니다. 지표면 중력의 차이는 최대 0.5퍼센트에 불과하지만, 경쟁이 치열한 스포츠에서는 이 정도의 차이도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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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61
궁극적으로 우리는 거인의 손바닥 위에 놓여 있습니다. 그러나 그 거인은 결코 우리의 적이 아닙니다. 박테리아가 인간을 적이라 여기지 않듯, 대기 역시 우리의 존재에 아무런 관심이 없습니다. 만약 대기가 수십억 년의 이야기를 담은 자서전을 쓰게 된다면, 인류는 아마 작은 각주 정도로만 등장할 것입니다. ... 대기는 우리를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대기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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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73
우리는 이곳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시간을 충분히 가졌습니다. 이제는 그것을 지켜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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