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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의 독서법
- 김선영
- 12,150원 (10%↓
670) - 2022-12-01
: 129
-20260811 저자:김선영.
한국문학은 특이하게 출판사에서 학년이나 적정 연령을 제시하기도 하는 아동문학, 동화 시절을 거쳐, 성인(?) 문학으로 넘어가기 전 청소년문학이라는 카테고리가 있다. 가끔 읽어보면 그 완성도가 천차만별이라 때론 오, 때론 아아… 한다. 어느 때건 아이들도 단순히 도파민 터지는 소재말고도 완성도 있는 문장과 서사를 읽을 수 있는 책이 많았으면 싶었다.
큰어린이 읽으라고, 비교적 얇아서 갖춰 놨는데 읽긴 했는지 모르겠다. 제목을 보며 얇으니까, 하고 꺼내서 금세 읽었다. 큰 기대하지 않았는데 의외로 좋았다. 글쓴이의 내공이 느껴진달까… 그렇다고 책날개에 적힌 다른 책들을 찾아보기엔 그러다가 실망한 적이 많아서 망설여진다.
내가 읽어봤으니 아이들에게 괜찮다고 권할만한 서사와 문장이었다. 청소년 화자로 진행하는 것도 어색하지 않았다. 어떤 책을 읽을 때는 젊은이가 노인 흉내를 내거나, 어른이 아이 흉내를 내는 글을 읽다가 그게 너무 티가 난다 싶어 재미가 식을 때가 있는데, 소설집 속 소설들은 전혀 그렇지 않은 건 아니지만 자연스러운 느낌이었다. 물론 그건 책을 읽게 될 청소년들이 판단할 몫이지만… 성장의 서사가 어설피 늙지도 젊지도 않은 내게도 소용이 있으면 좋겠다.
-바깥은 준비됐어
나는 쥐. 엄마는 박쥐. 인서와 달리 나는 말 없이 학교를 안 간 적이 없다. 학생 때도 선생 때도 그렇다. 학교를 나오지 못하는 아이들은 여럿 보았다. 학교가 문제인 적도 있고, 집이 문제인 적도 있다. 나는 내가 문제인 것 같다. 그렇지만 알약을 삼키고 꾸역꾸역 학교에 간다. 어떤 연결들 때문일 것이다. 내가 빠져나간 자리에 생길 혼란에 대한 두려움. 무책임한 사람이 되고 싶다. 내 바깥은 아직 준비가 안 된 것 같다.
-바람의 독서법
전생에 입시에 대한 큰 중압감 없이 나 자신이랑 집안 꼬라지와 싸우기만 하면 됐으니 돌이켜 보면 편하게 그 시기를 넘겼다. 그래서 진화한 입시 지옥을 직접 체험해 보려고 두 번 더 수능을 봤었나 보다… 화자에게 생긴 난독증과 반대인 이독증(?) 같은 능력, 난 정말 부럽기도 했다.
-흔들리는 난타
근육질에 애들 장악력 있는 선생이 어디선가 뿅 나타나 문제아들을 다 잡고 좀 나은 길로 인도하는 이야기가 자주 있는 건 모두의 바람이 대충 비슷하다는 뜻이겠다. 심지어 그 문제아들조차 누군가 나를 잡아주기를 바라는 걸지도. 이런 판타지를 읽으면 내 역할은 대체 뭘까 무거워진다.
-나는 잘 지내
대부분 청소년 화자이지만, 이 글에서는 모녀의 이탈리아 여행 중 엄마가 중심이 된다. 보호와 집착 사이, 그 균형은 쉽지가 않다.
-중독
공예품 수집가 엄마, 남의 손 사진 몰래 찍는 아들, 멈출 수 없는 무언가. 게임, 약물, 알코올, 스마트폰 중독 이런 건 흔하고 사랑중독마저 있는데 사실 사람은 푹 빠져 있을 만한 뭔가가 하나라도 있어야 살 기운이 나는게 아닐까.
+밑줄 긋기
-그런 건가? 나는 넓어지고 있는 건가? 나도 넓어질 수 있는 건가? 내가 자라고 있는 게 맞긴 한가? (18, ‘바깥은 준비 됐어’ 중. 나도 내 성장보다는 닳아짐을 더 많이 의식했던 것 같다.)
-물빤드기:물맴이 따위의 물에 사는 곤충을 가리키는 말의 사투리로, 반들거리는 사람을 이름.(74, ‘흔들리는 난타’ 중. 국어사전에 등재되어 있지는 않고 윤흥길의 소설 ‘기억 속의 들꽃’에 나오는 단어라고 함.)
-직수굿하다:저항하거나 거역하지 아니하고 하라는 대로 복종하는 데가 있다.(83)
-가붓하다:조금 가벼운 듯하다.(84, 125, 이 소설은 유독 평소 잘 안 쓰는 어휘들이 많이 나왔다. 새로운 단어들을 알게 되는 건 좋은데 문제아 여고생 화자랑은 조금 어긋나는 말들이었다.)
-그 순간, 마지막 남은 물마저 빠져 버린 바닷가가 된 기분이었다. 차디찬 갯바람만 휘휘 대고, 물이 들어오지 않아 팍팍하게 갈라지는 갯벌 같았다. (102, ‘나는 잘 지내’ 중. 물 없는 바다를 본 적이 있다.)
-“사치?”
“먹고사는 문제가 아닌 낭만 같은 거. 사는 데 꼭 필요한 건 아니지만 그게 없으면 건조해서 견딜 수 없는데, 견딜 수 있게 해주는 것.”(151, ‘중독’중. 내게 그게 책이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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