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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가기 전에.
반유행열반인  2026/08/09 15:46
  • 금각사
  • 미시마 유키오
  • 7,200원 (10%400)
  • 2002-12-06
  • : 3,515
-20260809 저자: 미시마 유키오.


국외 여행은 귀찮아졌다. 마지막으로 비행기를 타 본 게 2018년 초 베트남에 다녀올 때였다. 전에 걸린 혈전증은 이코노믹 증후군이라고 불리는, 장거리 비행 승객이 노출되는 위험이라고 알게 되어서 더 비행기가 꺼려진다.
큰어린이와 곁의 사람은 듀오링고로 일본어를 열심히 배운다. 둘다 일본 음악을 아주 좋아한다. 2016년 작은어린이 없던 시절 우리 셋은 오키나와에 다녀왔다. 그랬으니 일본 체험은 끝 아닌가, 싶은데 두 사람은 일본에 한 번 더 다녀왔으면 했다. 작은어린이는 비행기를 한 번도 못 타 봐서 다른 나라를 가보고 싶어한다. 귀찮다, 귀찮다, 하면서도 한 주 전에 내년 2월 말에 맞춰 비행기표를 구입하고 숙소를 예약한 것도 결국 나였다.

오사카에 머물며 교토와 나라를 방문하고, 유니버셜 스튜디오에도 가는 게 대략 짜인 여정이다. 귀찮다던 내가 리얼 교토, 리얼 오사카, 이런 여행 가이드북을 전자책으로 빌려 제법 꼼꼼하게 살펴보았다. 여행은 시작하기 전부터 사람을 움직이고 이것저것 하게 만든다.

교토에 킨카쿠지와 긴카쿠지가 있다고 했다. 그게 그거 아냐? 했는데 금각사, 은각사, 서로 다르고 위치도 각기 떨어져 있었다. 그렇다면 금각사에 가게 되겠지? 그러다가 펼친 소설이 금각사였다.

취재와 상상을 바탕으로 했겠지, 했는데 바탕이 되는 사건을 상세히 적어둔 책이 이미 있었다고 해서 조금 배신감이 들었다. 영리하게 머리 굴려 쓴 책이로구나… 예전에 엄마를 살해한 9수생 이야기도 다 읽고 나서 마지막 소개말에 실화라고 해서 뭐야, 했던 기억이 난다. 씨앗 없는 이야기가 어디있겠어. 현실은 현실이고 이야기는 이야기이다.

소설은 때로는 대체 저 사람은 왜 저럴까? 나는 왜 이럴까? 하는 질문으로부터 시작한다. 그 마음과 행동과 동기를 상상해 보고 결국 어떤 결과 내지 결말을 향해 가는 과정을 읽는 이가 좇게 만든다. 스님 연습생(?)이던 미조구치가 금각에 사로잡혔다가 금각에 무슨 일을 저지르는지 작가는 화자의 마음 속에도 들어갔다가, 여기저기 헤매고 다니는 것도 쫓아갔다가, 주변 사람들의 영향과 그에 대한 화자의 반응도 살피다가, 미리 밑밥을 깔고 어떤 일의 우연성에 대해, 그렇지만 실제 저질러지는 큰일들은 우발적이지는 않다는 것(그니까 사전 준비도 치밀하고 이미 굳은 마음을 먹은 경우가 많다)을 주의깊게 그려놓았다.

덕분에 일본에 불교 문화의 흔적(유적)이 많이 남아 있는 걸 알았고, 교토에 가서 오래된 느낌의 건축물을 볼 때 저게 무슨 의미야 오래됐을 뿐… 하는 마음은 덜게 되었다.

미조구치 나이 언저리에 읽었다면 그때마다 (십대든 이십대든) 다른 감상이 있었을 것이다. 그 나이의 나는 채팅방에서 수다 떨고 온라인 대항해시대 하는 걸 책 대신 선택했기 때문에 그 감상은 다른 세계에만 남아 있다. 이제 왠만한 등장인물을 보면 다 나보다 어려… 그래서 더 거리를 두고 읽을 수 있는 건 좋은 점일 수도 있고, 어린 마음의 불안을 많이 잊어버려서 몰입과 공감을 하기엔 너무 무미한 인간이 된 건 좀 안타깝기도 하다.

영화를 봐도 책을 봐도 자꾸 분석하려고만 든다. 그냥 하하호호 웃기다 훅을 날릴 땐 엉엉 슬프다 클리셰를 보면 익숙함에 편안하고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정도의 감식안이라면 조금 더 행복했을까? 그렇다고 이 소설을 막 따지고 분석하고 본 건 아니었다. 그냥 읽는 도중 나오는 인물에 대해 어떤 감정이나 평가 같은 게 조금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 다음이 어떻게 되나 보자, 할 뿐.

호오의 마음이 없는 문학 읽기에 대해 생각했다. 이런 덤덤함에 대해 여러 원인-수험 공부로 과부하가 왔다, 노화가 왔다, 향정신성 약물 탓일지도 모른다, 그냥 원래 이런 놈이다-을 떠올려 본다. 원래 그런 건 없을 것이고, 지금의 난 하여간에 그렇구나, 학교에 불 질러 버려! 하고 장난삼아 어디선가 말하거나 생각했던 것 같은데, 판사님 방금 앞 구절은 제 토끼 인형이 쓴 것입니다, 확실히 돌아버린, 잃을 게 없는 사람의 마음을 난 아직까지는 다행하게도 겪지 못했구나, 불행히도 누군가는 그런 걸 겪었구나, 한다. 아니, 이 책을 읽고 독후감을 이렇게 쓰는게 맞냐?

+밑줄 긋기
-나는 자신도 모르는 곳에 이미 미라는 것이 존재하고 있다는 생각에, 불만과 초조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미가 명백히 그곳에 존재하고 있다면, 나라는 존재는 미로부터 소외된 것이 된다. (25, 아름다움은 자기 머리 속에 있는 걸 화자는 몰랐다.)

-나는 이리저리 각도를 바꾸어, 혹은 고개를 기울여 바라보았다. 아무런 감동도 일지 않았다. 그것은 낡고 거무튀튀하며 초라한 3층 건물에 지나지 않았다. 꼭대기의 봉황도, 까마귀가 앉아 있는 것처럼 보일 뿐이었다. 아름답기는커녕 불안정한 느낌마저 들었다. 미라는 것은 이토록 아름답지 않은 것일까, 하고 나는 생각했다. (29, 사람은 상상력이 있어서 실망하는 거지.)

-교토 시 전체가 불에 휩싸이는 것이, 나의 은근한 꿈이 되었다. 이 도시는 너무도 낡은 것들을 원래의 모습대로 지키고 있었고, 수많은 신사나 불당들은 그 속에서 생겨났던 작렬하는 재의 기억을 잊고 있었다. (51, 오래된 것들 보러 가 봐야지)

-나는 다만 재화를, 큰 파국을, 인간적인 규모를 초월한 비극을, 인간도 물질도, 추한 것도 아름다운 것도, 깡그리 동일한 조건하에서 말살시켜 버릴 거대한 하늘의 압착기와도 같은 것을 꿈꾸고 있었다. 때로는 초봄 하늘의 심상치 않은 광채가, 지상을 덮어 버릴 정도로 커다란 도끼날의 시퍼런 빛처럼 생각되었다. 나는 단지 그 낙하를 기다렸다. 생각할 틈도 주지 않을 정도로 신속한 낙하를. (52, 히로시마 다음으로 고려된 폭격 지역이 교토였다는 걸 안다면 이런 소리 못하지...에반게리온의 나라)

-미라는 것만을 골똘히 생각하면, 인간은 이 세상에서 가장 암흑적인 사상에 자기도 모르게 직면하게 된다. 인간은 아마도 그렇게 만들어진 모양이다. (52, 인간 말고 예술가로 한정하죠. 대부분이 남들이 아름답다는 대로 따라하며 살다 죽어요.)

-흙투성이가 되어 사람들에게 천대받는 신발을, 무한한 관용에 의하여 머리 위에 올려놓음으로 해서 보살도를 실천한 것이다. (71, 칠조어론에서 칠조도 같은 모습으로 열반했다.)

-인간처럼 필멸하는 것들은 결코 근절되지 않는다. 반면에 금각처럼 불멸의 것은 소멸시킬 수 있다. 어째서 사람들은 그러한 점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일까? 내 독창성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메이지 30년대에 국보로 지정된 금각을 내가 불태운다면, 그것은 순수한 파괴, 돌이킬 수 없는 파멸이며, 인간이 만든 미의 전체 무게를 확실히 줄이는 일이 된다. (205, 비대한 자아는 이리저리 튄다. 숭례문 불태운 사람이 저렇게 난 천재야, 미의 감축, 이랬을까? 술김에 불지르는 것보다, 명료한 정신이 저런 방향이면 참 곤란하다. 사랑이 없어서 그래.)

-금각이 언젠가는 불타리라고 생각하니, 견딜 수 없었던 일들도 견디기 쉽게 되었다. 죽음을 예감한 사람처럼, 절간 사람들에 대한 내 감정은 좋아지고, 대응하는 태도도 밝아지고, 무슨 일이건 화해하려고 들었다. (211, 그렇다면...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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