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은 전 세계를 여행과 탐사하며 느낀 것을 자유롭게 서술한 인류와 자연에 관한 탐사기이다.
책의 구성과 내용은 저자가 방문했던 곳들 중에서 6개 지역을 선정해
지역과 원주민의 역사와 동식물을 포함한 자연 탐사의 내용을 서술하고 있다:
어릴적 존경의 대상이었던 제임스 쿡이 발견한 장소인 파울웨더 곶을 방문하면서 깨닫게 되는 자연에 대한 존중; 캐나다 하이악틱 지방의 스크랠링섬에서 느끼는 자연의 자생력과 인간 문명의 간섭으로 인한 방해; 남태평양 동부 갈라파고스 제도 산타크루스섬의 푸에르토아요에서 만난 다양한 생물들에서 느끼는 다양한 시각적 무늬와
행위의 패턴이나 색상들의 신비함; 동부 적도 아프리카(케냐, 우간다, 탄자니아 등) 지역의
고고학 탐사에 참여해 깨달은 인류와 문명의 진화의 증거들과 더불어 마주하게 된 아프리카의 비참함과 분노; 오스트레일리아
남동부 지역에 남아 있는 폭력과 착취의 역사와 흔적; 남극 대륙 지방의 혹독한 자연 조건과 인간으로서
생존의 절박함을 느꼈던 이야기들이 소개된다.
저자는 탐사 작가 배리 로페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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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일생을 여행과 탐사 활동에 바친 경력을 고려한다면, 이 책은
독특한 면이 있다:
우선, 한 군데 장소를 시간을 두고 여러 차례 방문했던 경험을 함께
이야기하는 형식이 특이하다:
어릴 때 방문했던 장소에 대한 기억과 감정에 대한 기술은 항상 일치되는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렵다: 새로운 지식이나 경험에 의해 가치관이 바뀌었을 수도 있고, 예전의
기억 자체를 왜곡해서 재구성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실 과거 시점에 들었던 음악이나 봤었던 그림이나 영화를 시간이 흐른 뒤에 다시 접하게 되면 느끼게 되는 감정과
기억을 묘사하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저자가 말하는 자신의 인간과 자연의 가치관은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는 분리적인 세계가 아니라 자연이라는 하나의
세계 안에 인간이 자리잡는 통합적인 세계관이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자연은
그 자체로 생명력이 있고 나름대로의 세계가 있는데, 인간도 자연을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로서 나름대로의
세계가 있지만 전체적으로 융합되어 공존할 수 있다는 주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동양의 도가의 노장
사상에 해당하는 내용인데 책을 통해서가 아니라 저자 자신의 직접적인 체험을 통해 얻은 깨달음이라는 것이 놀랍게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것은 저자가 자신의 정체성을 전세계를 여행하며 경험한 것들을 저작물로 만드는 미국인이라고
파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저자의 이력으로 추측해보면, 저자가
대학생인 10대 후반부터 사회초년생 시절인 20대 중반까지, 즉 미국의 1960년대는 흑인인권 운동과 베트남전쟁 반대 운동으로
말미암아 말 그대로 미국 전역이 혼란과 분열로 점철된 시기였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자연에 대한 경외심이
생겨나고 타인종과 타문화에 대한 관심이 생기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일 수 있다. 저자가 타민족과 타문화를
바라보는 시각이 과거 오리엔탈리즘으로 비판받던 코스모폴리탄으로서의 관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전반적으로, 전세계를 통틀어 흥미로운 지역에 대한 일종의 인류와 자연
생태학 보고서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