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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인 에어 2
- 샬럿 브론테
- 10,800원 (10%↓
600) - 2010-03-19
: 478
-20260914 샬럿 브론테.
1권의 두께와 변죽만 울리는 비밀에 질렸다면 독자들이시어, 2권은 온갖 사건이 빵빵 터져 읽는 재미가 더 있습니다. 그러니 포기하지 마시길.
말한 대로 2권 읽기가 조금 더 재미있었다. 우연히 헤매다 친척들로부터 구원받고, 갑자기 혈연이 거액의 유산을 남겨주는 건 밤나무 쪼개버린 벼락보다 낮은 확률이겠지만, 결혼식 날 사실 신랑감에겐 미친 부인이 있었다, 맨몸 알거지로 손필드 장을 나와 굶어 지쳐 죽어버릴 뻔했다, 광신 사제가 강제로 부인 만들어 인도 끌고 가려고 했다, 그리고 유년기의 고생까지 더하면 그 정도 행운은 줘도 좋았다. 소설 속에서나마 그렇게 망할 뻔한 인생 행복하게 해주면 좋지. 역시나 망한 인생이던 로체스터가 이제 부와 힘이 역전된 제인 에어의 선택으로 구원 받는 것도 자기가 좋다는데 좋은 방향으로 갔으면 됐다.
풍경과 심리 묘사가 치밀했고 그래서 분량이 많아서 읽긴 힘들었지만, 거의 이백 년 전 이런 서사로 독자들이 도파민 터졌을 것 생각하면, 심지어 거의 이백 년 후의 독자인 나도 다른 재미 거리 마다하고 주말 내 읽었으니 그래서 고전이구나, 끄덕이게 되었다.
다치고 몸이 불편해진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하며 서로의 행복을 키워나갈 수 있다면 복된 인생일 것이다. 슬프게도 현실에서는 둘 중 하나 혹은 둘다 마음이 지치고 사랑은 휘발되어 끊어지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지옥을 견디는 관계가 많다. 정말 행복한 사람들은 어디 둘만 꼭꼭 숨어서 잘 지내느라 소설 속 이야기처럼 소문 나지 않을 것이다.
자립 자조를 외치는 제인의 이야기는 당시의 여성들에게는 환상의 환타지였을 텐데, 지금은 제법 많은 사람들이 혼자서도 잘 지내는 삶을 선택하고 있다. 어쩜 제인처럼 구원자가 되는 숭고한 영혼들도 어딘가는 있겠지. 건투를 빈다. 나는 그냥 제인에게 이입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만한 파란만장과 불행의 롤러코스터를 탈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뭔가를 최대한 선택하지 않는 삶이었으면. 선택하지 않는 것을 선택하고 싶다. 내 영혼은 그렇게 맑지가 않다.
+밑줄 긋기
-“저는 새가 아닙니다. 어떤 그물망으로도 저를 잡을 수 없습니다. 저는 독자적인 의지를 가진 자유인입니다. 그 의지를 지금 발휘해서 떠나려고 하는 겁니다.”
다시 한번 애를 써야 자유로워질 터였다. 나는 그의 앞에 똑바로 몸을 세우고 꼿꼿이 섰다.
“그렇다면 당신의 그 의지가 당신의 운명도 결정할 거요.” 그가 말했다. “당신에게 내 손과 내 가슴과 내 재산의 일정 몫을 주겠소.” (제인은 새장에 갇힌 새이길 거부한다.)
-“나의 제인을 공단 천과 레이스로 차려입히고 머리엔 장미꽃을 꽂게 하겠소. 그리고 내가 가장 사랑하는 그 머리는 더없이 귀한 베일로 덮어주겠소.”
“그러면 저를 못 알아보실 거예요, 주인님. 그리고 저는 더 이상 주인님의 제인 에어가 아니라 어릿광대 옷을 입은 원숭이에 불과할 거고요. 빌려온 깃털을 뒤집어쓴 어치 새일 거예요. (어치가 성질이 더럽다고 한다. 제인은 계속 새 취급 받길 거부한다.)
-그가 내게 더 많은 물건들을 사줄수록 성가시기도 하고 타락한다는 생각이 들어 내 뺨은 점점 더 달아올랐다.(자본주의에 굴하지 않는 저런 영혼이면 좋겠다.)
-“저는 노예가 될 바로 그 사람들과 주인님의 그 후궁 거주자들에게 자유를 가르치는 선교사가 되어 나갈 준비를 하겠습니다. 아마 저는 그 후궁에 입장이 허락되겠지요. 그러면 반란을 선동하겠어요. 그렇게 되면 말 꼬리가 세 개 그려진 군기를 휘날리는 부대의 군사령관 격인 주인님께서는 순식간에 우리 손에 의해 족쇄가 채워져 구금될 것입니다.(반란의 제인2)
-미래의 아내가 자신과 남편이 함께 죽을 거라는 말을 하다니요. 그런 이교도적 발상이 의미하는 바가 뭐였을까요? 저 같으면 남편과 함께 죽을 생각이 전혀 없어요.(제인 에어 명언집 같은 거에 들어갈 만한 말)
-그의 손은 이미 로체스터 씨를 향해 내민 상태였고, 그의 입술은 이미 “그대는 이 여자를 그대의 아내로 맞겠습니까?”라고 말을 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가까운 곳에 있던 누군가가 또렷한 목소리로 외쳤다.
“이 결혼은 계속해서는 안 됩니다. 혼인 장애 사유가 있음을 선언하는 바입니다.” (이 결혼 무효야!의 원조)
-“안 돼, 네 혼자 힘으로 떨어져 나가야 해. 누구도 널 도와주지 않아. 네 스스로 네 오른쪽 눈을 뽑아야 해. 네 스스로 네 오른손을 잘라내야 해. 네 심장이 희생물이 되어야 해. 네가 사제가 되어 네 심장에 못을 박아야 해.”(눈이 빠지고 손이 잘리는 건 로체스터의 복선인 것 같기도. 제인은 그렇게나 힘든 이별을 스스로 선택한다.)
-나는 나를 그토록 사랑해 준 사람을 절대적으로 숭배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 사랑과 숭배의 대상인 우상을 버려야만 했다. 우울하기 짝이 없는 한 단어에 견딜 수 없는 내 의무가 담겨 있었다. ‘떠나!’라는 단어였다.(단호한 헤어질 결심.)
-내가 나 스스로를 보살필 거야. 더 외로울수록, 홀로 남겨질수록, 의지할 이가 없을수록 나는 나 자신을 더 소중하게 여길 거야.(갖추고 싶은 미덕)
-나는 다시 한번 보통의 소화 기능을 지닌 사람이 백여 가지 산해진미가 차려진 잔칫상을 혼자 받았을 때 느꼈을 감정을 느꼈다.(로또 당첨되도 거북한 이 맑은 영혼)
-나 역시 여동생은 필요하지 않아요. 아내를 원합니다. 평생 동안 내가 유효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죽음이 찾아올 때까지 절대적인 내 소유물로 보유할 수 있는 유일한 협력자를 원합니다.”
그의 말을 들으면서 나는 몸서리가 쳐졌다. 골수까지 그의 영향력이 느껴졌고, 내 사지마저 그가 꽉 움켜쥐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로체스터나 리버스나 제인을 소유하고 지배할 생각만 했다. 제인은 그걸 알고 다 떨궈냈다.)
-그러나 그의 아내로서 가게 된다면 나는 늘 그의 옆을 지키면서 늘 억눌리고 늘 억압당하게 될 것이었다. 그리고 내 타고난 열정의 불꽃을 끊임없이, 억지로 낮게 타오르게 만들어야 하고, 안에서만 타오르도록 강요해야 하고, 비명 소리 한마디 내지르지 못하게 만들어야 할 것이었다. 감옥에 갇힌 거나 매한가지인 그 불꽃이 내 안의 핵심 장기들을 하나둘씩 다 소진해 버린다 할지라도 말이다. 이런 일은 정말로 견딜 수 없는 일일 것이었다. (사랑 없이 결혼과 선교행을 요구하는 리버스 오만 정이 뚝 떨어졌다. 결국 제인은 로체스터의 곁에서 늘 그의 옆을 지키게 되지만 그건 제인의 의지 대로 사랑이라서 선택한 것이고 누구 말릴 일가도 없었지만 하여간에 행복하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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