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간 전 연재] 사피엔스의 미래 - 6회에서는
제2장 '커밀 팔리아와의 대화' 중 일부를 공개합니다.
커밀 팔리아와의 대화
커밀 팔리아와 멍크 디베이트 사회자 러디어드 그리피스
러디어드 그리피스
저는 지금 커밀 팔리아와 함께 있습니다. 커밀 팔리아는 대중문화와 철학과 신화를 결합한 여러 권의 베스트셀러 인문학책들을 발표한 미국의 대표 작가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저는 커밀 팔리아의 이런 면을 좋아합니다. 〈할리우드리포터〉의 칼럼니스트셨잖아요.
커밀 팔리아
정식 칼럼니스트는 아닙니다. 그 매체에 글을 자주 쓰긴 했습니다. 워낙에 잡다한 분야에 관심이 있어서요. 할리우드나 로큰롤이 진지한 학문으로는 여겨지지 않던 시절부터 대중문화와 관련된 글을 써오긴 했지요. 그런데 아무래도 영화에 대한 열정 때문에 예일대학교 대학원에서 신뢰를 잃은 것 같습니다. 당시만 해도 유럽의 예술 영화를 공부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으니까요.
러디어드 그리피스
인용할 만한 발언을 많이 하셨는데요. 그중 다음 문구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셨으면 합니다. “페미니즘의 맹점은 현대 여성이 마음만 먹는다면 ‘모든 걸 가질 수 있는’ 것처럼 말해온 것이다. 여성의 어깨에 가장 무거운 짐을 지우고 있는 것은 남성 중심적인 사회가 아니라 우리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대자연이다.”(커밀 팔리아의 저서 『성, 예술, 그리고 미국 문화Ses, Art, and American Culture』에서 인용)
커밀 팔리아
네. 저의 첫 책인 『섹슈얼 페르소나』의 주제이기도 했습니다. 오랜 학문적 연구를 통해 도출한 결론이기도 합니다. 저는 항상 반항적인 기질을 가진 사람이었고 어린 시절부터 세상이 원하는 젠더 역할과 제가 달라 무조건 사회만 탓하고는 했습니다. 그런데 다년간의 연구와 조사 끝에 여성에게 가장 큰 장애물은 남성 위주의 사회가 아니라 자연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어요. 여성은 여전히 임신과 육아라는 무거운 짐을 담당하게 되어 있으니까요. 아이 갖기를 선택한 여성들은 남성과는 절대적으로 다른 삶을 살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였습니다. 남성들에게 아버지가 된다는 것은 일종의 사회적 의무이며 책임입니다. 하지만 여성의 임신은 어떻습니까? 너무나 원시적이고 본능적인 방식으로 태아가 여성의 몸 안에서 탄생하고 성장합니다. 생물학적인 힘이 여자를 압도해버렸습니다.
물론 오늘날의 페미니스트들에게 이런 말을 한다면 99%는 당장 책상을 차고 일어나 목소리를 높이며 저의 생각이 너무나 보수적인, 진보를 거스르는 관점이라고 주장하겠지요. 아닙니다. 보수적인 관점이 아니라 현실적인 관점입니다. 페미니즘이 이렇게 압도적인 자연의 섭리를 거부할수록 망상에 빠져 있다가 점점 기반을 잃을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저의 스승들인 사드 백작, 오스카 와일드, 보를레르, 고티에의 생각에 동의할 수밖에 없어요. 다시 말해, 인간으로서 우리는 필요하다면 마땅히 자연을 거슬러야겠지만 아무리 애써도 자연의 힘과 자연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전 세계 대학에서 젠더 역할이 그냥 소설 속 이야기나 독단적인 사회 관습일 뿐이라는 헛소리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러디어드 그리피스
사회 구조라고 하죠.
커밀 팔리아
그렇습니다. 그런 단어를 사용합니다. 구조라고요. 대학의 여성학에서는 젠더가 주입되었다는 개념을 가르칩니다. 그건 완전히 정신 나간 주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젠더를 어떻게 구별할 수 있겠어요?
저는 모든 트렌스젠더를 지지합니다. 저는 저의 페미니즘을 ‘드래그 퀸(남성이 여성처럼 차려입고 여성처럼 행동하는) 페미니즘’이라고도 하죠. 그러니 제가 공화당이나 보수 우파에서 나왔다는 생각은 안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제 페미니스트들이 다시 한번 생물학에 대한 논의로 돌아갈 때가 왔다는 것입니다. 생물학을 모든 여성학 연구와 젠터 연구 프로그램에 필수 과목으로 포함해야 합니다. 생물학의 부재가 과학에 무지한 선동가들을 양산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역량이 부족합니다. 너무나 많은 혼란이 야기되고 있고 그래서 많은 사람이 여성 운동에 관심을 끊으려고 합니다. 현실과 유리된 주장들을 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러디어드 그리피스
그러면 오늘 밤 주장할 내용을 맛보기로 약간 보여주시겠어요? 커밀은 남성들이 문화적으로 건설해온 기존 사회를 존중하고 이 문명의 과거뿐 아니라 문명의 현재와 미래까지 이해하고 싶다면 남성의 힘을 인정해야 한다고 했잖아요.
커밀 팔리아
“만약 문명이 여성의 손에 맡겨졌다면 인간은 아직도 초가집에서 살고 있을 것이다”라는 말은 저의 책 『섹슈얼 페르소나』에서 가장 논쟁이 되었던 구절입니다. 하지만 아무도 제가 한 말을 심도 있게 생각하지 않았지요.
저는 생명의 위험을 감수하며 탄생시킨 위대한 문화적 산물들이 남성의 생산물이라고 말을 한 거예요. 『섹슈얼 페르소나』에서 저는 남성이 창조의 욕구에 넘치는 이유가 남성들의 모호한 정체성 감각 때문이라는 이론을 제시했습니다. 여성들은 사춘기에 월경을 시작하는 순간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 알게 됩니다. 여성들은 정체성을 굳이 증명할 필요가 없어요. 하지만 남성들은 발기할 때마다 자기를 증명하고, 증명하고, 또 증명해내야만 합니다. 특히 이성애자 남성들은 그렇습니다. 남성은 이 세상을 방랑하고 마침내 그들이 꿈에 그리던 여성을 찾아내고 그 여성을 어머니의 모습으로 동일시합니다. 성행위는 다시 자궁으로 들어가는 행위입니다. 섹스에는 이렇게 모든 종류의 어두운 상상력의 힘이 있지만, 페미니스트들은 성행위의 합의를 무시하려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남성에게 아주 많은 것을 배웁니다. 하지만 제 책에는 이런 문장도 있습니다. “역사에는 여자 모차르트가 없다. 여자 잭 더 리퍼(1888년 영국 런던에서 성매매 여성 5명을 잔인하게 살해한 살인마)가 없기 때문이다.” 저는 여성들이 지적인 수준에서는 중간 지점에 몰려 있다고 말했습니다. 여성들 가운데 천재가 많이 배출되고 있지는 않지만, 범죄자나 사이코나 살인자 들도 나오지 않죠. 남성들은 총과 무기를 들고 여성과 어린이들을 살상하고 너무나 남성적인 두뇌에서 형성된 왜곡된 환상에 따라 본능적으로 행동합니다. 모든 천재의 행동은 필연적으로 광기 어린 행동이기도 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페미니즘은 인간이 타고난 성적 차이점을 부정하는 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할애하는 바람에 오히려 궁지에 몰렸습니다. 페미니스트 운동은, 안타깝지만 현재는 소멸 직전입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느끼기에 자신들의 열정, 근심, 욕망을 페미니스트들이 제대로 짚어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이제는 페미니즘을 다시 현실 세계로 끌어와야 합니다. 생물학을 다시 공부하고 남성들을 정당하게 대해야 합니다. 남성을 향한 부정적인 평가를 멈춰야 합니다.
_『남자의 시대는 끝났다』출간 전 연재 7회에 계속
커밀 팔리아
미국 예술종합대학인 유아츠 교수, 평론가. 뉴욕 주 빙엄턴 대학 하퍼 칼리지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예일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학원 시절 레즈비언이라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1984년 유아츠 종신 교수가 되어 인문학과 미디어학을 가르친다. 페미니스트지만 현대 페미니스트 활동가를 비판하는 경우가 많아 ‘안티페미니스트 페미니스트’라고 불리기도 한다. 저서로 『섹슈얼 페르소나』, 『성, 예술, 미국 문화』 등이 있다.
페이스북 @CamillePagliaAuthor
*『남자의 시대는 끝났다』 [출간 전 연재]는
총 8회의 걸쳐 진행될 예정이고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1회 - 들어가는 말 #1 토론 배경 : 여자의 부상과 남자의 추락
2회 - 들어가는 말 #2 토론자 소개 : 우리 시대 페미니스트 4인
3회 - 들어가는 말 #3 찬반 양측의 핵심 주장
4회 - 들어가는 말 #4 토론 결과는?
5회 - 사전 인터뷰 #1 해나 로진
6회 - 사전 인터뷰 #2 커밀 팔리아
7회 - 사전 인터뷰 #3 모린 다우드
8회 - 사전 인터뷰 #4 케이틀린 모란
* 도서 정보 : 7.3일 출간 예정이고 지금 예약 판매 중입니다.
* [출간 중 연재] 기간 중 좋아요, 추천을 하시거나 덧글을 달아주신 다섯 분께는 신간 『남자의 시대는 끝났다』를 보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