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당신을 가로막는 건 언제나 생각'이었다!"
그랬다.
생각은 길고, 길어지면 생각에서 공상으로, 상상으로, 망상으로 이어진다.
대체로 그렇다. 걱정하는 문제에 대한 생각일수록 좋은 생각으로 끝날 때보다 나쁜 생각으로 마무리되어, 마음에 쿵, 돌덩이를 하나 얹은 채 끝나게 된다.
아니, 끝나지 않는다. 돌탑을 쌓듯 계속 그 위로 쌓인다.
책 처방전이 있다면,
<<생각이 너무 많은 나에게>>는 지금 내게 딱 알맞은 처방이었다.
그놈의 생각! 생각! 하면서 몇 주를 보냈으니까.
포스트잇을 얼마나 붙이면서 읽었던지.
일독을 하고, 포스트잇 붙인 페이지만 다시 읽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렸다.
내가 이 책에서 찾아낸 보물 같은 단어는 '자기 주제'다.
우리가 반복해서 겪는 어려움과 문제들은 나 자신의 감정 습관, 생각 패턴, 말하고 행동하는 방식을 통해 증폭될 때가 많습니다. 내 특유의 경향성 그리고 그 경향성과 관련된 '자기 주제'는 단순히 마음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과 경험하는 사건들에도 영향을 끼치지요.
이를테면 자기 주제가 '소외되거나 혼자 남겨지는 것만큼은 피해야 한다'인 경우에는 늘 타인에게 맞추고 순응하다 보니 상대방이 함부로 대해도 꾹 참거나 웃음으로 넘기면서 갈등을 회피하는 일을 자주 경험하게 됩니다. (...)
자기 주제가 '무시당하지 않으려면 강하게 나가야 해' 인 사람은 '무시'와 관련된 신호에 민감해지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공격적으로 반응하게 됩니다. (...)
'아무도 나를 이해하지 못해' 혹은 '아무도 내 어려움에 공감하지 않아'와 같은 주제로 시달리는 사람은 자기 문제로 시야가 많이 좁아져서 가까이 있는 친구나 가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공감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 <신경증과 지혜의 다섯 가지 짝> 중에서, p50
자기가 신경 쓰고, 집중하고 있는 '주제'가 무엇이냐에 따라 생각하는 혹은 타인을 대하는 방식, 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
간과하는 것은 '우리 자신이 주연일 뿐 아니라 스토리의 작가'라는 말은 그래도 크게 와닿았다.
내가 어떻게 스토리를 만들어 갈 것이냐... 결정하는 것은 나의 몫.
"내가 계속해서 어려움을 겪는 문제는 무엇인가?"
"그건 어떤 경험인가?"
"왜 나는 그걸 계속 문제 삼는가?"
"문제 삼는 마음에는 무엇이 들어 있는가?
'자기 주제'를 명확히 알아내야 해결을 하든, 변하든 할 수 있다는 부분을 읽고,
책 속의 질문들을 옮겨보면서 나는 명확히 알 것 같았다.
내가 두려워하는 것, 회피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에 대한 답을 며칠 동안 써 내려가고 있는 중이다.
"안 좋은 생각을 덜 하고 싶으면 그것과 관련된 씨앗에 물을 주지 않아야 합니다."
저자는 씨앗에 물을 주지 않는 방법으로 '멈춤'을 이야기한다.
생각을 멈추기 위해 '명상'을 권한다.
(책 속에 저자가 알려주는 4단계 수행 연습 방법이 꽤 상세하게 적혀 있다)
책을 읽은 뒤 아침에 일어나 불을 켜지 않은 상태로 저자가 알려준 대로 앉아 명상을 해봤다.
쉽지 않았다. '멈춤'은 한순간에 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그래도 며칠, 몇 달 하다 보면 습관처럼 그것도 되지 않을까, 작은 기대를 가지고 있다.
이 책이 좋았던 건, 어렵지 않다는 거였다.
어려운 단어나, 누군가의 이론을 거론하며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막힘없이 읽게 하는 문장 속에 담겨 있는 날카로운 지적.
날카롭게 지적하고 끄집어 냈지만, 그걸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는 존재한다고 알려주는 다정함.
혹시 이런저런 고민으로 생각이 끊이질 않는다면, 그 생각이 긍정적이기보다는 부정적이라면,
'멈춤'하고 싶다면, 그 시작으로 이 책 속의 문장들에 기대보는 것도 좋겠다. 내가 지금 그렇듯.
어려운 상황에서는 어려움 한가운데로 들어가 앉습니다. 불편한 마음과 마주합니다. 많은 행동보다는 정확한 행동이 필요하기에, 조용히 방에 앉아 자신과 천천히 얘기를 나눕니다. 있는 그대로 느끼고 경험하는 시간 속에서 자신과 깊게 연결됩니다. 그런 연결은 우리를 본래의 지혜로 안내합니다. 기회는 밖에 있지 않고 출구도 밖에 있지 않습니다.
- P101
‘이 일에서 내가 정말로 보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 관계는 감정을 일으키기에, 관계를 피한다는 것은 감정을 피한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힘든 감정에는 대개 ‘자기 주제‘가 담겨 있습니다. 내가 계속해서 굴리고 있는 바위를 가장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 감정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감정적 경험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작업은 작기 이해의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P118
우리의 일상적 행위 하나하나가 위대한 수행의 기회입니다. 매 순간 우리는 그것과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걸을 때는 걷는 행위가 되고 밥을 먹을 때에는 밥 먹는 행위가 됩니다. 청소를 할 때는 청소와 하나가 되고 대화를 할 때는 대화와 하나가 됩니다. 그러면 ‘나‘와 내가 아닌 것 사이에서 괴로워할 일이 줄어들게 됩니다. 오고 가는 것에, 생겨나고 그치는 것에, 순간순간 온 마음으로 참여합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나‘라고 하는 개념이 떨어져 나갑니다. 이것이 자기중심성을, 나를 잊는다는 것입니다. 진실로 긍정적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떤 결과를 기대함 없이 긍정적으로 살아야 합니다. 무엇을 하든 아무것도 예상하지 말고 그저 온 마음을 다해 자신을 내던지는 것, 그것이 수행입니다.
- P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