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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세우스의 서재
  • 변신
  • 프란츠 카프카
  • 12,420원 (10%690)
  • 2025-10-31
  • : 50


*** 이 글은 책콩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이 책은 20세기 모더니즘과 실존주의 문학을 이끌었던 유대계 독일작가 프란츠 카프카의 작가 초기 시절의 3개 단편소설 작품(화부; 선고; 변신)을 모은 단편소설집이다.

3편의 단편 소설의 간략한 구성과 내용은 다음과 같다:

[화부]는 가정부와의 사건으로 인해 유럽에서 미국 뉴욕으로 가는 여객선에 탑승한 독일인 카를 로스만은 우연히 여객선에서 근무하는 화부를 만나게 되어 자신의 부당한 대우를 운송 회사 임원진들에게 고변하는 자리에 동석하게 된다. 여객선의 선장, 여객선 운송회사의 화계주임과 고위 승무원, 항만청 관리들과 상원의원 앞에서 자신의 상급자 슈발의 비리와 비행을 밝히면서도 자신의 업적과 불공정한 대우를 입증하려는 화부의 작업은 순탄하게만은 흘러가지 않게 된다. 과연 카를은 화부를 도와 정의 실현을 이룰 수 있을까?

[선고]는 신통찮은 사업가 게오르크 벤데만은 2년 전 어머니를 잃고 나서부터 아버지와 함께 살기 시작했다. 각성하고 나서부터 사업이 번창하기 시작한 게오르크는 프리다 브란덴 펠트와 결혼을 계획하고 러시아에서 사업하던 친구에게도 결혼 소식을 알리는 문제를 가지고 아버지와 상의를 하게 된다. 지지부진하던 사업을 자식에게 물려주고 일선에서 물러난 아버지의 입장은 아들과는 매우 다른 위치에 있었고, 아들로서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다. 과연 게오르크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변신]은 매일 떠돌아다니는 외판원 생활을 근근이 하며 부모님과 여동생과 함께 살아가던 그레고르는 어느 날 아침 자신이 벌레로 변해버린 것을 깨닫게 된다. 하루아침에 느닷없이 곤충이 되어버린 자신의 모습과 생태에 좀처럼 수긍하기도 적응하기도 어려웠던 그레고르는 점차 자신의 처지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되며 나머지 다른 가족들도 점차 벌레 그레고르와의 동거를 시작하게 된다. 가족의 부양자 역할을 하던 그레고르가 곤충으로 변하기 이전과 이후의 삶에 따라서 마찬가지로 완전히 변해버린 나머지 가족들의 삶은 점점 더 곤궁한 처지로 내몰리게 된다. 집에 빈 방을 3명의 남자에게 세를 주려고 계획했던 가족들은 그레고르의 돌발적인 행동으로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빠지게 된다. 곤충이 되어버린 그레고르와 그의 가족들은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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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주의 문학의 선구자라는 평가를 받는 카프카는 주로 사회 속에서의 구조적인 부조리함이나 개인의 윤리적 차원의 모순적 상황을 묘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책에 실린 3개의 단편 소설 작품들도 카프카의 특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 아무래도 작가로서의 초기 시절 30대 초반의 작품들이라 스토리 전개 자체는 짜임새있거나 흥미롭게 진행되지는 않는다. 다만, 확실히 작품의 소재나 주제 의식은 당시에서나 지금에서도 파격적으로 느껴진다:

[화부]에서 직장 내 부조리함을 고발하는 자리에 굳이 고관대작과의 혈연관계인 인물을 내세워 마치 영웅적인 만능해결사적인 모습으로 묘사하는 것이 필요했는지는 아쉽게 느껴진다. 어차피 개인차원이 아닌 사회나 직장 조직 내의 구조상 부조리함과 불공정에 맞서는 무기력하고 좌절하는 개인의 정의 실현 움직임에 초점을 두는 것이긴 하지만, 과도하게 불필요한 장치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선고]는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가 매우 일방적이고 경직되어 있는 동양과는 달리 서양 문화에서 수평적이고 대등할 것이라는 편견을 산산이 깨뜨린다: 동양의 유교 문화의 효와 공경이 부자 관계를 나타낸다면, 서양 기독교 문화에서 아담과 카인과 아벨 관계에서의 복종과 희생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을 그리고 있다고 생각해보게 된다.

아무래도 가장 충격적인 작품은 [변신]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다짜고짜 곤충이 되어버린 상황을 가정하고 출발하는 것부터가 충격적이다. 자기 자신이 곤충이라는 사실을 자각하게 되는 과정 못지 않게 곤충이 자기 가족의 일부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수용하게 되는 과정을 묘사하는 것 자체는 지금 시점에서도 놀라운 일이다.

카프카가 작가 활동을 시작하게 된 시점의 시대적 배경을 고려한다면, 왜 이런 시대고발적인 성격의 소설들을 쓰게 되었는지 추측은 해볼 수 있게 된다: 20세기 초에 이루어진 유럽에서의 급격한 산업화와 자본주의화는 군국주의를 낳게 되고 전통적인 사회질서인 계급제의 붕괴와 국제 관계의 대립과 충돌로 1차 세계대전이 발생하게 되는 시대에서는 윤리와 가치관이 명확하지 않은 세상 속에서 개인이 존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을 것이다.

전반적으로 보면, 카프카의 초기 작품의 특성을 감상할 수 있는 단편소설 모음집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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