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공식적인 일들은 마무리가 되었고, 이제 여유롭게 연말연시를 보내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마음이 따뜻해지는 최근의 책탑을 사진으로 올린다.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념하는 크리스마스의 본래 의미를 생각하며, 이번달에는 그리스도교 서적을 좀 구매하였다. 사실 지난달부터는 성당에서 봉사도 시작했는데, 신앙생활이란 것이 단지 개인적 차원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교회 안에서 함께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회 안에서 배우는 마음으로 함께 하며, 다른 이들을 섬길 수 있는 부분들을 찾아서 조용히 봉사하고 있다.
그렇게 지내고 있는데, 얼마 전에 수녀님께서 "라파엘 형제님을 보면 신부로 만들고 싶은 마음이 드는데, 공부한 게 아까워서 말을 못하겠어..."라고 말씀하셨다. 말을 못하겠다면서 말씀하신다는 점이 역설적으로 느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 마음과 뜻을 잘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실은 나도 몇년 전에 신부가 되고자 알아보기도 했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신부가 되려면 늦어도 만 30세 이전에 과정을 시작해야 하므로, 이미 그 나이를 넘어선 나는 신부가 되려면 해외의 수도회에 입회하는 방법밖에 없다.
미래는 알 수 없는 것이지만, 현재는 일단 지금 내가 놓여진 위치에서 나의 역할을 성실하게 감당하려고 한다. 사제는 사제로서의 역할이 있고, 나는 세상의 한가운데서 나의 십자가를 지고 나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마음이 든다. 내 안에 그리스도의 마음을 품고, 나 자신부터 성화되어가며, 그렇게 내 삶의 관계들이 조금은 더 선한 방향으로 변화되어 갔으면 좋겠다. 그래서 내 삶이 끝난 이후에 내가 지나간 세상이, 조금은 더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이 되어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