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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 혐오에서 인류애로
  • 마사 C. 누스바움
  • 16,200원 (10%900)
  • 2016-01-20
  • : 994
-20260910 저자: 마사 누스바움.

미선이-Sam
https://youtu.be/CLXroGPSNds

원서는 2010년, 번역서는 2016년에 나온 책을 2026년에 읽었다. 2000년대 초반 섹스앤더시티에 나오던 게이 친구들은 2020년대 앤저스트라이크댓에도 여전히 등장하고, 심지어 앙숙이던 앤서니와 스탠포드는 결혼식을 올린다. 거기에 LGBT+, 다양한 인종과 문화 배경의 인물들이 추가되었다. 미국은 확실히 변하고 있고, 그게 문화 컨텐츠에도 반영이 된듯하다.
한국 드라마나 영화는 워낙 안 보다보니 어떤지 모르겠다. 박상영의 소설을 원작으로 드라마가 나왔다는 소식은 들었다. 트랜스젠더 유튜버가 텔레비전 예능에 출현하는 것도 알았다. 그렇지만 커밍아웃하고 연예계 활동을 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문화 예술계만 그럴까, 온 일상 자체가 아직 비주류라고 스스로를 드러내기에는 너무도 모질고, 냉랭한 편견과 혐오가 깔려 있다.

연방 헌법과 주 헌법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판례를 통해 이 책은 자유와 평등을 누릴 대상에서 성소수자가 제외될 합리적인 근거가 없다는 것을 거듭 강조한다. 잘 모르는 다른 사람들에 대해 느끼는 막연한 징그러움, 혐오의 형태를 근원적 혐오-주로 죽음이나 더러움에서 느끼는-를 다른 대상에게 덮어 씌워 버리는 투사적 혐오라는 말로 표현한다. 혐오에 관한 이야기는 사회학이나 심리학, 철학에서 더 파고들만한 주제 같다. 이 책은 법철학, 법윤리에 더 초점을 맞춰서 혐오에 관한 부분은 논의에 필요한 최소한만 다룬 느낌이었다. 그렇지만 그 정도로도 자신과 다른 존재들에게 선을 긋고 그들보다 더 우월하고 안전하고 깨끗하고 안심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의 태도는 충분히 설명된 것 같다.

특정 사람들이 비범죄화 되고 동등한 구성원으로 인정받는 과정을 인종 문제에서 많이 유비하고 있었다. 형식적인 법률 면에서 미국은 인종주의를 많이 극복한 것처럼 보이지만, 흑인을 범죄자 취급하거나, 아시안을 멸시하는 풍토는 여전하다. 우리 나라도 이주 노동자나 결혼 이주민과 그 자녀에 대한 차별을 문제 삼고 공론화도 많이 되지만, 현실은 여전히 ‘그들’에게 가혹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말이지 남들과 다른 존재에게 무자비하다. 하물며 성소수자라면 대놓고 혐오하고 타도할 대상처럼 여기는 사람들도 많다. 주로 일부 종교계가 그렇다.
이미 아이들 때부터 패거리 문화가 인종이나 성적 지향이 아니더라도 조금 다르다 싶은 아이들을 얼마나 소외시키고 괴롭히는지 모른다. 끝없이 차별 금지, 평등, 인권, 존중 같은 걸 입에 올리지만, 자괴감이 든다. 이게 대체 무슨 소용일까 싶다. 인간 자체가 갈라치기에 너무 특화된 종족 같다. 부모가 그렇게 키우고, 또래집단에서, 미디어에서 남을 혐오하는 태도를 점점 강화한다. 학교가 말뿐인 인권교육을 하고 있을 뿐, 이게 교육으로 되는 문제인지도 이제는 잘 모르겠다.

인류애라는 말은 참 아름답다. 그렇지만 주로 ‘인류애가 사라진다’하는 표현에서나 접할 만큼 아득하다. 나도 점점 인간 혐오로 가는 기분이다. 이토록 비슷한데, 또 이토록 다른 인간들이 같이 평화롭게 사는 일은 아직도 어렵다. 지상 평등 낙원이라 할 나라가 어디 있기는 있는 걸까? 없다는 데 더 치우치는 마음이지만 우리가 향해야 할 방향인 건 알겠다. 사람을 미워하지 않는 약 같은 걸 수돗물에 타고 싶다. 미워하면 저절로 이유를 만드는 뇌들을 어떻게 고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어떤 사랑은 다른 사람에게 혐오의 대상이 된다는 게 슬프고 이상하다.

+밑줄 긋기
-적의에 대한 사법적 존중은 또한 이성에 따른 정치라는 근본적 패러다임마저 깨뜨린다. 적의에 대한 반응으로 만들어진 법에는 이성적 기초가 없기 때문이다. (23)

-이와 같은 헌법의 정치적 태도는 반집단주의적이다. 이에 따르면, 타인에게 해를 끼치거나 국가 전체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할 것이 분명한 아주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다수의 이익이 개인의 기본권에 우선할 수 없다. 이 정치적 입장은 좌파와 우파 사이의 대치와는 다른 것으로, 좌파의 집단주의나 우파의 집단주의 모두와 대비되는 고전적 자유주의의 입장이다.(26)

-사람들이 자신의 냄새나고 부패해가며 너무나도 인간적인 신체에 대해 느끼는 불편감은 도처에서 일관적으로 외부에 투사되어 왔다. 공동체의 오물 역할을 대신해줄 수 있는 사람들에게 그 불편감을 투사함으로써 지배적인 집단은 자신을 깨끗하고 천상적인 존재라고 느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44)

-혐오스러운 동물성의 세계와 ‘나’사이에 준-인간이 존재한다면, ‘나’는 필멸하는/부패하는/냄새나는/진액이 흘러나오는 것들로부터 그만큼 떨어져 있게 되는 셈이다. 진짜 위험과 신뢰할 만한 연관관계가 거의 없는 이 투사적 혐오는 망상을 먹고 자라며 예속을 만들어낸다. 혐오가 자신을 순수한 것으로, 타자를 더러운 것으로 표상하려는 뿌리 깊은 인간적 필요에 봉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필요가 사회를 공정하게 만드는지는 대단히 의심스럽다. 오히려 이러한 전략은 사회의 공정성을 해친다. (55)

-평등한 자연권은 덕이 있는 사람이나 특정한 사회 규범에 따르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 모두에게 주어지는 것이다.(73)

-삶의 궁극적 의미에 대한 탐색을 강요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79, 종교와 양심의 자유)

-표면적인 대칭성을 넘어, 다양한 집단에 속하는 시민들이 살면서 무언가를 추구하려 할 때 실제로 어떤 기회를 누릴 수 있느냐를 엄격히 검토할 때에만 우리는 법이 시민들을 진정으로 평등하게 존중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84, 실질적 평등)

-혐오에 차 있는 사람들은 타인을 진정한 의미에서 완전한 인간으로 보지 않기에 그들을 존중할 준비도 되어 있지 않다.(90)

-‘혐오의 정치’로부터 ‘인류에의 정치’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먼저 ‘어떤 사회에서 살고 싶은가?’라는, 보다 일반적인 질문에 답해야 한다. 본질적으로, 이는 집단을 앞세우는 사람과 개인적 자유의 영역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사이에 늘 있어온 해묵은 논쟁이다. 이를 좌우의 이념대립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105)

-그러므로 “당신은 결혼할 수 없소”라는 말을 듣는다는 것은 미국식 인생 주기를 결정짓는 의례 중 하나에서 완전히 배제됨을 의미한다. (185)

-사람들은 국가가 기혼자들에게 법적으로 제공하는 갖은 특권을 누리기 위해, 다시 말하면 결혼을 하기 위해 자신이 좋은 사람이라는 증명을 할 필요가 없다. 유죄판결을 받은 중죄인들, 양육비를 지불하는 데에 실패한 이혼 부모들, 가정폭력 전과가 있거나 감정적 학대의 전과가 있는 사람들, 불량납세자들, 마약중독자들, 강간범, 살인범, 인종차별주의자나 반유대주의자들처럼 편견에 찌든 사람들도 결혼하겠다는 결정을 내리기만 하면 모두 결혼할 수 있다. 실제로 헌법은 이 모든 사람들에게 마음만 먹으면 결혼할 수 있는 기본권을 보장한다. 어쨌거나 이성과 결혼하는 경우에는 말이다. (188-189)

-(그러나 중혼에 반대하는 법적 주장들은 극도로 취약하다. 일부다처제 혼인권을 제약할 만큼 강력한 국가의 법익은 성 평등에 따르는 이익이라지만, 만일 그렇다면 다부다처제에 따른 결혼은 허용되어야 한다.)(221)

-성행위에 따르는 건강상의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결정은 과식이나 흡연, 등산처럼 자신의 건강을 위험에 빠뜨리겠다는 다른 모든 결정과 같은 취급을 받아야 한다. 이 모든 결정은 개인이 스스로 내리는 것으로서, 그 결과로 인해 타인의 권리가 침해되는 경우에만 범죄가 된다. (277, 이 책 내내 소중히 다뤄지는 자유와 평등. 어떤 행위나 관계들은 거기에서 예외 취급을 받아 행복 추구가 어려워지는 사람들이 있다.)

-이 책 전체에서 다룬 것처럼 혐오란 이면에 여러 형태의 낙인과 위계질서를 감추고 있는, 신뢰할 수 없는 힘이다. 혐오는 마치 피해처럼 작용하는 경우에 한해, 전통적인 생활방해법이 설정한 기준에 따라 입법 근거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내 주장이다. (278)

-혐오의 정치는 우리가 무엇을 통제하고 싶어하는지, 또 무엇을 통제하지 않고 싶어 하는지에 대해서, 그리고 그런 통제의 이유에 대해서조차도 명료히 생각하지 못하돌록 방해해왔다. 이 분야에서의 사유가 그토록 엉성했던 또 한 가지 이유는 엉망진창인 “사생활” 개념과 그 한계 때문이기도 했다. (280)

-헌법은 사회적으로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감각을 표현한다. 자유와 평등은 무엇이며, 기본권을 갖는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지,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개념 자체에 내재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자유와 평등, 두 영역 모두에서 어느 정도 보호되는 구역을 갖는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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