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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전 포인트

토론에 참여한 네 사람은 각각 당대 정상급 지성에 해당한다. 뛰어난 필력은 이미 공인된 바 있다. 베스트셀러 작가임은 물론 퓰리처상을 비롯한 각종 우수 저술상에 빛나는 작가들이다. 이 책에서는 이들의 언변에 주목해 보는 것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지극히 이성적인 1급 지식인들도 자존심을 건 논쟁의 열기가 고조됐을 때는 감정을 다스리는 데 애를 먹는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실감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알랭 드 보통이 꽤나 다혈질이라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이 역시 어찌할 수 없는 인간 본성의 한 단면임을 보여준다.


모두 발언을 하는 알랭 드 보통 ⓒMunkdebates


지적인 풍자와 뼈 있는 야유로 장식된 쌍방의 변론과 논증은 어느 것 하나 쉽게 무시할 수 없는 것들이다. 어쩌면 인간의 운명이 그처럼 한 방향으로만은 단정짓기 어려운 두 얼굴의 야누스인지도 모른다.


나만 해도 번역을 시작할 당시에는 진보에 찬성하는 쪽에 기울어 있었다. 하지만 번역을 끝낸 지금은 거의 중간 지점에 와 있다. 오히려 조만간 반대편으로 기울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아닌게 아니라, 번역을 마치고 이 글을 쓰는 동안 미래학자 거드 레온하드의 신간 『기술 대 인간Technology vs. Humanity』이 출간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지금의 과학기술이 전 분야에 걸쳐 유례없는 속도와 규모로 발전하면서 인간성humanity을 위협하고 스스로 규정지을 시점에 이르렀다면서, 이 문제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촉구한다.


거드 레온하드의『기술 대 인간Technology vs. Humanity』


끝으로, 멍크 디베이트 중 양측에서 나온 몇몇 말들이 떠오른다. 매트 리들리는 실제로 인류의 미래가 비관적으로 보인다고 하더라도 그쪽에 투항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알랭 드 보통은 지금의 추이가 개선의 방향을 가리킨다고 해도 최악의 상황을 경계하는 비관적 현실주의의 입장을 취하는 것이 전략적으로도 현명하다고 했다.


이들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 같으면서도 결국에는 교차하는 지점이 있다. 미래를 쉽게 포기하지 않되 결코 과신하거나 오만하지도 않는 태도다. 그 중용의 지혜에 이르기까지 전개되는 설전의 과정이 최고 지성의 격돌인 동시에 향연이라 할 만하다. 더 넓고 깊은 생각과 토론으로 이어지는 단초가 될 수 있다면 번역자로서 그 이상의 보람이 없겠다.


2016년 가을

 전병근


_『사피엔스의 미래』 출간 전 연재 5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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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의 미래 [출간 전 연재]는 

총 8회의 걸쳐 진행될 예정이고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1회 - 옮긴이의 말 #1 번역을 하게 된 계기와 이 책의 주제는?

2회 - 옮긴이의 말 #2 멍크 디베이트는 어떤 행사이고 양측의 주요 주장은?

3회 - 옮긴이의 말 #3 토론의 쟁점은?

4회 - 옮긴이의 말 #4 토론 관전 포인트와 감상평은?

5회 - 사전 인터뷰 #1 알랭 드 보통과의 대화

6회 - 사전 인터뷰 #2 말콤 글래드웰과의 대화

7회 - 사전 인터뷰 #3 스티븐 핑커와의 대화

8회 - 사전 인터뷰 #4 매트 리들리와의 대화


* 자세히 알아보기














* [출간 중 연재] 기간 중 좋아요, 추천을 하시거나 덧글을 달아주신 다섯 분께는 신간 『사피엔스의 미래』를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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