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하고 싶은데 적확한 단어가 뭘까 고민하느라 말할 때를 놓친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겠지. 단어가 떠올랐을 땐 이미 말을 하기엔 너무 늦어버려서 아쉬워한 적도 있을 테고. 감정에 이름을 붙인다는 건, 내가 할 수 있는 표현이 늘어나는 일일 거다. 돌려 말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표현할 수도 있을 테고, 굳이 해석하려 노력하지 않아도 마음에 가닿게 말할 수 있게 될 거다.
"말이란 단순히 글자를 이어 붙인 것이 아니라, 우리 마음과 타인의 마음을 연결하는 다리이지 우리가 안전함을 느낄 수 있는 피난처, 세상을 여는 열쇠입니다. 보이지 않는 상처를 치유하고 잃어버렸던 자신의 조각들을 되찾게 해주죠. 이름 없는 감정들에게 이름을 부여하는 일은 변혁의 행위, 다시 쓰기 또는 창조의 행위이며, 눈앞의 현실을 더 선명히 바라보는 일이자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환상과도 같습니다.
- 서문 <아직 번역되지 않은 마음들에 대하여> 중에서, p10"
아칸어, 아랍어, 덴마크어, 프랑스어, 한국어, 일본어, 이탈리아어, 튀르키예어, 핀란드어, 그리스어, 아이슬란드어, 케추아어, 독일어.....
들어본 적 있는, 들어본 적 없는 여러 나라의 언어를 탐색해 감정에 이름을 붙여 풀어낸 글을 읽다 보면 나도 몰랐던 내 마음을 들여다보게 된다.
그건, 내 마음뿐 아니라 타인의 마음도 같이 헤아려보게 하는데 '아, 그 사람 그때 그런 마음이었겠구나.' '아, 아이가 그때 내게 그런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나 보다.'
타인을 이해하는 마음을 갖게 되는 건, 나를 더 많이 아끼게 되는 일이기도 하다.
책 속의 단어들을, 단어에 담긴 감정들을 통해 우리는 조금 더 다정해질 수 있을 거다. 조금 더 사랑하게 될 수 있을 거다.
한국어 '안심' '혼족' '눈치' 같은 단어들을 책 속에서 만나니 반갑기도 했다. 평소에 너무 자주 사용하는 단어라서 그 뜻을 지레짐작하고, 말 그대로 눈치껏 이해하게 되는 단어들이었다. 작가는 '눈치'라는 단어를 쓰면서 '타인의 기분을 알아채는 기술'이라고 했다. 눈치를 보는 순간에 내가 주눅 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상대의 마음을, 기분을 헤아리고 싶었던' 거구나 싶기도 했다.
일본어 '츤데레'도 흥미로웠다. '처음에는' 속내를 드러내지 않다가 시간이 지나며 다정해지는 사람'이라고 해석해 두었는데 '불안감을 감추려 자존심 뒤에 마음을 숨기다가, 점차 진정한 감정을 표현해나가는'이라는 의미가 단어를 조금 더 다정하게 받아들이게 해주었다.
영어의 '손더sonder'라는 신조어는 단어는 예쁘게 느껴지지 않았는데 그 뜻은 아주 마음에 들었다.
'지나가는 모든 사람이 저마다 자신만의 복잡한 삶을 살고 있음을 깨닫는 것'이라는 뜻의 단어.
겉으로 보기엔 알 수 없는 각 개인의 사정이 있다고 헤아리고 싶은 단어다.
이 책은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좋을 책이다.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마음에 들어오는 단어부터 읽어보면 좋겠다.
그러다 자신에게 딱! 맞는 단어를 찾는 그 순간 무척 즐거울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